작가 셀프 FAQ
안녕하세요?
소설 <잠자는 숲속의 대리님(이하 '잠숲')>의 작가 이상민(미닝리)입니다.
소설 출간 이후 관심을 가져주시는 주변 동료, 지인들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개중에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도 있었고 무척 감사한 질문도, 때로는 곤란한 질문도 있었는데요. 그간 받았던 질문들을 모아 답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에요. 매일 퇴근하고 아이가 잠들고 난 10시부터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이래 2021년부터 꾸준히 중단편소설을 써 왔어요. 주말에도 틈틈이 썼고요.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그때는 소설 쓰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소설을 쓰는 시간이 매일 기다려졌죠.
돌이켜 보면 소설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가 더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회사원이 되며 소설가의 꿈을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포기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쓰자는 결심. 그 결심을 하기까지 무려 10년이 넘게 걸렸죠.
요즘은 이렇게 생각해요. 난 남들이 술 마시고 골프 칠 때 소설을 쓴 것뿐이라고요. 회사에서 제 동년배들은 술자리와 골프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데, 어차피 직장인의 여가시간이란 총량이 정해져 있잖아요? 만약 내가 술과 골프를 즐겼다면 소설은 못 썼을 거예요. 술과 골프를 잃은 대신 소설을 출간했으니 남는 장사였죠.
스토리움은 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작가 매칭 플랫폼이에요.
원래 <잠숲>은 지금의 3분의 1도 안 되는 짤막한 단편소설이었는데요. 출판사 서랍의날씨 대표님이 스토리움에 올린 이 단편을 보고 컨택해 오셔서 연락처를 회신드렸더니 바로 전화를 주셨어요. 소설이 재미있어서 출간하고 싶은데 분량이 적어서 아쉽다며 장편으로 늘려서 작업해 줄 수 있느냐고 하시더라고요.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마침 저도 <잠숲>의 세계를 더 확장해 보고 싶었거든요. 곧바로 계약까지 마치고 장편으로 고쳐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편소설을 브런치에 연재했었어요. <잠숲>도 그중 하나였고요. 그때는 뭐라도 써야겠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단편소설을 올릴 만한 플랫폼은 세상에 별로 없었어요.
브런치에 쓴 건 정말 잘한 일이었어요. 제 글을 읽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쓸 수 있는 동력이 되었죠. 쉽게 말해 브런치는 저에게 출간을 하기 위한 플랫폼이었다기보다 스스로 꾸준히 소설을 쓰는 연재 습관을 만들기 위한 플랫폼이었던 거예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브런치는 단편소설이 출간으로 이어지기 좋은 플랫폼은 아닌 것 같아요. 최근엔 브런치북 출판 공모전에 소설 부문도 생겨서 그걸 목표로 쓰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저는 소설 초고를 여기에 쓴 셈이에요. 쓰다 보니 점점 욕심이 났고요. 그래서 제가 썼던 소설들 중 몇 개를 다시 퇴고하고 정리해서 공모전에도 넣고 스토리움에도 올렸답니다. <반격의 로딩>은 그렇게 공모전을 통해 전자책으로 출간한 케이스고, <잠숲>은 스토리움에서 출간한 케이스예요.
초고인 동명의 단편소설 <잠숲>은 브런치에 4개월 정도 연재해서 완결했어요. 이걸 현재의 장편으로 다시 개작하는 데 또 4개월 정도가 걸렸고요. 퇴근 이후 밤에만 짬짬이 썼다는 걸 감안하면 빨리 쓰는 편이라 생각해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인데 은근히 많은 분들이 물어보셨어요. 늑대가 나오는 독특한 표지라 그랬나 봐요. 서랍의날씨에서는 제작 전에 저에게 혹시 생각하는 표지 구상이 있는지 먼저 물어봤어요. 저는 이런 질문에 대해 늘 아이디어가 넘치는 편이라 생각했던 구상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냈죠. 결과적으론 마음에 쏙 드는 표지가 완성되었답니다.
인세는 판매가의 10%로 계약했어요. 통상적인 인세율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매번 판매부수마다 정산한 건 아니고, 초판 인쇄부수 전체에 대한 인세를 출간 후 선급금으로 받았어요. 그중 일부를 또 계약금으로 계약할 때 미리 받았고요. 구체적인 금액은 비밀이에요.
이걸 어디부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되는 재미있는 질문이었어요.
엄밀한 의미에서 등단은 아니에요. 등단은 통상 순문학계에서 신춘문예, 문학상 등을 받은 작가에게 주는 일종의 자격증 또는 인증서 같은 개념이에요. 물론 저도 '대한민국 과학소재 스토리 공모전'을 수상하긴 했지만, 아마 기성문학계는 이걸 등단이라 인정하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등단이냐 아니냐를 굳이 따지기엔 등단이 가진 권위가 요즘엔 큰 의미는 없어졌어요. 꼭 문학상이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지 않더라도 소설가가 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고, 등단한 소설가가 독자들에게 더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라서요.
등단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출판계에서 소설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단 한 편으로 그치느냐, 계속 소설을 쓸 수 있느냐. 소설가로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죠.
(참고 : 판타지 소설은 등단 따위 필요 없어)
책을 실제로 읽어주신 독자님이 궁금해서 질문하시는 거니까요.
드래곤(용)은 선 대리의 현실 속 팀장에 대한 두려움이 투영된 꿈속 은유예요. 꿈이란 무의식의 영역이죠. 선 대리가 시기별로 '용'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뱀으로도, 도깨비로도, 늑대로도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선 대리는 꿈속에서 모호하고 막연한 무의식적 공포를 구체화된 '언어'로 정의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점차 직시하게 되는데요. 그 언어화의 힘에 대해 강조하기 위한 극적인 장치이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땐 늑대라도 내가 드래곤이라 정의하면 그건 드래곤인 거야! 라는 거죠. 가령 다른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 불러도 내가 폭력이라 부르면 폭력인 거니까요.
하필 '용(dragon)'이 메인 빌런인 이유는? 판타지 세계관이니까요. 용을 물리쳐야죠.
직장인의 일주일은 흉포한 드래곤이 지배하는 일곱 숲을 모험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구요!
주인공 선 대리는 현실의 스카프도 주황색, 꿈속 마법의 가루도 주황색이죠.
제가 다니는 회사의 로고 컬러가 오렌지이다 보니, 애사심에 회사 컬러를 쓴 거냐는 질문도 있었어요. 물론 주황색을 소설에 쓰면서 회사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하도록 두겠다는 장난스런 마음도 있었던 건 사실이구요.
정확히는 후기에서 밝혔다시피 선 대리는 '태양(sun)'을 상징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태양을 상징하는 색깔로 주황색을 사용한 거랍니다.
곤란했죠. 아니라고 해도 안 믿으시고. 그간 SF 위주로 써오다가 하필 첫 출간작이 오피스 소설이라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SF였다면 그런 오해는 덜 하셨을 텐데 말이죠.
사실 제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현실 속 지인들보다는 제가 봤던 무수한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에 나온 매력적이고 위험한 인물들에 더욱 깊이 영향을 받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인 여러분, 여러분은 생각보다 저의 소설 속에 등장할 만큼 강렬한 캐릭터들은 아니세요!(물론 여러분들도 현실에선 저에게 한 분 한 분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입니다만.) 만약 제가 지인들의 이야기로만 소설을 쓴다면 그 소설은 틀림없이 심심하고 재미없을 거예요. 혹시 모르죠. 더 소설처럼 영화처럼 극적으로 살아주시면 모델이 되실 수도 있으니 파이팅!
새로운 장편소설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그건 <잠숲>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다루고 있는 SF 소설이랍니다. 2025년 하반기에 만나요!
다만 지금 작업 중인 소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잠숲> 미공개 쿠키 에피소드를 추가로 이곳 브런치에 공개할 예정이랍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잠자는숲속의대리님 #서랍의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