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운 생활 : 어느 취미 소설가의 꿈
더 정확히는 판타지 소설가나 만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성장하면서 꼭 판타지 소설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게 되긴 했지만, 어쨌든 성인이 될 때까지만 해도 그 꿈을 향해 나아가리라 한 치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비록 이루진 못했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공부를 꽤 잘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분명히 말해 두지만 이것은 자랑이 아니라 정말 슬픈 얘기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둔 부모는 흔히 '만화가나 소설가는 좋은 대학에 가서도 할 수 있다.'라며 설득을 하게 마련이고 청소년이었던 나는 보기 좋게 그 설득에 넘어갔다.
전공은 꿈과 가까울 것으로 기대되는 것으로 골랐다. 그렇게 S대 국문과에 입학했고, 국문과가 소설을 쓰는 것과는, 특히 판타지 소설을 쓰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전공이라는 슬픈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은 평론가들이었지 창작자가 아니었고 대중적인 것보다는 권위적인 것을 좋아했다.
한 번 미룬 꿈을 두 번 세 번 미루기는 너무나 쉬웠다.
대학생 때는 대학 시절을 한껏 즐기느라, 졸업 후에는 돈을 벌어야겠다며 취직하느라, 그리고 결혼하느라, 육아하느라, 집을 사느라, 대출 갚느라..
지금 당장 중요한 일 하나만 먼저 하고 나서 소설을 쓰자며 미루던 것이, 이러다가 영원히 못 쓸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영원하지 않고 그것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이게 슬픈 얘기인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꿈을 미루고 공부를 먼저 하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꿈을 미루는 것도 습관'이며 '지금 당장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에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면서도 일단 에세이부터 썼다.
글쓰기를 좋아했고 글이야 늘 써왔으니까 에세이부터 쓰겠다고 했다. 차마 소설부터 쓸 자신이 없었다. '브런치'가 웹소설 전문 플랫폼도 아닐뿐더러 취미로만 소설을 써본 취미 소설가가 갑자기 소설을 쓰겠다고 해서 통과될 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리적으로 또 미뤄둔 것이다. 이번 글은 그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하다.
고질적인 '습관성 꿈 유보 증후군'을 극복하고 마침내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브런치 소설> 매거진을 오픈하고 첫 단편 소설을 발행했다. 처음부터 장편을 쓰기보다는 짧은 단편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여러 번 포기하고 미뤄 본 경험으로 인해 이번엔 스스로 포기하지 않기 위해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오랜 취미와 어떤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 이렇게 첫 단추는 어떻게든 꿰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소설을 계속 써나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할 차례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혹 미뤄둔 꿈이 있다면, 먼지가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꼭 꺼낼 수 있길 바라며.
일상을 덕질하듯 살아가며 매일 새로운 것에 꽂히는 '취미 작가'가 들려주는 슬기롭고 풍요로운 취미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