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날개 : 폰과 권력관계
‘폰 스택(Phone Stack)’이라는 게임이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여럿이 모인 식사나 술 자리에서 말 그대로 폰을 쌓아두는 것이다. 자리가 파할 때까지 자기 폰에 손을 먼저 대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진동이 울리고 핸드폰 불빛이 반짝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전화기에 손을 대게 되면 그날의 밥값이나 술값을 계산하게 된다.
이 게임은 언뜻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얘기로 보인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고개 숙여 스마트폰만 보는 사람들에게 고개 들어 눈 앞의 사람을 보라는 의미의..
여기 중요한 사업경과 보고를 위해 임원실에 들어간 부장과 대리가 있다.
임원은 벨소리 설정이 소리로 되어 있고, 부장은 진동, 대리는 완전 무음으로 설정해 놓는다. 보고하던 중에 임원에게 전화가 걸려 오자 잠깐 회의를 중단시키고 자연스럽게 통화를 마친다. 같은 시간, 대리는 과장에게 전화가 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지만 감히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부장은 보고 중이지만 진동을 느끼고 흘깃 확인해보니 대표이사에게서 온 전화라, 임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는다.
이 에피소드는 언뜻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얘기로 보인다.
권력관계에 따라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달라진다는..
다시 폰 스택 게임으로 돌아간다.
각자 다른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이번에는 폰을 각자 자리 앞에 놓아보자. 누구에게 전화가 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참, 모두 직장생활이나 사업 등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때 걸려오는 전화를 안 받고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전화를 안 받아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사람, 즉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높은 사람이다. 사업을 하더라도 중요한 거래처와 갑을관계의 위계가 있다. 프리랜서라도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청탁, 섭외 전화가 있다.
즉, 위의 에피소드에서 전화를 받을 권리는 전화를 안 받을 권리를 포함한다. 권력이 높을수록 전화를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권력이 낮으면 전화를 받는 것에서조차 자기결정권이 없다.
회사에서 상급자라면 제발 하급자에게 업무시간 외에는 카톡도 하지 말자.
꼭 그 시간에 연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나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
인간의 생각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습니다. 찾은 답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행위조차 의심합니다. 질문과 의심, 호기심과 자유로운 생각이 우리를 더 높은 차원으로 날게 해 줄 거라 믿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