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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왜 말보다 표정과 몸짓이 더 진짜처럼 느껴질까?

무의식이 말보다 먼저 말할 때

by 지혜로운보라

"괜찮아."

정말 괜찮았던 걸까?

정말 괜찮았던 적이 있었나?


어렸을 때 나는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플까 봐 괜찮다며 나를 속여왔다. 야단을 맞고도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몸은 이미 '괜찮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괜찮다'며 애써 나를 속였다.


상처받은 마음을 인정해 주지 않고,

괜찮다며 버리기 시작한 뒤로 나는 정말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애기가 왜 우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고, 남편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 화가 났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화가 났고, 화를 억누르고 괜찮은 척했다. 내 감정을 말이 아닌 표정이나 몸짓에 숨겼고, 때론 조용히 억눌렀다.


말보다 먼저 반응하는 '마음의 몸'

말은 뒤늦게 따른다.

진짜 감정은 몸이 먼저 안다. 속상하면 몸이 축 처지고, 서운하면 상대와 눈을 맞출 수가 없다. 눈물이 날까 봐 피하고 만다. 화가 나면 심장이 두근거린고, 억울하면 목소리가 떨리며 눈물이 흘렀다.


"너 그 말에 표정이 굳더라."

"너 웃는데, 왜 눈은 슬퍼 보여?"

이런 말에 내가 감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사람은 감정을 감출 수는 있어도, 그 흔적을 몸은 기억하고 있다.


감정은 말보다 빠르다.

왜 표정이나 몸짓인 더 '진짜'같다고 느껴질까?

그건 몸짓은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울 육아> 최희수 작가님은 1만 분의 1초라고 말하셨다. 내면의 무의식이 행동으로 나오는 시간이 눈을 깜빡할 사이라고.


무의식은 말보다 빠르다. 감정은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고, 표정과 몸으로 그 느낌을 표현한다. 상대가 어떤 말을 했는지보다, 그 말을 할 때 어떤 얼굴을 했는지 더 잘 느끼고 기억한다. 그 말을 할 때 어떤 몸짓이었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를 몸으로 기억한다.


내가 모르는 내 얼굴은?

질문을 적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표정으로 이 말을 하는 걸까?

나는 어떤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까?

남편에게 내 표정은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감정

아이들이 어릴 때 내 눈치를 살피며 "엄마 화났어?"하고 묻곤 했다. 아이가 느낄 때는 분명 화가 난 것이 맞는데, 엄마인 내 답은 "화 안 났어."였다. "그럼 웃어봐!"라고! 웃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때때로 말보다 표정으로 몸짓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는 분명 화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이는 내 표정을, 몸의 긴장을, 목소리의 떨림을 알아챘다. 아이 앞에서 감정을 숨긴다고, 그게 전해지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이에게 무표정하게

남편에게 차갑고 따가운 눈빛으로

친구에게는 냉담한 끄덕임으로

그러면서도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라고 변명했다.


질문이 진짜 나를 만나게 해 준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

내 표정이 나도 모르게 전하고 있는 감정은 무얼까?

나는 어떤 감정을 감추며 살아가고 있을까?

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을까?

왜 마음이 아플까 봐 인정하지 못했을까?


이런 질문을 쓰면서 하루 동안의 내 표정과 말투, 진짜 몸의 언어들을 조심스럽게 돌아보곤 한다. 무심코 지은 인상, 불편한 마음을 꾹 눌러 담은 말투. 그 모든 게 내 안의 감정이 보내는 '진짜 신호'였다는 걸 알게 된다.


감정을 알고 싶다면, 말보다 표정을 보자.

말은 감출 수 있다. 하지만 표정은 감정을 감싸 안은 얼굴이고, 몸짓은 그 감정이 흘러나오는 통로다. 나는 말보다 표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온전히 느끼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족의 표정에서, 친구의 눈빛에서 진짜 마음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표정으로 살고 있지?

이 표정은 어떤 감정을 담고 있지?


**당신 마음속 오늘의 질문은 무엇인가요?

나는 어떤 감정을 피하고 있나요?

내 표정이, 몸짓이 어떤 감정을 말하고 싶어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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