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뒤에 숨겨진 두려움을 마주하는 시간
지금까지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나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야.
우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며 관계를 붙든다. 마치 익숙한 것을 놓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이 사람을 놓으면 무너질 것처럼,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웃고 있는데, 마음은 무겁고
함께 있어도 너무 외롭다.
대화는 계속하는데 공허뿐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나는 관계 안에서, 나를 버리고 있었다.
말을 아끼고, 감정을 숨기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쿨한 척한다.
그러다 나는 사라지고
'괜찮은 사람', '잘 맞춰주는 사람'만 남은 거다.
나는 왜 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지?
왜 나만 챙기고 조심하는 거지?
왜 자꾸만 내 마음을 불편하다고 느껴지지?
왜 내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지?
이게 정말 내가 맞나?
이런 질문들이 내 안에서 맴돌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관계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
나는 나를 너무 많이 버려두었다는 것을.
관계는 나를 지켜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자리,
기쁨도, 슬픔도, 실수도 허용되는 사이.
그런데 어떤 관계는 나를 점점 사라지게 만들고
말할수록 상처가 되고,
함께 있으면 답답하고, 미치도록 외롭고, 두려워진다.
그래도 놓지 못한다.
왜일까?
어쩌면 상대보다
혼자게 되는 게 더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잃는 게 아니라,
익숙했던 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게 두려운 건지도.
질문은 결코 관계를 끊으라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면
잠시 멈춰서 바라보라고 말해준다.
지금 이 관계는 나를 지지하고 있는가?
나는 이 관계 안에서 숨 쉬고 있는가?
붙잡아야 할 것은 이 관계일까, 아니면 내 마음일까?
나는 왜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고 있는가?
왜 서로가 지지해 주는 관계가 되고 싶은가?
왜 나를 지키려면 놓아야 하는 관계도 있는가?
어느 날,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나, 그다음에 엄마, 아빠."
아이는 자기를 1순위로 꼽았다.
이거였구나! '나를 먼저 지킬 것!'
나를 버리면서까지 지켜야 할 사람은 없다.
내가 먼저 나를 지켜야,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야 어떤 관계든 건강하게 설 수 있다는 걸.
내가 나를 붙들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관계도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때로는,
놓는 것이야말로
가장 용기 있는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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