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이가 더 아픈 이유
"가족이라서 더 말하기 어려워요."
"엄마인데, 말 안 해도 알지 않을까요?"
하브루타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많이들 하는 표현이다.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사이라는 환상을 붙잡고 서로를 더 멀어지게 만든다.
어느 날, 딸이 물었다.
"엄마 왜 아빠는 내 말은 안 들어줘? 맨날 엄마 부탁만 들어주잖아."
"아빠가 엄마 말만 들어준다고?"
"응. 내가 해달라고 하면 꼭 안된다고 했다가, 엄마가 말하면 해주잖아. 그럼 내가 부탁할 때 들어줄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러네. 그래서 담이 마음은 어땠는데?"
"화가 나고, 속상하고, 기분이 나빴어. 아빠는 내 말을 안 들어줘."
알아차리지 못해서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 그냥 한 거절에 아이 나름의 해석이 더해지면 '아빠는 내 말은 절대 안 들어주는 사람이야.'라고.
왜 그럴까?
왜 가까운 사람을 아프게 할까?
왜 상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고, 주게 되는 걸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말 안 해도 알겠지, 하고 넘긴다.
"내가 이 정도 하면 알아줘야지!"
"그동안 내가 이만큼 참았으니 이젠 눈치채겠지!"
하지만 내 안의 기대일 뿐, 상대는 그 마음을 알리 없다. 기대가 하나, 둘씩 쌓인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실망은 어느 날 분노로 바뀌어, 사소한 사건에 분노로 폭발한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향한다.
말하지 않으면, 정말 모른다.
"엄마는 내가 싫어?"
아이의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나는 한 번도 엄마에게 싫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정말 엄마가 '싫다.'라고 할까 봐 두려워서 묻지도 못했고, 엄마의 기대를 채우느라 나를 혹사시켰다. 원치 않는 일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냥 당연히, 딸이니까, 언니니까, 가족이니까 하고 넘겼다. 그런데, 내 몸이 신호를 보냈다. 나를 거절하지 말라고, 너 자신을 챙기라고!
"엄마는 네가 그냥 너라서 좋아."
이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애쓰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엄마는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모, 자녀, 아내, 남편, 누구든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많이, 더 자주 물어야 한다.
감정은 빙산 위에 드러난 부분일 뿐이다.
표현된 감정은 물 위에 떠있는 얼음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사티어의 빙산 모델에 따르면
그 아래에는 감정, 기대, 욕구, 자아, 신념이 켜켜이 쌓여 얼음의 작은 부분이 행동으로 드러날 뿐이라고 한다.
왜 나는 신랑의 한마디에 서운했을까?
왜 엄마의 말에 눈물이 났을까?
왜 아이에게 화를 냈을까?
감정에 '왜'를 붙이는 순간,
그 안에 숨어 있던 기대가 보인다.
그리고 그 기대는 말 한마디에 풀리기도 한다.
질문은 관계를 다시 잇는다.
요즘은 신랑에게, 딸에게 자주 묻는다.
"오늘은 어땠어?"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어?"
"오늘 기분이 별로 같이 보이는데? 엄마한테 말해도 돼."
아이는 종알종알 있던 일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가족끼리 다양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각자의 세계에서 해석이 다르기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결론은 '그 친구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네. 친구가 어떻게 느꼈는지."다.
질문은 간격을 좁힌다.
질문은 몰랐던 마음을 연결시킨다.
우리는 모두,
복잡 미묘한 마음을 품은 존재다.
그냥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느낌 안에 어떤 생각과 해석이 들어있고, 어떤 기대가 있었는지를 찾을 수 있다면 관계는 따뜻해질 것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많이 묻고,
더 자주 경청하고,
더 따뜻하게 바라봐야 한다.
"너는 지금 어떤 마음이야?"
"그때 왜 그렇게 느꼈는지 말해 주면 고마울 것 같아."
하고 표현하자.
사랑하는 사람과 더 친해지고 싶다면,
질문을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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