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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영 Aug 23. 2021

토마토 찬사

토마토 없이 토마토를 생각하자


만약 토마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면, 정말 온몸을 다하여 토마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토마토가 없는 것이 토마토를 생각하는 것에 더 편할 수도 있다. 눈을 뜨고도 노트북 화면 앞에 토마토를 생각해낸다. 그리고 토마토의 냄새를 맡는다. 토마토 꼭지 부분의 특유의 약간 자극적인 냄새가 느껴진다. 토마토를 자세히 보면, 꼭지 부분의 하얀 솜털을 볼 수 있다. 토마토를 더 느끼기 위해서 손가락으로 껍질을 약간 벗겼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토마토를 깊숙이 찔렀다. 이제 냄새가 좀 더 강하게 난다. 손톱 사이에 토마토즙이 스며들고, 얼마 전에 살짝 긁힌 부분이 따끔거리기 시작한다. 그 흐르는 즙을 먹는 생각을 하니 침이 조금 고인다. 토마토를 잘라내고 그 과육의 씨 같은 것들이 뭉쳐져서 떨어진다. 벌레 같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토마토를 설탕이나 꿀에 찍어서 먹었던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토마토를 파스타에 넣듯 요리해서 먹는 것이 더 맛있어졌다. 이제 토마토를 완전히 뭉개는 것을 생각한다. 완전히 물이 되지는 않는다. 왼손 손가락 사이로 붉은 과즙이 흐른다. 씨도 조금 딸려 나온다. 완전히 뭉개자, 토마토가 뭉터기로 조각이 난다. 그것을 완전히 으스러트린다. 덜 갈아진 토마토 주스처럼 보인다. 다시 기억을 돌려서 토마토를 완전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빈 벽에다 마구 던진다. 토마토가 한 박스 추가되었다. 그것을 벽에 마구마구 던진다. 이제 토마토는 소리도 난다. 벽에는 난해한 무늬가 생긴다. 이제 그것은 더이상 토마토가 아닌걸까?





                                                                                Photo by Denise Bossart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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