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는 유성우流星雨가 말 그대로 비처럼 내리는 것인 줄 알았다. 검은 하늘 위로 분수처럼 쏟아지는 별빛을 상상하며 밤을 새더라도 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비보다는 띄엄띄엄 지나가는 비행기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공룡이나 별자리나 신화처럼 아이들이 어른보다 유난히 더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학교를 마치면 뭐하고 놀까 생각하면서만 살았던 그 소득 없는 시절에도, 나는 별과 별자리는 참 좋아했었다. 책에 있는 별자리를 하늘에다 그려보기도 했고 하늘의 별자리를 다시 하얀 종이에 옮겨 담기도 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유성 쇼가 있을 거라고 뉴스에서 떠드는 날이면, 친구들과 각자 유성 쇼를 보고 오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다음날 각종 드라마나 다른 재미있는 무언가에 교실이 들썩일 때 유성을 기다린 아이는 나밖에 없음을 어렴풋이 깨닫기도 했지만.
내가 어려서 뭐든 하고 싶은 것을 정할 수 있었을 때에 나는 애초부터 별을 좋아해서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는 그 말 뒤에 서울대나 천문학과나 수학이나 어쨌든 공부를 매우 잘해야 한다는 것들은 한마디도 안 하시고 그저 시간이 날 때 밤에 천문대를 데리고 가주고 별자리 책을 사주고 그러기만 했다. 우주에서의 누군가가 우리 지구를 지나가는 밤이면, 자상한 아빠는 내가 기다리다 지쳐 잠들 때까지 창문 앞에 같이 앉아 있어 주셨다. 특히 유성 쇼가 펼쳐진다는 뉴스가 나오면 별을 볼 수 있는 곳에 데려가 의자와 담요를 준비해주셨다. 의자를 모아 담요를 깔고 침대처럼 누워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기다리던 밤. 살면서 처음으로 별똥별을 6번이나 보았던 그 유성우의 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다시금 하늘을 보게 되었을 때, 별 하나 달 하나 떠있는 서울 하늘은 내 기억 속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삭막하지만, 그래도 밤하늘은 밤하늘이다. 단 하나 떠오른 저 별은 외할머니 댁 하늘의 수많은 별 무리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중 달빛에도, 도시의 빛에도 기죽지 않을 유난히 밝은 어떤 별이었을 것이다. 그 외로운 별을 보고 있노라면, 저 별의 시간과 공간이 나와는 다른 것이라는 게 도저히 실감 나지 않는다. 내가 그 별을 보듯이, 그 별도 나를 보는 것만 같기에. 별에게서 위로를 받는 것은 말도 되지 않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아빠도 나도 순수했던 그 밤의 별들을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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