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파인가?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우리 그룹이 지하철을 더 좋아하는 사람과 버스를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략 이런 식이었다.
- 버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창밖의 풍경을 좋아하고, 풍경을 보면서 음악을 듣거나 등의 감성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좀 더 세밀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과 지하로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을 추구하였다.
- 지하철을 좋아하는 사람은 번잡한 시간에도 대부분 목적지에 정시에 도착한다는 것을 가장 높이 사며,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는 점을 중요시했다. 지하철파는 버스는 돌아서 다니며, 차 밀리는 시간에는 속수무책이라 생각했고, 바깥 풍경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나는 말하자면, 완전 버스파로서 지하철이 조금 더 빨리 간다고 해도 웬만하면 버스를 타는 사람이다. 버스에서는 음악을 들으면서 멍 때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지하철은 맞은편에 사람이 앉아있으니 시선을 둘 곳을 필사적으로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버스파인 우리는 지하철이 삭막하고, 기계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지하로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대한 철제 기계 안에 갇힌 채 굉장한 소음을 견뎌내면서 지하로 이동해야 한다. 그 괴로움을 견디는 대신 정시 정각이라는 도시적인 이익을 거둔다. 나에게 지하철은 이런 느낌이다.
하지만 버스파인 내가 지하철을 좋아하게 되는 때도 가끔 있다. 지하로 이동하게끔 만들어진 지하철이지만, 강을 건널 때는 대부분 지상의 다리를 지나간다. 특히 한강 다리를 건너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있을 때면 갑자기 창 밖을 보고 싶어 진다. 공원에 모여든 사람들의 즐거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불 밝힌 한강 다리를 감상하기도 한다.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 때는 꽤 많은 이들이 같이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본다. 불꽃놀이를 할 때는 명당을 지나가는 지하철이 일부러 속도를 늦춰 같이 불꽃놀이를 감상하기도 한다.
나에게 지하철은 기계적이라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척이나 인간적인 이유로 그 기계에 몸을 싣는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미래를 위해... 매일 낯선 이들과 몸을 부대껴야 하는 출퇴근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은 사실 버스나 지하철이나 상관없이 나름의 필연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
오늘도 버스와 지하철은 열심히 서울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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