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튀르키예 슈퍼에 들렀다가 영문으로 ‘요구르트 칩'이라 적혀있는 봉지를 발견했다.
새콤달콤한 과자인 줄 알고 사서 키프로스 친구에게 보여주었더니 '타르하나'라는 수프 재료란다. 물에 불려 끓이는 건조식품인데, 바삭바삭한 게 과자처럼 집어 먹어도 맛있었다.
예전에 친구가 키프로스에선 치즈와 요구르트로 만든 수프를 자주 먹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그 수프 재료였다.
말이 수프지, 우리나라 쌀죽이 연상되는 질감의 타르하나는 키프로스에서 아침 식사로, 또는 배가 아프거나 해장할 때 자주 먹는다고 한다.
비타민과 미네랄, 단백질도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좋다.
요구르트나 발효된 양·염소 우유를 밀가루와 섞어 반죽해 말린 겨울철 장기 저장식품인 타르하나는 서아시아와 동남유럽 지역에 걸쳐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키프로스 트라하나스(τραχανάς): 발효된 양·염소 우유와 거친 밀가루로 반죽해 물로 끓인다. 할루미 치즈를 곁들여 먹는다.
그리스 트라하나스: 밀가루나 듀럼밀, 불가르 밀을 사용해 우유로 만들며 새콤한 맛과 달콤한 맛의 트라하나스가 있다.
아르메니아 타르카나(թարխանա): 캅카스 지역 발효 유제품인 마춘과 계란을 넣는다.
튀르키예 타르하나 초르바스(Tarhana Çorbası): 피망이나 토마토 등의 야채를 넣고 고추기름이나 버터 소스를 첨가하기도 한다.
알바니아 트라나하: 뜨거운 올리브 오일과 페타 치즈를 곁들인다.
지역과 언어에 따라 타라나, 타르히네, 티르헤네 등으로도 불린다니,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먹는 음식인지 감이 온다.
한국에 제일 많이 소개된 타르하나는 튀르키예식인데, 내가 이번에 만든 수프는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 조리법을 따랐다.
키프로스식 트라하나스
치즈는 키프로스 마을에서 직접 공수한 수제 치즈를 사용했다 <재료>
타르하나 200g, 할루미 치즈 한 덩이, 치킨파우더/소금, (오레가노, 후추)
(4인분 기준)
<조리 방법>
1. 냄비에 타르하나 200g과 물 3l, 치킨파우더 큐브 반개를 넣고 한 시간 동안 불린다(치킨파우더가 없다면 소금으로 간을 하면 된다).
2. 중불에 1시간 동안 끓인다. 눌어붙지 않도록 중간중간 저어준다.
3. 네모로 조각낸 할루미 치즈 한 덩이를 냄비에 넣고 5분 더 끓인다.
4. 오레가노와 후추를 톡톡 뿌리면 풍미가 더해진다간단한 조리법만큼 맛도 단순하며 투박하지만, 새콤한 맛이 생소하면서도 중독적이다. 말랑말랑하게 씹히는 할루미 치즈는 미역국 속 조랭이떡처럼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혼자 먹을 거라 2인 분량을 끓였는데 내 양 기준으론 네 번은 족히 먹을 것 같다.
내일 아침 메뉴는 타르하나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