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초보 위탁부모도 있지만 2~30년 동안 아이들을 돌본 베테랑도 있는데 의외로 꽤 자주 등장하는 고민은 아이가 정리정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는 아이니까 청소하기 싫어하는 건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탁아동의 어수선함이나 개인위생관리 능력의 정도는 일반아동보다 훨씬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13살 여자 아이를 돌보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아이가 생리대를 제대로 처분하지 않아 힘들어했다. 사용한 생리대를 돌돌 말아 옷장이나 서랍장 안에 숨겨두는 버릇이 있어, 방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악취가 풍긴다고 했다.
생리혈은 땀과 자궁내막 탈락물, 분비물등이 섞여있고, 밀폐된 공간에 고여있기 때문에 보통 피와는 다른 퀴퀴하고 쇠 같은 냄새가 난다. 일반 여성이 생리할 때 신경 써서 자주 생리대를 갈아 주어도 이런 냄새는 피하기 어려운데, 이 아이에 방엔 오래된 생리대들이 방 구석구석 숨겨져 있었으니 얼마나 역겨운 악취가 났을까.
'일주일에 한 번 청소'라는 규칙으로 루틴을 잡아주고, 같이 청소도 해보고, 어르고, 타이르고, 용돈을 깎고, 컴퓨터 사용 시간을 줄이고. 별의별 시도를 해봤지만 아이의 방은 '돼지소굴' 모습 그대로라는 위탁부모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똑같은데, 아이들의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권위자에 대한 반항심을 표출하는 방식일 수도, 극심한 우울증일 수도 있다.
또한, 어렸을 때 씻고 정리하는 일상 루틴을 부모에게 배우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돌보았던 한 아이는 결석이 너무 잦아 학교가 신고해 사회복지사가 개입하게 됐는데, 집안에 키우는 개와 고양이들의 오물이 가득해 아이가 자꾸 질병에 걸렸다고 한다.
하도 오랫동안 씻지 않아 몸에선 악취가 풀풀 나는 채로 등교를 해, 학교에선 따돌림과 놀림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씻지 않는다.
샤워하는 것은 죽어도 싫어하면서 머리는 항상 예쁘게 묶고 다니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어느 위탁부모의 한탄을 들은 적도 있다.
아동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뇌 손상이 일어나고, 가정이 혼란스러울수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정리정돈을 하기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