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기로에 섰을 때
내가 내리려는 결정이 '과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할 큰 결정의 기로에 섰을 때. 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을 앞두었을 때. 무작정 홍콩으로 떠날 때가 그랬고, 모아둔 모든 돈을 잃고도 퇴사할 때가 그랬고, 안정적인 정규직 제안을 거절하려는 현시점이 그렇다.
상황과 결정 내용이 어떻든 결국 근본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기로는 둘 중 하나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선택하느냐, 안고 가야 할 위험요소와 미지수는 훨씬 높지만 잠재력을 보고 모험을 하느냐.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 법칙은 인생에도 적용한다.
개인마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 수용할 수 있는 위험선호도(Risk appetite)가 다른데, 내가 여태 선택해 왔던 일들을 모아두고 보면 난 항상 리스크가 높은 선택을 해왔던 것 같다. 당장의 생활이 불안정해지더라도, 다가올 앞날을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더라도, 내겐 그런 미지수가 새로운 걸 경험하고 배우게 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로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내 인생에 대한 큰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투자를 하는 것과 같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거기엔 시간과 돈이라는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원하는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거기에 다다르려는 A, B, C안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어야 한다. 내 앞에 놓인 선택지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각 옵션에 따른 위험 수준과 잠재적 이점과 단점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분석 과정에서 항상 맞닥트리는, 풀리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래서 이 길을 택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까?'란, 앞날을 알지 못한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오는 질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거기에 따른 두려움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옵션을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내가 현재 내리려는 결정은 과연 무모한 것일까 과감한 것일까? 한치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나인데, 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지금 결정이 설령 무모한 실수라 할지라도,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어제보다 업그레이드된 내가 될 수 있다면 그 실수를 과연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난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는 Grit, 목표한 바를 이루어내겠다는 투지의 정신이 있다면 처음엔 무모했던 결정을 통해서도 큰 열매를 딸 수 있는 것이고, 가던 길을 중간에 포기해 버린다면 과감했던 결정도 결국엔 무모한 실패의 결정이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