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오늘의 식탁 - 8월 12일
유난히 추웠던 런던의 6-7월. 눈 빠지게 기다렸던 여름 날씨가 드디어 시작됐다. 그래봤자 몇 주 안 되는 '반짝 여름'이 될 테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 때 입던 패딩 그대로 입고 다녔으니 반짝 여름도 반갑기만 하다. 오늘 온도는 27도. 여긴 '더운' 여름 평균 날씨가 22-25 도기 때문에 27도만 넘어도 뉴스는 이를 '폭염 살아남기' 등의 기사를 뿜어낸다.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 기차철로로 인해 기차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건 매년 겪는 일이다.
더운 날씨를 좋아하는 내겐 이런 날씨면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집 3면이 모두 바깥을 바라보는 창문이라 창문을 활짝 열어 두고 소파 위에 앉아 있자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게 그리 쾌적할 수 없다.
오늘 아침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며 그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려 소파에 앉았다가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몇 시간 뒤 잠은 깼지만 나른하게 하는 후덥지근한 날씨 핑계를 대며 누운 채로 유튜브를 보던 중, 다이어트 레시피로 소개된 영상을 보고 맛있겠다 싶어 후딱 일어나 점심으로 만들어 먹은 메뉴다.
너무 간단해서 요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데, 건강한 탄단지 고루 갖춘 데다 냉장 보관하던 재료에 열을 가하지 않고 후딱 만드는 요리라 시원하기까지 해 오늘 같은 더운 날엔 금상첨화다.
재료는 두부 반 모, 오이 반 개, 김, 다진 마늘이면 끝난다. 두부를 밥그릇에 넣어 숟가락으로 으깨준 다음, 네모 썰기 한 오이와 김을 썰어 넣어준다. 그리고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굴소스,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섞어 먹는다.
틱톡 영상에서 본 레시피라 정확한 계량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식 계열 레시피의 장점은 그냥 직감적으로 만들어도 아주 맛있는 음식이 완성된다는 것. 이런 맛난 레시피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이제 친하게 지내자 오이두부비빔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