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동생과 우당탕 하루
내겐 나보다 13살 어린 여동생이 하나 있다. 동생이 어릴 땐 옆에서 숙제하는 것 도와주고 같이 놀아주면 됐지만 점점 동생이 성장해 갈수록 언니로서 함께 해 줄 일들이 참 많아진다.
대학교는 어디를 선택할 것인지, 서류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상사와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내 갈 것인지 등, 대면하는 과제는 참으로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 하다.
13년 더 산 언니로서 가끔씩 동생이 선택한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보일 때도 있지만 혼자 결정하고, 넘어지고, 배우는 것이 바로 눈앞에 놓인 일을 '최고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에, 웬만하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동생의 생각을 많이 들어주고 지지해 주려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일이 하나 터졌다.
몇 주 뒤 대학교 입학을 앞둔 동생은 빨리 숙소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곤란해지지 않게 숙소는 미리 찾아 두라고 이야기한 게 올해 초였는데 잔소리처럼 여겨졌는지 내 말을 듣기 싫어해 별 말 안 하고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직까지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내가 말했잖아!'라고 나무라고 싶은 걸 꾹꾹 참고 함께 액션플랜을 짰다. 일주일 동안 빈 방을 알아보고, 뷰잉을 예약하고, 회사에 반차를 내고, 대학교가 있는 도시까지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이동시간은 3시간. 기차표 가격은 일인당 70파운드(한화 12만 원).
이렇게 급하게 동생이 대학생활 3년 동안 이 지낼 방을 알아보는 도중 동생이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통보해 왔다.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인데 철없고 어린 동생은 '이 방법 밖에 없다'며 고집을 부리는데 돌아버릴 것 같았다. 이건 '한번 넘어져도 보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류의 선택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뜯어말려야 하는 상황인데, 아무리 그러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도 동생은 '왜 자기 선택을 믿어주지 않냐'며 속상해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나도 어릴 땐 내가 다 큰 줄 알고 엄마아빠 말 참으로 안 들었으니까.
강하게 말리면 말릴수록 동생은 점점 내게 자신이 내리려고 하는 결정을 공유하려 하지 않으려고 할 텐데, 이걸 어찌해야 하나 참으로 막막했다. 한바탕 싸우고, 동생은 더 이상 자기랑 같이 집 보러 오지 말라고 하고. 참으로 감정적인 하루를 보냈다.
남이었다면 조금 더 침착하게 설득해 볼 수 있었을 것을, 동생이다 보니 순간 나도 너무 팔짝 뛴 것 같다. 동생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면서 살살 다른 방향으로 구슬려 볼 수도 있었을 것을. 내가 갑자기 강하게 나오니 동생도 거기에 반응해 욱하고 나온 것 아닌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걱정과 염려를 잠재우고 침착, 침착, 또 침착이 필요한 때다.
에휴, 어린 동생 키우려니 참으로 힘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