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은 감정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왔던 지인과 같이 일을 하게 됐는데 그 사람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하는 일들이 매주 이어졌다. 본인이 벌려놓은 일들을 정정당당하게 마주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회피하면서 거짓말로 상황을 마무하려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거짓말은 거짓말로 이어졌고, 이 사람은 프로젝트를 말도 안 되게 대책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주변 사람들이 크게 피해를 볼 수 도 있는 그런 상황들을 이 사람은 잘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대면했을 때 이 사람은 딱 잡아 땠다.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주변에 이 사람이 말이 거짓말이란 걸 증명하는 증인과 이메일들이 있는데도 이 사람은 끝까지 납득이 되지 않는 핑계를 대며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지난 몇 달 동안 무너져가는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세워보려고 정말 애썼고, 팀원 모두 이 사람과 대화를 통해 개선을 해보려고 했지만 이 사람의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서 오는 피로감과, 내가 참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실망감은 분노와 미움으로 이어졌다.
내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자 나의 다른 일상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일을 하지 않는 쉬는 시간에도 내 마음은 이 사람 생각에 기분이 안 좋았고 마음이 불편해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난 매 순간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고 프로젝트 관련해 카톡이 핸드폰에 뜰 때마다 '이번엔 이 사람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나' 싶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자 카톡 알림음이 울리기만 해도 마음이 어려워졌다. 발송자가 누군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난 몇 주 전부터 카톡 알림 설정을 꺼두었다.
분노, 실망, 충격. 이 모두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부정적인 감정들이지만 가장 독기를 뿜고 있는 감정은 단연 미움이다. 일어나는 일들을 자꾸 색안경을 끼고 삐딱하게 보게 만들며 내 입 밖으론 험담을 늘어놓게 한다. 미움으로 인해 변해가는 내 모습이 결코 자랑스럽지 않다.
그 이유가 어찌 됐든 내가 하는 말과 생각의 주인은 나이며 그에 따른 책임은 최종적으로 내게 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미움을 받을 만큼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 하더라도 거기에 반응해 내가 미움 가득한 말을 분별없이 내뱉는다면 그 책임은 내게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이 너무 밉고 꼴 보기 싫어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중에 후회하고, 떳떳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말과 행동을 정말 하고 싶냐고. 삶을 갉아먹는 독기 가득한 미움을 정말 내 마음에 담아두고 싶냐고. 나의 그릇을 그렇게 악취 나게 하고 싶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