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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프니까 닭고기레몬 수프

그리스인들의 소울푸드, Avgolemono

by Windsbird

새하얀 국물에 베이지색 닭고기. 색감을 더해 줄 당근이나 완두콩 하나 없어 참 심심해 보이는 수프다. 별 기대 없이 한 숟갈 입에 넣었는데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구수하게 우러난 닭육수 국물에 상큼한 레몬맛이 입맛을 돋운다. 국물 속에 들어간 밥알들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어렸을 때 아프면 엄마가 해줬던 쌀죽 같은 질감이 친숙하면서도 끝맛은 새큼한 게 참 이국적이다.


5주째 아픈 날 위해 짝꿍이 그리스식 치킨수프인 Avgolemono(αυγολέμονο)를 만들어주었다. 자주 날 위해 이것저것 요리해 주는 짝꿍이지만 아플 때 받아먹는 음식은 더 정겹다.


'아브골레모노'는 그리스어로 '계란-레몬'이란 뜻으로, 로스트 치킨, 포도잎쌈밥 돌마데스, 야채 요리 등을 드레싱 하는 하는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식초도 아닌 레몬으로 수프 맛을 낸다는 게 한국사람인 내겐 참으로 생소하지만, 아브골레모노 수프는 그리스인들이 아플 때 먹는 소울푸드란다. 우리나란 닭죽, 서양권에선 치킨수프. 그리스에선 닭고기가 들어간 레몬 수프. 전 세계적으로 원기를 회복시키는데 닭국물이 최고긴 한가보다.


튀르키예, 발칸지역, 아랍 지역, 유대인 요리에도 아브골레모노와 비슷한 상큼한 치킨수프 요리들을 찾아볼 수 있다.


기본 조리법은 아주 간단한데, 아주 다양하게 변형시켜 먹을 수 있는 요리다.


당근, 셀러리, 파, 마늘 등의 야채를 넣고 요리해 마지막엔 딜이나 파슬리 허브를 뿌려주어도 되지만, 우리 짝꿍은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준 레시피 그대로 하겠다며 계란, 레몬, 닭 이렇게 딱 세 가지 재료만 사용했다. 따라서 비주얼은 그냥 희끄덩한 국물이니 사진은 생략한다.



<조리 방법>

1. 취향에 따라 당근, 셀러리, 파, 마늘 등을 채 썰어 냄비에 볶아준다.

2. 물과 치킨스톡을 끓이다가 쌀을 넣고 20분 정도 약불에서 끓여준다. 이때 월계수잎을 같이 넣고 끓여주면 국물의 풍미가 더해진다.

3. 이미 조리된 닭고기를 결대로 찢어 넣어준다.

4. 다른 용기에 계란 두 개와 레몬주스 반 컵을 휘저어 섞어 아브골레모노 소스를 만들어준다.

5. 소스에 닭국물 한두 국자를 넣고 저어주어 템퍼링 해준다.

6. 마지막으로, 아브골레모노 소스를 수프에 넣고 저어주는데, 이때 소스의 계란이 스크램블 에그가 되지 않도록 불 조절을 잘해주는 게 이 레시피의 관건이다.


이미 쌀이 들어있어 수프만 먹어도 든든하지만 뭔가 심심하다. 짭짤한 치즈와 토마토가 올려진 플랫브래드를 바삭하게 오븐에 덥혀 같이 먹으니 딱 어울린다.


#그리스 #감기 #레시피 #세계요리 #글루틴


*사진 출처: The Spruce Eats / Diana Chistru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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