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을 론칭하면서 채용 인터뷰에서 자주 했던 질문이다. 팀원 간의 갈등을 풀어가는 다양한 방법을 듣기 위한 질문인데 대부분의 한국 지원자들에게선 일관적으로 같은 답이 나왔고 그 답은 영국 면접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관계가 어려운 동료에게 같이 술 마시러 가자고 할 겁니다."
한국인의 '함께 술 마심'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갈등을 겪고 있는 껄끄러운 사람에게 청하는 술 마심은 허심탄회하고 열린 대화에 대한 초청장이자 '지난 일은 툭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해 보자'란 넓은 마음을 보여주는 제스처다. 술을 마시면서 회사 내에선 하기 어려웠던 속마음을 서로 솔직하게 나누고 어깨도 툭툭 치면서 사과도 하고 서운했던 마음 징징거려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관계는 한 층 더 깊어지는. 그런 게 한국 문화다.
회사에서도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이런 정겨운 한국 문화를 알 리 없는 영국 면접관들은 회사 내에서 논리적인 대화로 풀어나가는 답을 기대했다가 갑자기 나오는 맥주 이야기에 벙쪄했고 인터뷰가 끝나면 항상 내게 물어왔다. 한국 사람들은 술을 왜 이리 좋아하냐고.
문화 차이에서 오는 오해이기 때문에 같이 술 마시러 가겠다는 답변이 틀린 답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유럽계 회사에서 듣고 싶어 하는 답을 인지하고 면접에 참여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면접관은 스텝바이스텝으로 어떤 식의 대화를 할 것이며 대화 내용은 어떻게 될 건지, 상사나 인사팀을 통해 추가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은 알고 있는지 등의 답을 기대하고 있다. 무조건 참고 이해하려고 하겠다는 '착해 보이는' 답은 좋은 답변이 아니다. 영국 회사 문화에선 주변 사람들과 두런두런 잘 지내는 사회성보단 지혜롭게 갈등을 처리하고 해결해 가는 능동적인 자질을 더 높게 평가한다. 이런 선호도는 이메일이나 미팅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연재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