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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Jan 18. 2024

베이컨과 바나나의 탱고

자기 전 요리책이나 음식에 관련된 책을 뒤적거리는 걸 좋아한다. 며칠 전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The Flavour Thesaurus'란 책을 침대 위에서 훑어보았다. Thesaurus란 유의어와 반의어를 모아둔 언어 사전이니, 한국어로 책 재목을 번역하자면 '맛의 백과사전'정도 되겠다.


Niki Segnit이 저자인 이 책은 99 가지의 흔히 사용되는 음식 재료들을 우드랜드, 플로럴, 프루티 등의 맛 테마별로 나눈 후, 어떤 재료가 무엇과 잘 어울리는지를 나열한 책이다. 초콜릿 & 헤이젤넛, 감자 & 소고기등 우리에게 익숙한 페어링도 있지만 수박 & 굴, 블루베리 & 버섯 등 특이한 페어링도 종종 등장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넘겨보다가 눈에 들어온 조합이 있으니, 바로 베이컨과 바나나! 조리법도 너무 간단하길래 그 다음날 아침으로 바로 만들어봤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나나에 베이컨을 돌려 말아 준 후 이쑤시개로 모양을 고정시킨 후, 프라이팬에 8-10분 정도 구워주면 끝!


솔직히 그냥 상상이 가는 맛일 것 같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바나나와 베이컨 맛이 합쳐진 맛 아니겠는가. 하지만 갓 구워진 바나나 베이컨 말이를 입에 넣어보니 만들어보기 잘했다 싶다. 


한입 베어 물자마자 느껴지는 베이컨의 강렬한 짭짤함, 그리고 살살 올라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고도는 바나나의 달콤한 향기. 마치 우락부락한 수염 난 남성과 하늘하늘한 여성이 함께 손을 잡고 탱고를 추듯, 두 가지의 상반되는 맛은 입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졌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바나나베이컨을 해 먹었는데, 그 묘한 맛이 자꾸 생각난다. 



#요리 #레시피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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