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오늘의 식탁 - 3월 12일
작년, 짝꿍과 난 한 달의 간격을 두고 비슷한 시기에 퇴사를 했고, 한 달 전,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비슷한 시기에 취직을 했다. 둘이 그렇게 계획한 것도 아닌데 타이밍이 그렇게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거기다 짝꿍의 새 직장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 같이 저녁 먹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뭐든 잘 먹는 짝꿍이라 저녁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생양파와 부추, 고춧가루와 액젓을 섞어 만든 양파김치를 맛있다고 밥숟가락으로 김치만 푹푹 떠먹는 사람이 바로 키프로스 출신인 우리 짝꿍이다.
어제 저녁은 일요일 만들었던 제육볶음과 잡채를 마저 먹기로 했다. 두 가지만 밥상에 올리기엔 심심할까 봐 소꼬리를 넣고 끓인 토마토 수프도 함께 올렸다. 당근, 양배추, 토마토를 넣고 만드는 이 수프는 마녀수프로도 불리는데 냉장고털이 할 때 제격인 손쉬운 메뉴다.
짝꿍은 수프 맛을 보고 '음' 하더니 잡채를 한가득 손으로 집어 수프 그릇에 훌렁 담군다. 그리고 수저도 사용하지 않고 그릇째로 잡채와 토마토 수프를 해치워버린다.
국물에 국수 말아먹는 키프로스 짝꿍의 너무나 한국적인 모습에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이미지 출처: Id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