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뉴요커 사는 이야기
괜히 집에 있었나 봐.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말았지. 아들이 친구네 이사 도와주러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누가 아파트 문을 쾅쾅 두드렸다. 평소 우체부는 노크도 안 하고 떠나니 우체부 일리 없고 노크 소리가 심상치 않아 서둘러 나무 계단을 내려가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제복을 입은 경관 두 명이 보였다.
"전화했어요?"
" 아니요."
"집에 다른 사람 없어요?"
"없어요."
경찰차는 집 근처에 주차되었고 10분 후 떠났다. 가끔씩 경찰이 찾아와 이런 소동을 일으킨다. 누가 전화를 했을까? 무슨 일로. 수년 전 아래층 노부부가 찾아와 문을 세게 두드렸다. 곧 폭발이라도 할 듯이. 2층에 사는 우리 집 소음이 참기 힘들다고 불평을 했다. 할아버지는 이사 소음도 견디기 힘들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이사할 때 소음 안 나고 하는 집이 지구 상에 어디 있으리. 가끔 아들이 친구랑 전화를 했고 그것도 듣기 싫다고 불평을 했다. 1940년대 완공된 오래된 아파트는 나무 바닥이고 오래되어 조심히 걸어도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래층에서 온수를 사용하면 우리 집 온수가 안 나온다. 냉수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지하에 공동 세탁기 몇 대가 놓여 있는데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각나게 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다. 세탁하러 갈 때마다 공포의 분위기가 감돈다. 내가 뉴욕 시립 발레단 프리마돈나니? 발레리나처럼 어떻게 조심스럽게 매일 걷겠어? 그냥 살지.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처럼 살지. 할아버지는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찾아와 소리를 질렀다. 집에서 어린아이 키우는 것도 아니고 오래전처럼 두 자녀가 매일 바이올린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그때는 이웃에게 많이 미안했으나 어쩔 수 없이 연습을 했다. 연습하지 않고 레슨 받는 게 불가능하니. 난 거의 매일 맨해튼에 가는 편이고 아들은 집에서 조용히 지낸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우리 집 소음이 견디기 힘드니 경찰에 신고한다고 휴대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 후로 가끔 경찰이 찾아와 노크를 하고 누가 전화를 했는지 묻는다. 월요일 아침 조용히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런 소동이 일어났다. 내가 집에서 무얼 하겠니? 집안일하고 책 읽고 글쓰기 한다. 전화도 특별한 경우 아니면 잘 하지도 않는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는지 할아버지는 가끔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코 고는 소리도 들리고, 기침소리도 들린다. 어느 날 할아버지 기침이 심하니 아들이 엄마 보고 카네기 홀에서 가져온 목캔디 할아버지에게 줄까 라고 했다. 그뿐 아니다. 보스턴에 사는 딸이 집에서 함께 살 적 할아버지 부부싸움도 들었다고. 방음 장치는 분명 안 좋은 듯 짐작이 된다. 1층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다 듣고 사는데 1층 노부부는 왕처럼 지내려고 한다. 오래전 할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고 그 후로 가끔 경찰이 찾아오니 난 할아버지가 의심이 가나 누가 범인인지 알지 못하나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고 불편하다. 누가 왜 이런 장난을 할까? 사는 게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어서 다른 사람 불편하게 하는 게 취미인 사람도 있나?
2년 전인가 새해 첫날 5대의 경찰차가 집 앞에 주차를 하고 노크를 했다. 하필 그때도 아들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나 혼자 집에 있었다. 오늘과 같은 일이었다. 문을 세게 쾅쾅 노크를 했고 누가 전화했는지 묻고 떠났다. 새해 첫날부터 아주 많은 경찰들이 집에 찾아오니 얼마나 놀랐겠어? 경찰이 떠나고 이상한 곳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조용한 월요일을 보내고 싶었는데 이상한 월요일을 보내고 말았어.
종일 하늘은 우울 우울 노래를 부르고 아들은 친구네 이사를 잘 도와주고 있을까. 이사하면 마음이 무겁지. 뉴욕은 가진 자에게 천국이지만 갖지 않은 자에게 고통의 도시다. 이삿짐센터 포장 이사 비용이 너무 비싸니 뉴욕은 대개 직접 짐을 싸고 이사하는 집도 많다. 롱아일랜드에서 베이사이드로 이사를 한다고 하는데 아들은 처음으로 친구네 이사를 도와주러 갔다. 뉴욕에 와서 2번 이사했지만 너무너무 힘든 일이었다. 집 구하기도 너무 어렵고 혼자 짐 싸고 이사하는 게 죽을 맛이었지. 공부하면서 집안일하면서 두 자녀 픽업하면서 동시 여러 가지 일을 하니 정말 힘들기만 하다.
아들은 집을 떠나면서 현관문 유리창에 새들이 똥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아, 슬퍼. 뉴욕에 새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들의 합창이 좋지만 새벽 2-3시 들려오는 새들의 합창이 너무 커서 아들은 가끔 잠을 깬다고. 새들의 비브라토 소리가 장난이 아냐. 소프라노의 아름다움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지만 새들에게 비브라토를 배웠을까. 시간대에 따라 비브라토 소리가 다르다. 새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혹시 사랑을 나누는 것일까?
대포 소리 울리는 하얀 냉장고에는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아이다호 감자와 양파와 달걀과 김치만 있어. 1 봉지 2 불하는 아이다호 감자가 얼마나 좋아. 이 세상 물건 가격이 감자 가격이라면 다 내건대. 감자 말고 싼 게 거의 없어서 슬퍼. 맛있는 캘리포니아 오렌지도 없고 맛 좋은 아보카도도 없고 배가 고파 달걀을 삶아 먹었다. 부활하고 싶은 달걀이었을까. 샤워나 하고 맨해튼에 가서 댄스나 보고 올까. 집에서 지낸 것도 쉽지 않아. 나의 평화를 빼앗아 가는 범인 누구야? 누구?
내가 무덤 속에 들어갈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삶이 이리 복잡한지 알 수 없구나. 마음이 복잡하면 늘 묘지를 생각하지.
2018. 5. 14 월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