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월요일 아침

추억에 잠겨

by 김지수
IMG_6984.jpg?type=w966 인동초 꽃



뉴욕의 월요일 아침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아침 기온은 선선해 참 좋다
며칠 전은 태양이 활활 불타오르더니
하늘의 마음도 인간 세상처럼 변덕이 심하나
하루에도 수천 번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지
주말 난 패잔병처럼 쓰러져 버렸어
근심이 날 통째로 삼켜버렸지
덕분에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에서 열린 아웃 도어 전시회도 볼 수 없었어.
그림을 그린 화가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작년에 가져온 작은 엽서 보면서 추억을 떠올렸어
우편엽서 사이즈 엽서에 장미꽃 담은 화분이 그려져 있고 장미 꽃잎과 사과 몇 개가 놓여 있어.
화분 뒤 배경은 까만색이고 아래는 황토색에 가까운데 작품에 스며든 빛이 아름다워.
아들도 마음에 든 작품이라고.
어릴 적 자주 본 화분이라 더 정겨워.
멋진 고급스러운 화분도 아니고 창가에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화분.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가만히 앉아서 세계여행도 하고
인터넷에서 프라하 야경 사진 보며 추억에 잠겼어
아름다운 야경 보러 호텔에서 나왔는데
미국 여권을 분실해 소동을 피웠던 프라하
프란츠 카프카 뮤지엄이었나
사후에 알려진 작가
생존 당시 그가 글을 쓴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친구에게 모든 서류를 소각해 달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친구는 세상에 공개했지
가이드가 우릴 데려갔는데 뮤지엄 옆은 갑옷과 무기들 전시가 보였다
아름다운 시계탑과 카를 교가 생각나고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사진도 보고
아름다운 다뉴브강도 떠올랐지
관광 가이드가
세계 사진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명소 가운데 하나가
부다페스트라고
국회의사당 건물도 얼마나 아름답던지
파리 사진 보니 파리 여행도 생각나고
센 강 유람선에서 그만 잠이 들어버렸어
그렇게 보고 싶은 센 강 야경을 놓치다니
믿어지지 않은데
너무 피곤해 눈이 스르르 감긴 모양이야
뉴욕 맨해튼 관광 사진 보니 웃음이 나왔어
플라자 호텔에서 가까운 센트럴파크 입구 근처 호수에서 담은 사진도 보고
지난번 그곳을 지나가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인지 단체 사진 찍는 거 봤는데
경상도 어투가 강해서 고개를 돌아다보았지
럭셔리 매장 가득한 5번가에서 담은 사진도 보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하는 타임 스퀘어 사진도 보고
황금빛 보리밭이 그리운 아름다운 6월
보리피리 불며
보리밭 거닐던 시인 한하운이 떠올라
보리피리 불고 산책해도 신선이 될 텐데
뉴욕 필하모닉 공연만 좋은 것은 아니겠지
아름다운 들판을 거닌 것도 얼마나 큰 행복이겠어
아파트 뜰에는 그윽한 향기로 가득하고
인동초 꽃이 시샘을 하듯 펴있는데
왜 꽃말이 헌신적인 사랑이니
헌신을 하면 헌신짝이 된다고 하더라
너무 슬프지만
그러기도 하잖아
시내버스는 달리고
누군가는 어디로 가나 보다
나도 어디로 떠나볼까
카네기 홀에서 만난 오페라 지휘자는 내게 부탁을 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모자 디자이너, 화가, 사진가, 여행객, 바이올리니스트, 작곡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대머리 남자, 은퇴한 교사 등
별별 사람 만나는 카네기 홀
카네기 홀에 가면
늘 가곤 하는 마트도 그리워
콜롬비아 커피 한 잔 마시며
공연을 기다리면 행복이 밀려오지
바람은 불고
내 마음도 바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려


2018. 6. 4 월요일 아침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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