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름 축제 2018
1776년 7월 4일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기념일이고 미국 공휴일이고 이날 밤 미국 전체에서 불꽃놀이 축제가 열린다. 뉴욕에서 살면서 그 많은 축제를 봤지만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와 타임 스퀘어 새해맞이 행사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작년 처음으로 타임 스퀘어 새해 이브 행사를 보려고 아들과 함께 맨해튼에 갔으나 너무너무 많은 인파에 놀랐고, 너무너무 추웠고, 타임 스퀘어 안에 들어가면 화장실을 갈 수 없다는 말에 포기하고 돌아왔고 몇 시간 맨해튼에서 시간을 보내다 감기에 걸려 몇 주 동안 고생을 했다.
올해 처음으로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어디서 봐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밤늦게 집에 돌아올 것도 염려가 되니 고민 고민하다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이스트 리버(East River)를 향해 걸었다. 딸은 엄마에게 생수를 가져가라고 했지만 생수를 마시면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 봐 생수도 안 가져가고 밤 9시 반경 열리나 내가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나온 게 오후 5시 스트랜드 거쳐 지하철을 타고 그랜드 센트럴 역에 갔으니 다른 축제에 비해 정말 일찍 도착했으나 이미 좋은 자리 구하기 어려웠다. 밤하늘에 스펙터클한 수를 놓은 불꽃놀이 축제를 보는 게 쉽지 않구나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들은 엄마 혼자 보고 오라고 집에서 편히 쉬겠다고.
에어 켠 안 켜진 곳은 땀이 주룩주룩 비 오듯 흐르는 무더운 여름 날씨.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축제를 보기 위해 찾아왔는지 놀랍기만 했다. 습도가 높으니 숨쉬기도 힘든데 참고 견디고 축제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람과 사람 사이가 너무 가까워 징역살이를 한 신영복 선생이 떠올랐다. 여름 징역살이가 너무 힘들다고 한 신영복.
우디 알렌의 영화 <맨해튼>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퀸즈보로 브리지(Queensboro Bridge)와 이스트 리버를 실컷 감상하면서 이스트 리버 반대편 롱아일랜드 시티도 실컷 감상하면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 유엔 빌딩에 사는 일본계 여자도 생각하며. 그녀는 매년 아파트에서 이스트 리버에서 열리는 축제를 보겠다. 친구들도 초대해서 함께 보지 않을까.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고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 강의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는데. 브루클린에서 수제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팔고.
이스트 리버에 음악이 흐르는 크루즈가 떠다니고 수많은 헬기가 하늘을 날고 경찰함이 이스트 리버를 자주 오고 갔다.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기 바로 전 이집트에서 온 아가씨와 잠깐 이야기를 했다. 내게 전에 불꽃놀이 본 적이 있냐고 물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니 그녀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뉴욕에 온 지 이틀이 되었다고.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 왔니? 라 물으니 이집트라고. 이집트에서 의대 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에서 의사 고시 시험을 보고 뉴욕에 와서 며칠 머무를 예정이고 메릴랜드에 여행 갈 예정이라고. 이집트에서 미국까지 25시간 걸리고 비행기 요금이 700불이라 하니 한국과 비교해 더 저렴하다는 것 같으나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꽃놀이 축제가 시작되어서.
축제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 가운데 중국어가 많이 들려오니 중국인들이 많이 찾아왔고 종종 스페인어도 들려왔다. 이스트 리버에서 밤 9시 반경 불꽃놀이가 시작되어 너무 멋진 광경을 보여주었으나 생에 처음으로 본 불꽃놀이고 난 아이폰으로 담으나 아이폰과 나의 눈은 상당한 차이가 있고 불꽃놀이는 금세 사라져 아이폰은 내 눈으로 본 것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불꽃놀이 축제를 보며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며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영화와 소설도 떠올랐고 오래전 두 자녀와 함께 찾아간 롱아일랜드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도 떠올랐다. 독립 기념일 우리 가족이 사랑하는 파이어 아일랜드에 가서 놀다 집에 돌아가는 중 아름다운 초록빛 바다와 롱아일랜드에서 열린 불꽃놀이 축제를 보았다. 밤새도록 불꽃놀이가 그치지 않을 거 같았으나 어제 맨해튼 이스트 리버에서 열리는 축제는 아주 잠깐 영화처럼 멋진 밤하늘을 보여주다 멈추고 마니 마치 인생 같았다. 인생에서 꽃 피는 시절은 얼마나 짧은가.
불꽃놀이 축제가 끝나자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와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집에 도착하니 거의 자정 무렵. 밤늦게 열리는 축제 보기 쉽지 않지.
어제는 마음먹고 불꽃놀이 축제를 보려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브런치 먹고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서 핫 커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그곳에 머문 동안 북 카페 손님 약 90%가 남자라 놀라웠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을 본 적이 드물어서. 한국에서는 직장에 가고 퇴근을 하면 술 마시러 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뉴욕은 문화가 다르다. 북 카페에 가면 언제나 만나는 중년 남자는 어제도 변함없이 앉아서 뉴욕 타임지를 읽고 스페인 여행서를 보니 스페인 여행 갈 계획이나 보다 짐작을 했다. 내 옆에 앉은 중년 부부는 너무나 멋진 광경을 보여 주었다. 10대처럼 멋진 몸매의 중년 여자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책을 읽다 종종 남편에게 이거 멋진 대사지 않아요? 하며 대화를 나누는데 한국에서 그런 풍경을 보지 않아 내게는 더 멋지게 보였을까.
어제 독립 기념일이니 이웃집도 예쁜 성조기로 장식을 해두고 맨해튼 거리에서 성조기를 파는 상인들이 많이 보였다. 반스 앤 노블 서점은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을 하니 평소에 비해 일찍 문을 닫고, 스트랜드 서점에 가니 손님이 아주 많아 놀랐다. 뉴요커들은 무더운 여름날에도 책을 많이 읽을까 생각도 했지.
어제 모마, 메트 뮤지엄 등 미국 공휴일인데 문을 열고 링컨 센터에서 미드나이트 스윙 댄스 축제도 열렸고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공연도 열렸고, 양키스 야구 경기도 열렸고,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독립 기념일 마라톤 행사가 열렸고,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에서 핫도그 먹기 대회가 열렸지만 난 밤에 열리는 불꽃놀이 축제 보려고 에너지 아껴야 하니 어제는 북 카페에 가서 놀았다. 작년 독립 기념일 맨해튼 월가에 가서 식사하고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에서 열린 음악 축제 보고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타고 스테이튼 아일랜드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에 가서 음악 축제 감상하고 페리 타고 맨해튼에 돌아와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벌써 1년의 세월이 지나갔어.
몇 시간 동안 물도 안 마시고, 화장실도 못하고 숨 막히게 더운 날 불꽃놀이 축제를 보기 위해 기다렸지만 심장은 쉬지 않고 뛰었어. 가슴 뛰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
뉴욕에서 여름 동안 열리는 성대한 축제 인어 공주 축제, 프라이드 축제와 불꽃놀이 축제를 모두 보았구나. 모두 죽을 뻔하며 축제를 봤어. 인어 공주 축제도 너무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여 사진 한 장 담기 얼마나 어려운지. 프라이드 축제와 불꽃놀이 축제 마찬가지.
2018.7. 5 목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