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소소한 일상

그랜드 센트럴 역 특별 이벤트 & 북카페, 뉴욕에 소나기 내리고

by 김지수

불볕더위로 새벽 몇 차례 깨어나 선풍기를 켜고 다시 잠들고 다시 일어나곤 했다. 최소 3-4차례 일어났고 태양의 열기와 힘든 씨름을 하고 이른 아침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을 했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어서 무사히 세탁을 마쳤고.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각나게 하는 아파트 지하는 집 보다 백배 더 시원해 좋았다. 맨해튼이라면 지하 공간도 이용할 텐데 플러싱 아파트라 맨해튼과 다른가 보다. 첼시 스타벅스 카페도 지하에 있고 그럼에도 손님이 아주 많다. 집에 세탁기가 없어서 불편하지만 세탁을 마쳐 얼마나 다행인지.

매일매일 축제의 바다 뉴욕. 화요일 저녁 센트럴파크 나움버그 밴드 셀에서 열리는 공연은 날씨로 취소가 되고. 오늘부터 센트럴파크에서 셰익스피어 연극 '십이야'가 상영되고 웹페이지에 아무 말 없는 것으로 보아 연극을 한 듯 짐작이 되고, 보헤미안들이 거주한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는 탱고 이벤트가 열리고. 탱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갔겠지.

냉방이 안 된 곳은 불바다가 연상될 정도로 무더운 날씨. 서울도 너무 덥다고, 피렌체도 너무 덥다고, 뉴욕도 더운 걸 보면 지구촌은 모두 불바다나 보다.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하고 브런치를 먹고 샤워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서 로컬 7호선을 타고 맨해튼으로 가는데 옆자리에 앉은 대머리 남자는 모자를 쓰고 있어서 인상 깊었다. 태어나 대머리 남자가 모자를 쓴 것은 처음 보기에. 연노랑색으로 염색한 아가씨도 보이고 지하철을 타면 새로운 세상으로 날 안내한다. 무지갯빛으로 염색을 하는 뉴요커들. 얼마 전에는 할머니가 파스텔톤 파란색으로 염색을 해 놀랍기만 했다. 머리카락 염색이 마치 첼시에서 본 컨템퍼러리 아트 같아.


그랜드 센트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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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나의 첫 목적지는 그랜드 센트럴 역. 영화처럼 아름다운 기차역 가끔씩 들러보고 지하 다이닝 공간에서 공연이 열려서 방문했다. 식사를 하며 공연을 감상하는 여행객과 시민들을 보고 그랜드 센트럴 역 마켓에서 열리는 행사 Taste of Grand Central에 찾아가니 샘플링 음식을 무료로 주고, 평소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식품이 있었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도 정말 좋고 가격은 아주 저렴하지 않아서 가끔 바게트 정도 구입하는 곳. 특별 이벤트라 무료로 주는 초콜릿, 커피, 주스, 치즈 등을 먹어 보았다. 또 브루클린 브리지 135주년 기념 레고 이벤트를 열고 있었다. 레고를 사랑하는 아들을 데리고 갈 걸 그랬지. 한국에서 짐 정리할 때 레고 등 대부분의 물건을 주위 사람들에게 줘 버렸는데 아들은 왜 레고까지 줘버렸냐고 했고 이민 가방에 들어가지 않을 거 같아 다 주었다.

불볕더위 며칠 전 두 자녀와 함께 본 공룡 영화가 생각이 날 정도. 화산이 폭발해 뜨거운 용암이 거리를 덮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무덥고 냉방이 안된 곳은 걷기도 힘들고 북 카페보다 더 좋은 피서지도 없을 거 같아 지하철을 타고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는데 지하철역에서 나오니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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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천만 개의 빗방울이 그린 동그라미도 보고, 비에 흠뻑 젖은 사람들도 보이고 우산을 파는 상인도 보이고 얼른 북 카페로 가니 빈자리가 안 보였다. 어렵게 빈자리 구해서 커피와 함께 책을 읽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지하철은 왜 말썽을 피우는 것인지. 기사가 플러싱 메인스트리트에 가는 승객들에게 내려서 다른 지하철을 타라고 방송을 하고 어쩔 수 없이 7호선에서 내려 다른 지하철을 기다렸다. 집에 돌아오는데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고 뉴욕 지하철은 가끔씩 말썽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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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세일 행사를 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세일 광고를 보고 지난번 자라 매장에 갔는데 입을 만한 옷은 왜 안 보이는 것인지. 예전보다 가격은 더 인상되고. 소비자도 사업가도 모두 힘든 시기일까.

어제도 무더운 날씨 피해 맨해튼 북 카페에 가서 책과 놀았다. 이웃집 정원에는 도라지꽃, 무궁화 꽃과 장미꽃이 핀 7월.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북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아들이 읽은 책에 나온 내용 가운데 주인공이 어릴 적 입양이 되어 학대를 받고, 난독증 증세가 심하고, 나중 결혼해 4명의 자녀를 출산하고 4번째 아이 죽고 마침 남편은 직장을 잃자 아내를 떠나고, 30세가 지나서 대학에 진학하고. 훗날 유방암에 걸린다는 슬픈 내용. 인생이 얼마나 기구한지 한 줄 한 줄 읽기 힘들 정도였다.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파도 속에서 지낸 사람도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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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즌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구겐하임 뮤지엄은 밤 9시까지 오픈하고 많은 뉴요커와 관광객이 찾아갔을까. 잠들지 않은 도시란 별명이 붙은 뉴욕은 에너지 넘치고 셀 수 없이 많은 공연과 축제가 열린다. 내일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빌리 조엘 공연이 열리는데 가장 저렴한 공연 티켓이 130불 + 수수료니 너무 비싸 볼 수 없겠다. 에릭 클랩튼, 엘튼 존, 브루스 스프링스틴, 에드 시런 등의 공연을 보면 좋을 텐데 너무나 멀리 존재하는 세상이야.

노란 민들레 꽃도 잠들고, 새들도 잠들고 별들도 잠들 시간. 화요일 밤도 점점 깊어만 가고 이제 휴식할 시간.


2018. 7. 17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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