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 미어 축제, 뉴욕 시립 미술관, 북 카페
월요일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가 가을 같아. 잔잔한 바람이 불고 새소리 들려오고.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집에 돌아왔다. 아파트 지하 창고 문을 열자 담배 냄새 가득했고 누가 담배를 피우고 떠났나. 뉴욕 법은 아파트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고 한국과 달리 담배 냄새 맡지 않아서 더 좋은 뉴욕. 수 백 가구 사는 아파트 지하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기 없으면 걱정했지만 월요일 아침에 세탁하는 사람은 나뿐인가. 수건과 양말과 속옷과 외출복을 세탁기에 넣고 집에 돌아와 메모를 하는 중.
어젯밤 맨해튼에서 집에 돌아올 적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렸는데 매미들의 합창이 들려 좋았다.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일까. 장미꽃, 수국 꽃, 배롱나무꽃, 봉숭아꽃, 금잔화 꽃 등을 보면서 서서히 걷다 집에 도착하니 아들이 준비한 식사를 하고 긴 휴식을 했다.
어제 일요일 오후 2-4시 사이 센트럴파크에서 할렘 미어 축제가 내려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할렘에 갔다. 익스프레스 2/3호선 110 스트리트에 내렸는데 트럼펫 소리가 들려 좋았고 반대로 지하철은 악취로 가득하고 지하철역 나와 배롱나무꽃 근처에서 방글라데시에서 온 남자가 파는 노란 바나나 1불어치 사 먹으며 센트럴파크에 갔지. 카네기 홀, 링컨 센터, 매디슨 스퀘어 가든 등에서 연주했다고 하는 (Caribbean American Sports & Cultural Youth Movement) 공연을 잠깐 보는 사이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비 오는 날에도 공연을 하고 사람들은 춤을 추고 난 호수에 떨어진 백만 개의 빗방울 동그라미를 보고 추억에 젖었다. 고요하고 정적인 호수에 청둥오리들은 산책을 하고 아주 오래전 서부 여행 갔을 때 유에스 오픈 골프가 열리는 Pebble Beach 근처였는데 안개 가득했고 비가 내린 날 한국 가이드가 관광버스에서 심수봉이 부른 "백만 송이 장미꽃"을 들려주니 참 좋았다. 톰 크루즈 젊은 시절 영화도 봤는데 나이가 들어도 지금도 영화를 촬영하는 톰 크루즈. 지난번 지하철에서 만난 필리핀에서 온 가사도우미가 톰 크루즈 집에서 일을 했다고 하니 놀랐지. 세계적인 배우 인성이 어떠냐 물으니 좋다고 하고.
미국 서부 여행 다시 관광버스로 여행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고. 너무너무 힘들었던 여행도 기억이 나네. 광활한 서부 여행 코스 버스를 타고 달리는데 새벽 2시에 새벽 4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출발한 경우도 있었나. 무더운 여름날 타이어가 터져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던 추억도 나고. 무더운 여름날 낯선 곳에서 오래오래 기다려야 하니 한인 가이드는 1년 동안 번 돈을 카지노에 가서 순식간에 잃어버린 슬픈 이야기도 했다. 돈 벌기는 하늘처럼 어려운데 돈 잃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다고.
늘 사진으로만 보던 그랜드 캐니언도 가고,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도 가고, 로스앤젤레스도 가고, 카지노로 명성 높은 라스베이거스에도 가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에 들어가 한바탕 결투를 벌이다 나와 상대를 할 수 없는 걸 알고 얼른 포기. 한국에서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여행 온 부부도 만나 이야기하고 바에서 술도 마셨지. 학문에 몰두하다 늦게 결혼한 여자 교수의 아들은 아주 어리고 교수 남편은 작가분. 뉴욕에 이민 와서 한인 마트에서 10년 이상인가 일하다 처음으로 미국 여행을 한 중년 남자분도 만나고, 30년 전에 미국에 이민을 와서 비즈니스 한 사람도 만나고, 미국에 자녀 유학시킨 사람도 만나고 등등 유럽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미국에서 만난 여행객 자부심이 훨씬 더 강해서 놀랐던 추억. 미국에 연고가 있으면 모두 대단하단 생각을 해서 너무너무 놀랐지. 그때 미국에 대해 잘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미국에 대해 잘 모르고 뉴욕 문화가 매력 있다고 생각하고 탐구 중.
센트럴파크 호수에 떨어진 빗방울 보며 상념에 젖다 비 오는 날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근처에 있는 뉴욕 시립 미술관에 갔다.
지난번 할렘 축제에 가서 저널리스트를 만났고 그날 그 미술관에 가려했는데 그분과 이야기하다 방문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고 말았지. 그날도 나의 옷차림은 변함이 없고 화장기 없고 주름살 가득한 내게 말을 건 남자는 나중 알고 보니 대학교수이자 저널리스트라고.
그런데 어제 맨해튼에 가려고 집 근처에서 시내버스를 탑승했는데 낯선 할머니가 날 뚫어지게 쳐다보니 무색해 나도 맞장구를 쳤지. 할머니가 먼저 날 바라보니 나도 눈동자 움직이지 않고 할머니 바라보니 할머니가 내 발끝부터 머리 위까지 훑어보고. 그 할머니 눈에 나란 사람은 낙제일 텐데. 페디큐어와 매니큐어도 하지 않고 노 메이크업에 주름살 가득하고 낡고 오래된 작은 가방 하나 들고 오래된 옷을 입고 있는 나는 그 할머니 눈에 흡족하게 보이지 않은 눈치. 사람이 어찌 그리 다른지. 늘 같은 복장으로 맨해튼에 가도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도 하나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자세히 쳐다보면 기분 좋을 리 없을 텐데 먼저 시작해 나도 할머니 쳐다보면 기분 안 좋아하고 사람 심리를 모르겠어. 암튼 잊기 어려운 할머니 눈빛. 무얼 하는 분이었을까.
뉴욕 시립 미술관 공공 미술 전시회
그곳은 다른 미술관과 달리 조용해 좋고 2층 카페에서 창밖으로 보인 풍경 바라보면 휴식하기 좋은데 나의 기대를 벗어간 미술관. 사람 마음은 다 같은가. 비 오는 날 미술관에 방문객이 더 많더라. 미술관 근처에서 웨딩 사진 촬영하려는 무리들은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고. 입구에서 입장권 받고 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가 커피 한 잔 주문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르고 커피 안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그런데 비 오는 날이니 더 커피가 먹고 싶어 참고 기다렸다. 바리스타 한 명은 손님이 너무 많아 어쩔 줄 모르는 눈치. 영화배우와 모델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아가씨 담은 사진가도 보고 나도 옆에서 슬쩍 담았으나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 그녀를 담으니 사진 각도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몸매가 예술이라 그냥 담고.
미술관에서 공공 미술전도 보고 황설탕 묻은 어린 흑인 소년 조각상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소년 몸에 설탕이 묻은 느낌이 든 작품. 뉴욕에 뮤지엄과 갤러리도 셀 수 없이 많지만 거리거리에 설치된 공공 미술도 아주 많고. 잠깐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려는 순간 꽃꽂이가 보였다. 너무너무 예뻐서 쳐다봤어. 생화는 오래가지 않을 텐데...
미술관에서 나와 뮤지엄 마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뮤지엄 마일을 달렸지. 메트 뮤지엄도 지나치고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는 늘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들어오고 초록숲 센트럴파크도 버스 안에서 바라보고 버스는 드디어 플라자 호텔을 지나 럭셔리 백화점도 지나고 멀리서 보니 어느새 쇼윈도에 가을 의상이 선보이고 여름은 물러가고 가을이 오고 있나 봐. 라커 펠러 센터 지나가니 멀리서 노란 국화꽃이 보이던데 맞는지 모르겠어. 요즘 그곳에 간 지 오래되어가네.
얼마 후 버스에서 내려 북 카페에 갔다. 알 수 없는 낯선 언어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보고 짐작에 여행객 같아 보이고 내 옆자리에 젊은 청년이 앉아 "부자 사람들 문제들"에 대한 책을 읽고 난 서점 지하에 내려가 여행서 골라 2층에 올라 잠깐 책을 읽다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왔다. 7호선 지하철도 승객이 아주 많고 핸드폰으로 게임도 하고 페이스북 보기도 하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눈 사람들 보는 사이 7호선은 플러싱에 도착. 일요일 버스는 드문드문하고 할 수 없이 평소 이용 안 하는 버스에 타고 플러싱 주택가 화단에는 노란 해바라기 꽃과 장미꽃이 피어 있고. 집에서 좀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매미들의 합창 들으며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었다.
서서히 수많은 축제들이 막을 내리고 8월에 열리는 셰익스피어 연극 축제도 못 보고 지나가고. 누가 공짜 티켓 주면 봤을 텐데 아침 일찍 공원에 가서 오래오래 기다릴 정열이 내게 없었던 모양이야. "12야"연극을 볼 수 없었다. 레스토랑 위크도 막을 내리고 좀 아쉽기만 하네. 명성 높은 셰프가 만든 요리를 매일매일 먹으면 좋을 텐데 현실은 허락하지 않고. 링컨 센터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도 막을 내리고, 센트럴파크 영화제도 막을 내리고, 브라이언트 파크 영화제가 오늘 마지막인가.
더위가 한풀 꺾이니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좋겠다. 곧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가 열리고 지난번 북 카페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여행객 가운데 아빠가 로저 페더러와 테니스를 쳤다고 하나 자세히 묻지 않았고 영국 윔블던 테니스 경기만 알더라.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 곧 열린다고 하니 그 가족은 잘 몰랐다고.
하늘은 흐리고 월요일 아침 아파트 지하에서 세탁을 하는 동안 새들의 합창 들으며 메모를 마친다. 빨래의 더러움이 하얀 거품에 사라지듯 복잡하고 마음 무겁게 하는 일들이 모두 사라지면 좋겠어.
누군가는 휴가에서 돌아오고 누군가는 휴가를 떠나겠지. 모두 이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까.
난 빨래보다 더 빨리 메모를 마쳤어,
2018. 8. 20 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