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축제 &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달력에 9월 24일 월요일이 추석이라고 적혀 있는데 뉴욕은 한국보다 13시간 늦으니 한국은 이미 추석 명절을 보냈겠다. 어제 그제 밤하늘에서 환한 둥근 보름달도 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보름달이 비추려나. 추석이니 그래도 달을 보고 싶다. 어릴 적 한국에서 송편도 만들곤 했는데 송편이 추억의 음식이 되어버렸어. 명절이 되면 음식 준비하느라 부산했는데 뉴욕은 정반대로 조용하게 지낸다.
어제 지하철 타고 브루클린에 갔다. 롱아일랜드 기차와 지하철역이 동시 있는 Atlantic Av - Barclays Ctr는 무척 복잡하고 오래전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만난 중국인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할아버지는 내게 종이를 보여주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는데 목적지가 바로 이 지하철역이었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 노선이 적힌 곳을 가리키며 알려주었지만 이리 복잡한 지하철역에서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중동에서 이민 온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브루클린 Atlantic Ave. 에서 제44회 아틀란틱 애비뉴 축제가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 열렸다. 옥수수, 아이스크림, 햄버거 등 다양한 음식도 팔고 공연도 열고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축제. 매년 9월에 열리고 해마다 찾아가곤 하는데 벌써 1년이 지나가버렸어.
어제 중동 음악도 들으며 지난번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여행객도 떠올랐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아 한국어를 배워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가씨도 만났고 가족 모두 한국에 대해 아주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 좋았다. 오래전 한국인이 지어준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하니 기분이 더 좋았다. 1년 만에 찾아간 브루클린에서 잠시 축제의 분위기에 젖다 브루클린 덤보에 가려고 시내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브루클린에 자주 가지 않아 지리가 낯설어 피곤하지. 어제도 그랬다. 낯선 곳에서 오래오래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꽤 많은 시간 기다려 버스에 탑승해 덤보에 갔다. 덤보에서 열리는 포토빌 축제 마지막 날. 교통이 불편해 안 가고 싶은 마음도 가고 싶은 마음도 절반. 그래도 축제는 항상 열리지 않아서 사진 축제 보고 싶은 마음이 날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려 향기로운 커피 마시며 카페에 앉아 음악 들으며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날 유혹했지만 어렵게 찾아간 축제 현장을 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포토빌 행사가 열리는 곳에 갔다.
뉴욕의 상징 브루클린 다리 아래서 열리는 사진 축제 마지막 날 방문객이 아주 많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 작품을 보니 오래전 상영했던 <매디슨 카운티 다리> 영화도 떠올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근무한 사진작가가 어느 날 낯선 곳에서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나. 모임에 가니 그런 사랑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말이 많았지.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본 공연 가운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유럽에서 온 남자. 이름도 잊었지만 그의 노래가 가슴에 남았어. 그때 그가 사랑은 담배 같다고 했던가. 타고 남으면 재 밖에 남지 않은 사랑이라서 그랬나.
어제도 하늘은 흐리고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사람도 보고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도 보고 낯선 음악도 들으며 축제를 봐서 기분이 좋았어.
덤보 전망 좋은 River Cafe 근처에 갔다. 가로등 불빛도 켜져 있고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비치는 전망 좋은 곳에서 젊은 남자가 벤치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었다. 축제의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정반대로 사색하기 좋은 장소였다.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가려고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약 10분 정도 걸었나.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젊은 커플을 만났는데 산 제나로 축제가 어디서 열린가 내게 물었다. 매년 9월에 맨해튼 리틀 이태리에서 열린 축제도 어제가 마지막 날. 그들도 낯선 곳에서 헤매다 내게 물었나 봐. 지난번 카놀리 먹기 대회를 처음으로 봤던 축제.
그들에게 친절하게 리틀 이태리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알려주고 공원으로 향해 걸었다. 그런데 너무너무 피곤했는지 나도 헤매고 말았어. 그리니치 빌리지가 다른 지역과 달리 뉴요커도 헤매기 쉬운 곳이고 나도 모르게 정반대 방향으로 걷다 우연히 서점을 봤다.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명성 높은 서점 Three Lives & Co이지만 자주 가지는 않게 된다. 집에서 가깝지 않아서가 이유다.
서점을 지나 우연히 제퍼슨 마켓 가든도 지나쳤다. 가든은 언제나 천국 같아. 예쁜 달리아 꽃 피어 있는 곳에서 산책하는 사람도 봤고 도자기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그리니치 빌리지 Greenwich House Pottery 아티스트들이 만든 작품을 팔고 있었고 늦은 시각이라 세일 중이었다.
가든에서 나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갔다. 9월이나 공원에 장미꽃이 피어 행복했어. 이름 모를 하얀색 꽃도 보고 음악가들이 들려주는 음악도 듣고 분수도 보고. 오랜만에 공원에서 까만색 피아노도 봤어. 올여름 뭐가 그리 바빴는지 공원에 가서 피아노 연주 안 듣고 그냥 지나갔어. 공원에서 나와 지하철역 가는 길 스트랜드 지나쳤고 유니언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서 7호선에 환승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 역에 돌아왔어. 어제 일요일 지하철에 승객이 아주 많아 복잡했고 메츠 윌레츠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이 멈춰 있었다. 2년 전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결승전에서 발가락 부상으로 우승을 하지 못했던 조코비치가 하얀 수건을 얼굴을 가린 장면을 보고 가슴 아팠는데 올해 우승을 해서 얼마나 행복했을지. 잠시 조코비치 생각하고 있을 무렵 보스턴에 있는 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2주 전 에어컨을 켤 정도로 더워 힘들었는데 이제 전기난로를 켠다고. 아름다운 가을날 없이 겨울이 오려나.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감기 기운이 있나.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고 배가 고파 아침에 일어나 하얀 냉장고에서 마지막 남은 사과 한 개 꺼내 칼로 자르니 속이 썩어 먹을 수 없네. 겉은 멀쩡한데 속은 정반대. 기분이 꿀꿀해.
모닝커피 두 잔 마시며 메모를 마쳤다. 가을 하늘은 흐리고 멀리서 새소리 들려오고 도로 위를 차들이 달린다. 매일매일 이벤트 찾아 순례하고 작은 몸은 불타올라 몸은 촛불처럼 녹아간다. 무얼 위해 살고 있을까. 편히 안락한 삶을 누릴 나이인데 새로운 나라 새로운 땅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아직 꽃피지 않아 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고 난 매일 새로운 것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
오늘 밤 둥근 보름달을 보고 싶다. 마음도 삶도 보름달처럼 풍요로워지면 좋겠다.
2018. 9. 24 월요일 아침 모닝커피 마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