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일

뉴욕에 가을비가 내렸어

by 김지수



어둠이 깔린 밤 가로등이 비친다. 거리에 아파트 뜰에 수북이 낙엽들이 쌓여 있다. 몇 차례 집 근처 호수에 산책하러 갈까 하며 망설였는데 우산 쓰고 호수에 갈 에너지가 부족했나 보다. 호수도 가을빛으로 물들어 갈 텐데 누군가는 산책을 할 텐데 아들과 함께 산책하러 간지도 꽤 되어간다. 가로등 켜진 호수는 그림처럼 예쁜데 나의 에너지는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웃집 창에 불이 들어온 것을 보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모양이다. 종일 얼마나 힘들게 일했을까.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니 삶이 삶이 아니라고 외칠지 모르겠다. 하루만 쉬면 좋겠다고 하는 직장인도 많겠지. 어렵게 힘들게 구한 직장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들은 왜 그리 많은지. 한 고개를 넘으면 새로운 고개가 나오고 힘들게 넘으면 더 어려운 고개를 넘어야 하고 그게 인생 아닐지. 끝도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우릴 둘러싸고 있다.

가을비가 종일 내렸고 하늘도 슬퍼 울었을까.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겠지. 사람들의 슬픔도 비처럼 뚝뚝 떨어져 버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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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에 11월의 가을은 점점 짙어가고 가을비에 센트럴파크의 예쁜 단풍이 사라져 버렸을까 걱정이 된다. 아직 며칠 더 예쁜 단풍을 보고 싶은데 아름다운 순간은 왜 그리 짧을까. 예쁜 단풍 보러 센트럴파크에 두 번 갔고 그 후 뉴욕 시 마라톤 축제가 열렸고 그 후 가을비가 이틀 연속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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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533.JPG?type=w1 브루클린 식물원 노란 은행나무 숲


브루클린 식물원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어 갔을까. 가을이 되면 노란 은행나무가 얼마나 예쁜지 아름다운 음악처럼 숨을 멎게 한다. 중국인들이 작은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은행을 줍느라 정신없는 식물원.

엊그제 서머타임이 끝나서 그럴까. 해가 무척 짧아 곧 겨울이 찾아올 듯한 예감이 든다. 하루가 조용히 조용히 천천히 천천히 흐른다. 맨해튼 음대 밀러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그만 집에서 머물고 말았다. 무슨 영화였을까. 해마다 영화 전공하는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보여준다. 지옥철 타고 맨해튼에 가서 밤늦게 돌아오곤 하는 일상인데 하루 맨해튼에 가지 않아도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하루 세상의 창을 닫고 조용히 지냈구나. 몇 차례 걸려온 전화를 받고, 몇 차례 커피를 끓이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식사 준비를 하며, 창가로 비춘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11월 6일 미국 선거일. 선거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앞으로 미국 정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강경한 이민정책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힘없고 가난한 이민자들 갈 곳이 어디에 있을까. 어제 하키 경기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환승했는데 누군가 "미국을 위해서 기도하자"라는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가을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11. 6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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