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댕스 기빙 데이
수요일 아침 창가로 햇살 비추나 많이 춥다. 어제 일어나자마자 노란 유자차 두 잔을 마셨고 오늘도 노란 유자차를 끓였다. 내일모레 이틀 연속 영하로 내려갈 거라고 온몸이 꽁꽁 얼겠구나. 수요일 아침 다섯 손가락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 노래가 생각나 유튜브에서 들으며 유자차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당스 기빙 데이 모레는 블랙프라이데이. 매일 쇼핑 광고가 오고, 장 조지 등 수많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러 오라고 연락이 오고 아들과 난 내일 아침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간다.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이 주최하는 댕스 기빙 퍼레이드도 볼만한데 보스턴에 가니 볼 수 없겠다. 보스턴도 뉴욕도 하필 춥다고 하니 걱정도 된다. 뉴욕에 첫눈이 내린 지난 목요일 메가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12시간이 걸렸다고. 평소 5시간 정도 걸리고 정체가 되면 약간 더 많은 시간이 걸리나 12시간은 너무했어. 첫눈이 오니 낭만 가득한 뉴욕으로 변했지만 차들은 지옥 운행을 했다고.
세월은 빠르다. 작년에도 당스 기빙 데이 보스턴에 가서 며칠 지내다 뉴욕에 돌아왔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흐른다. 하버드 대학 교정에 칠면조가 보여 웃고 말았다. 대학 교정은 아직 낙엽이 뒹굴고 있을까.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으며 대학 교정 거닐고 싶다. 하버드 스퀘어 스타벅스 카페와 The Coop 북 카페도 그립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본 북 카페 정경. 어느 해 아들과 함께 보스턴에 여행 가서 넓은 하버드 대학 교정 거닐다 피곤해서 잠시 쉬고 싶어 찾아간 The Coop 북 카페. 카페에서 아들과 난 책을 읽으며 핫 커피 마시며 달콤한 휴식을 했다. 보스턴과 뉴욕의 색채는 다르고 개인적으로 보스턴 미술관을 사랑하고 보스턴은 뉴욕보다 조용하고 깨끗해 더 좋다. 지난봄 보스턴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특별전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날씨가 추워 미술관에 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아름다운 찰스 강도 그립다. 뉴베리 스트리트 갤러리도 그립고 가끔씩 보스턴에 여행 가니 보스턴도 아주 낯설지 않은 곳이 되어가고 우리 가족의 추억이 머문 곳이 많아 정겹다.
어제 아침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했다. 평소 같으면 3번 지하에 가면 되는데 어제는 10회 정도 갔나. 한국에서 집에 세탁기가 있어 편했는데 뉴욕에 와서 세탁은 빨래방에 가거나 아파트 지하 공동 세탁기를 이용하니 남들이 세탁기 사용하면 사용할 수 없고 불편한 점이 많다. 의도와 달리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각나게 하는 아파트 지하 10회 정도 찾아가 세탁을 했다. 1시간 반 정도 걸리면 세탁이 되어야 하는데 10회를 찾아가서 말할 것도 없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힘들고 어렵지만 세탁을 했으니 감사한 마음이지만 무거운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 가득해 아들이 사용한 이불과 침대 시트를 정리하고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그리니치 빌리지 뉴욕대에서 메트 테너 특별 이벤트가 열리나 도저히 그곳에 갈 에너지가 없어서 콜롬비아 대학 밀러 극장에 가서 플루트 연주를 감상했다. 가끔씩 무료 Pop Up 공연을 여는 밀러 극장. 다우 존스 파운데이션 협찬으로 청중들에게 맥주와 와인도 준다. 저녁 6시경 공연이 시작되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일찍 도착해야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어제는 5시 반 지나 도착했는데 백발노인들이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5시 반이 되면 신분증을 보여주고 나이를 확인 후 파란색 종의 띠를 손목에 채워주고 보랏빛 조명등이 달린 바에 가면 와인과 맥주 가운데 골라 먹을 수 있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 블루문 맥주를 골랐다. 6% 안된 알코올이 몸속으로 들어가자 몸은 서서히 마비되어 갔다. 무대는 불빛으로 반짝이고 잠시 후 낯선 음악가 Isabel Lepanto Gleicher의 플루트 연주를 감상했다. 가끔은 서정적인 멜로디도 들려주었다. 지난번 맨해튼 음대에서 만난 제임스 골웨이 플루트 마스터 클래스도 생각난다. 전설적인 음악가 마스터 클래스를 일반에게 무료로 공개하니 얼마나 좋아. 덕분에 전설적인 음악가들도 가끔 만나곤 한다.
어제저녁 7시 반 맨해튼 음대에서 바로크 앙상블 공연이 열렸다. 매 학기마다 1회 공연이 열리고 바로크 앙상블 공연은 오페라 마스터 클래스처럼 내가 사랑하는 특별 공연. 콜롬비아 대학에서 플루트 연주 보고 나와 거리를 걸었다. 맨해튼 음대 앞 가로수 노란 은행 나뭇잎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겨울나무로 변해 있었다. 나무는 벌써 겨울을 준비하고 있어.
맨해튼 음대 2층 그린필드 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 홀에 속하고 7시가 지나 도착했는데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 프로그램 들고 맨 뒤 의자에 앉았다. 사랑하는 하프시코드와 오보에,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바순과 플루트 앙상블 연주에 맞춰 헨델의 아리아를 불렀다. 한인 출신 성악가도 보였고 테너보다는 바리톤 목소리를 더 좋아하는데 어제 공연은 테너가 훨씬 더 좋았다. 내 옆에 앉은 70대 할머니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바리톤 목소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석을 하셨다. 따뜻한 테너 목소리를 들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아리아 너무너무 좋아. 할머니 친구 손드라도 만나 휴식 시간 잠깐 이야기를 했다. 곧 멕시코에 여행 간다고. 여행과 공연을 아주 사랑한 분. 멕시코는 뉴욕과 달리 교통이 안 좋아 불편하다고 하셨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도 마찬가지라고. 내가 여행하지 않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자주 여행 갔다고. 난 언제 그곳에 여행 가볼까. 아프리카에 여행 가고 싶은데 시간이 흐르고 삶은 복잡하기만 하다. 어제 바로크 앙상블 공연은 전날 카네기 홀에서 본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보다 백배 더 좋았다.
할머니는 내게 지난주 일요일 왜 맨해튼 음대 100주년 특별 공연 안 보러 왔냐고 말씀하셨다. 너무너무 좋은 공연이었다고. 그날 고민했다. 맨해튼 음대에 갈지 카네기 홀에 갈지 줄리아드 학교에 갈지. 그러다 카네기 홀에 가서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공연을 봤고 카네기 홀에서 본 공연 가운데 정말 좋았지만 맨해튼 음대 특별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지.
할머니랑 이야기를 하며 지하철역으로 가서 1호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도착. 다시 익스프레스를 기다렸는데 몇 대의 지하철을 보내고 기다렸는데 로컬만 운행한다고 말하는 기관사. 괜히 기다렸어.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하필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안 해. 아... 숨이 가쁘지만 천천히 올라갔는데 눈앞에서 시내버스가 막 떠나. 밤에는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하지 않은데. 밤은 춥고 길기만 한데 오래오래 버스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노란 달을 보며 어둠 속에 빛나는 별을 보며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장미꽃향기를 맡으며 한밤중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왔다.
11. 21 수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