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처럼 예쁜 교정에서 산책하면 행복이 밀려오나 어느 날 갑자기 준비도 없이 뉴욕에 와서 대학원 과정 공부하니 죽을 맛이었지. 20대도 아니고 30대도 아니고 대학 시절 전공과 전혀 다른 과목 공부하니 미칠 거 같았지. 첫 학기 수업은 지옥행. 다음 학기도 물론 힘들었어. 그 시절 만났던 교수님 잊을 수 없지.
"우리 아버지는 트럭 운전수였어요."라고 말씀하신 교수님. 상류층 출신이 아니라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공부하기 시작 나중 NYU에서 Ph. D 받으셨다. 교수님 부인은 변호사, 따님은 브라운 대학 재학 중. 교수님 부모와 다른 클래스로 변할 것을 알 수 있지. 브라운 대학은 아이비리그 대학에 속하니 미국 탑 상위권 대학. 교수님은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많아 학생들에게 불어 구사하는 사람 없는지 묻고 수업 시간에 엉뚱한 이야기 들려주고 전시회에 가니 이해를 못하겠더라 하셨어. 승마도 관심 많으셨어. 나도 어린 시절부터 승마에 관심이 많아 제주도에 가면 말도 타고 신이 났어. 아직도 두 자녀는 제주도에 가서 말 탄 기억도 하더라. 엄마가 탄 말 엉덩이에서 배설물이 쏟아져 천천히 따라왔다고 하니 웃었어. 암튼 경마에 관심이 많아서 뉴욕에서 경마 축제도 몇 번 보러 갔어. 내 어릴 적 생각하던 게 뉴욕에 있으니 롱펠로우 시 <화살과 노래>가 생각나. 내가 쏜 화살은 뉴욕으로 날아왔어.
하늘을 향해 나는 화살을 쏘았네
화살은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네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려
눈으로도 그 화살을 따를 수 없었네
하늘을 향해 나는 노래를 불렀네
노래는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네
눈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빠르다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누가 볼 수 있으랴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느티나무에
부러지지 않고 박혀있는 화살을 나는 보았네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것을 나는 알았네
첫 학기 첫 번째 숙제를 학생들에게 내주셨는데 내가 언제 미국에서 교육받은 것도 아니니 얼마나 어려웠겠어. 한국에서 지옥 불같던 재판 마치자마자 서점에 달려가 토플책 구입해 새벽 4시 일어나 서울에 가서 시험 보고 참패의 기분을 느끼며 영어 시험 왜 이리 어려워하며 유학 준비해 뉴욕에 왔는데 하루하루가 불바다처럼 뜨겁고 어려운 공부. 암튼 에세이가 뭔지도 몰랐어. 뭐, 어쩌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제출했는데 빨간색 볼펜으로 깨알 같은 글씨로 "넌 내용은 이해했어. 다만 에세이 형식을 몰라, 그러니 다른 사람 도움받아 다시 제출해"라고 적어 있었다. 전쟁터 패잔병 기분. 대학원 성적 받아야 하니 다시 수정해 제출했다. 아, 얼마나 힘든 수업이었는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그때 교수님이 3개의 에세이 주제를 주고 학생들 맘대로 골라 제출하라고 했는데 그때 난 플로리다 나사에서 일하다 뇌졸증으로 쓰러져 사망한 케이스를 골랐다.
젊은 신혼부부는 명성 높은 나사에 가서 일할 거 생각하니 너무너무 행복했어. 수입도 많으니 여행도 자주 가고, 멋진 집도 사고, 멋진 차도 사고 등 행복한 계획을 세우며 플로리다로 갔는데 나사 근무가 아주 힘들었어. 부인은 남편이 새벽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니 혼자 지내기 너무 힘들어 맨날 바가지를 박박 긁었어. 부인이 남편 늦게 오면 찬밥 주고 반찬도 성의 없게 아무거나 먹으라 하고 남편은 부인의 행동이 불편하고 싫고 등. 젊은 부부는 행복은커녕 지옥 같은 생활을 하다 남편은 남편대로 회사 일도 너무 힘들고 부인이 바가지 박박 긁으니 뇌졸중으로 쓰러져 숨져 버렸다. 이 경우는 부부가 대화하며 소통했으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케이스. 회사에게도 책임이 있지. 회사의 특별한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가끔 미팅도 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가족 소통이 원활하게 했으면 비참하게 막을 내리지 않았겠지. 조직 내 문화도 참 중요해. 수입이 전부가 아냐.
이 내용을 분석해 에세이로 작성하는 숙제였는데 난 말이지 한국과 미국 문화가 참 다르구나 처음 느꼈어. 한국에서 결혼 후 집에 없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아. 내 주위 너무너무 많았어. "우리 집 남편은 새벽에 우유 들어올 때 집에 와요." 등 별별 소리 다 들었지. 그런데 미국은 남편이 회사에서 일하고 늦게 오는데 불평불만 쉬지 않고 해. 나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부인은 애도 없어서 아주 힘들 거 같지도 않은데.
난 말이야. 신혼이 뭐니. 애초에 애 아빠는 집에 없어.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 힘든 두 자녀 특별 레슨 뒷바라지도 전부 내 몫. 그뿐이니. 남편 뒷바라지도 내 몫, 매주 시댁에 방문하고 등 결혼하니 세상의 의무가 전부 내게로 오더라. 그런데 위 케이스는 부부만의 문제. 나사 근무한 남편이 바람피운 것도 아닌 케이스. 암튼 고민하다 뭐라 뭐라 다시 제출했어. 아, 잊을 수 없는 숙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