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브라질 이민 3세 부부
지난여름 카네기 홀에서 결혼 5년 차 브라질 여행객을 만났다. 부부는 일본계 브라질 이민자였고 부부 할아버지께서 브라질에 이민 가셨으니 이민 3세가 되겠다.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상파울루에서 부부 함께 광고 회사를 운영한다고. 여자는 곱고 예쁘게 생긴 스타일이라 미혼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결혼 한지 5년이 되어가고 아이가 없는 부부가 뉴욕에 처음으로 여행을 와서 뉴욕에 2주간 머물다 떠날 예정. 저녁 7시 비행기로 브라질로 돌아간다고 말했다(2018. 6. 9).
뉴욕에서 가장 힘들고 불편했던 점은 자주 노선이 변경되니 지하철 이용이 힘들었다고 했다. 뉴욕에 오래 사는 뉴요커 역시 지하철 이용이 불편하다. 출퇴근 시간은 지옥철이니 더 그러하고 자주 노선이 변경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여행객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종이 지도를 항상 휴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
뉴욕에서 지낸 동안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다녀왔고 센트럴파크와 타임 스퀘어와 모마와 메트 뮤지엄에 가 봤다고 하면서 내게 워싱턴 D.C. 에 대해 물었다. 백악관이 있는 도시 워싱턴 D.C. 에 오래전 벚꽃 구경하러 관광버스를 타고 다녀온 적이 있다. 왕복 10시간 가까운 곳이고 하루 일정이라 많은 곳을 볼 수 없었고 백악관 근처 벚꽃 명소와 링컨 기념관에 간 기억이 남는다. 뉴욕보다 더 깨끗한 도시고 뮤지엄이 무료라서 좋으나 불편한 점은 대중교통이 뉴욕처럼 발달하지 않아 몹시 불편해 관광객은 이동할 시 택시를 이용한 편이 더 좋다고 한다.
며칠 남은 일정에 어디를 방문할지 고민한 젊은 부부에게 보스턴 여행을 권했다. 버스로 왕복 10시간 가까이 걸리니 하루 일정이라면 상당히 피곤할 수 있지만 브라질에서 자주 뉴욕에 여행 올 수 없다면 피곤할지라도 잠깐 방문하는 것도 좋겠지. 보스턴 하루 일정이라면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과 찰스 강과 보스턴 항구를 잠깐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보스턴에 가끔 여행을 가니 관광객이 잘 모르는 여행 정보를 많이 주자 부부는 아주 기뻐했다.
또, 뉴욕 여행 정보도 많이 주었다. 장미의 계절이니 브루클린 식물원 금요일 아침 8-12 사이 무료입장이니 꼭 방문하고. 브롱스에 있는 뉴욕 식물원 페기 록 펠러 장미 정원도 아름다우나 뉴욕이 첫 여행지라면 교통이 불편해서 브루클린 식물원을 권한다. 브루클린 식물원은 지하철 타고 브루클린 뮤지엄 앞에 내리면 된다. 여름 시즌이니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도 좋고 바로 옆에 있는 브라이튼 비치도 아름다우니 시간이 되면 방문하라고.
그 부부는 뉴욕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인 지 물어서 입장료 비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라커 펠러 센터 전망대보다는 휘트니 미술관에 가서 뉴욕의 전망을 보는 것도 좋고 허드슨강 전망도 무척 아름답다고 말했고 만약 꼭 전망대에 가고 싶다면 가급적 석양이 지는 시간대를 이용하면 훨씬 더 좋을 거라고 했다.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라커 펠러 센터 전망대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이나 입장료가 비싸고 날씨가 안 좋은 날이면 더더욱 권하지 않게 된다.
또한 아트에 관심이 많다면 컨템퍼러리 아트전을 볼 수 있는 첼시 갤러리를 방문하라고 말했다. 뉴요커의 여름 휴양지 거버너스 아일랜드도 좋고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탑승 역 근처에 있으니 가보라고 권했다. 섬의 전망도 아름답고 전시회도 볼 수 있고 스케줄이 맞는다면 음악회도 볼 수 있어서 더 좋은 아름다운 섬. 해마다 여름이 되면 몇 차례 꼭 방문하는 섬이다. 커피와 음식 등 간단히 사 먹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도시락을 준비해도 좋아.
내가 주는 뉴욕 정보에 감사한다는 브라질에서 온 젊은 부부 여행객을 보고 문득 지난 나의 시절도 생각이 났다. 결혼 5년 차는 내게 지옥 같던 시절. 결혼 후 집에 차가 있지만 여자니 운전할 수 없다고 하는 남자와 살면서 버스로 왕복 4-5시간 통근을 했고 첫아이 임신 때도 버스 통근을 하며 직장 생활을 했고 학교에서 종일 수업하고 집에 밤늦게 돌아오면 아무도 없이 혼자 지냈던 시절.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것은 고독한 시간이었다. 아이 아빠 군 복무로 전방에 1년 살다 고향으로 내려갔다. 전방에 이사할 때 왕복 5시간 가까운 학교에 통근하면서 홀로 새벽까지 이삿짐을 쌌다. 전방에서 살 집을 구한 것 역시 내 몫이었다. 낯선 지역에 가서 혼자 1주일 동안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집을 구했다. 너무 비싸거나 너무 더럽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둘째 아이 출산하자 학교에 사직서 제출하고 오로지 두 자녀 양육에 힘썼다. 두 자녀 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은 매주 토요일 오후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내로서, 두 자녀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의무가 내 삶의 전부인 시절.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던 시절. 여자의 삶은 출산 후 많이 달라지고 주위에서 협조를 하면 더 좋은 상황에서 지내나 자녀 양육이 오로지 혼자의 몫이라면 결혼이 주는 무게감으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대학 시절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지만 그 모든 것은 우주 나라에서 존재하는 느낌이 드는 고독한 시간들. 경제적 형편이 아주 좋고 남편의 협조가 있다면 어린 두 자녀를 돌보는 결혼 생활도 백배 이상 행복할 수 있을 것이나 반대의 상황에 놓이면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청년 실업, 경기 불황,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결혼 기피 현상이 있고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안 하는 부부도 많고, 한 명의 자녀만 출산해서 기르는 부부도 많다. 자녀가 있고 없고 차이가 크고, 자녀가 두 명인지 한 명인지 역시 차이가 크고, 남편의 협조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역시 차이가 큰 결혼생활. 브라질 여행객처럼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시절.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