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백만 년 만에 산책하러 갔어

일요일 줄리아드 학교 공연 보고, 월요일 아침 세탁 소동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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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아들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호수에 산책하러 다녀왔다. 호수에 간지 백만 년 정도 되었나.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침 기온 영하 3도. 호수는 꽁꽁 얼어 있고 기러기떼와 거북이 떼와 하얀 백조는 남쪽 나라로 갔는지 그림자도 안 보였다. 꽁꽁 언 호수에 붉은색 사다리가 보여 마치 첼시 갤러리에서 본 컨템퍼러리 아트 같아 보였다. 호수에 가면 늘 만나는 중국인들도 보이지 않았고 파란 하늘과 겨울나무를 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제 하려다 미룬 세탁 하러 아파트 지하에 내려갔어. 낡고 오래된 세탁기에 옷과 수건 등을 넣고 집에 돌아와 오래된 블루빛 가방과 스카프는 손세탁하고 다시 지하에 내려가려는데 아들이 평소 집에서 입는 가운이 침대 위에 뒹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다시 손세탁을 하니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 부드러운 가운이 흡수력이 좋아 세탁이 쉽지 않았고 물기를 짜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 아들에게 부탁을 해서 함께 물기를 짰다. 낡은 가방과 가운을 들고 지하에 내려가니 낡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대포소리처럼 들렸다. 이제 아파트 공동 세탁기 교체할 시간이 된 듯 보인데 언제 교체하려나. 건조기에 세탁물 옮기고 집에 돌아와 커피를 끓여 테이블 앞에 앉았다.


어제 일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설거지를 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아들 혼자 오븐에 요리를 했는데 투명한 파이렉스가 까맣게 타버려 파리 에펠탑에서 본 흑인이 생각났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본 흑인 몇 명. 에펠탑에 올라가 파리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데 처음으로 본 흑인 피부 색깔에 많이 놀랐다. 캄캄한 밤에 피부가 까만 흑인 눈동자가 빛나서 놀랐어. 흑인 피부색도 다양하고 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공부했던 학교에서 만난 흑인 아가씨 피부는 또 얼마나 예쁜지. 영화배우처럼 예쁜 학생 피부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암튼 어제 까맣게 타버린 투명한 파이렉스와 아침부터 전쟁을 했어. 냉장고에 든 하얀색 우유는 이미 저 세상으로 가고. 유효 기간이 남았는데 썩어버려 버려야 했어. 어제 아침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불던지 겨울나무도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도 우리네 삶과 비슷할까. 폭풍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우리네 삶처럼. 날씨는 춥지만 하얀 눈이 펑펑 내리지 않는다고 아들은 불평을 하고 하얀 눈이나 펑펑 오면 좋겠어. 강아지처럼 하얀 눈밭 위를 뛰어다닐 텐데 눈이 왜 오지 않은 거야.


지난 토요일 지하철로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말할 것도 없이 감기에 걸렸어. 피곤이 가져온 감기 덕분 노란 유자차 끓여 마시고 기운도 없어서 종일 집에서 지낼까 하다 설거지하고 브런치 먹고 힘내 맨해튼에 갔다. 주말 74 브로드웨이 역까지 운행하는 7호선. 어제는 우연에 맡겼어. 맨해튼에 가는 지하철에 그냥 탔어. 처음에 온 지하철은 그냥 보내고. 내가 타려는 순간 눈 앞에서 떠나니 그냥 보냈지. 다음에 오는 지하철은 빈자리 없고 복잡하니 보냈지. 그 후 오는 지하철에 탑승하니 나의 목적지는 변하고 말았어. 맨해튼 미드타운 모마 근처에 내려 5번가 걷다 시내버스 타고 북 카페에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전화가 걸려와 통화를 하니 금방 시간이 흘러갔다. 커피 마시고 서점에서 나와 타임 스퀘어 근처로 향해 걷다 1호선 타고 링컨 센터에 갔다.


어제 일요일 줄리아드 학교에서 챔버 공연이 열렸고 오후 2시 반, 5시, 저녁 7시 반 공연. 난 오후 5시와 저녁 7시 반 공연을 보았다. 아름다운 슈만의 피아노 3중주 곡도 듣고, 베토벤의 현악 4중주 곡도 감상하고. 아름다운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혼 연주도 감상하고, 피아노 듀엣 곡 등을 들었어. 처음 듣는 피아노 곡 연주는 너무 어려워 머리가 더 복잡해졌어. 휴식하러 갔는데 머리가 전쟁터 같았어. 피아노 선율이 내게 너무 어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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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반 프로그램 보니 타임 스퀘어 지하철에서 만난 첼리스트 학생 이름 Kei Otake이 보여 아쉬웠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외모가 특별한데 나중 알고 보니 줄리아드 학생. 어제 그 학생은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하고 타임 스퀘어에서 연주하고 난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 보고 타임 스퀘어 도착했는데 이틀 연속 그 학생을 만났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하고 연주하는 것도 바쁠 텐데 타임 스퀘어에서 연주도 하고 얼마나 바쁠지 상상이 안되지. 물론 개인 레슨도 받으러 갈 테고 개인 레슨 하며 돈도 벌 테고.


글쓰기 하다 지하에 내려가 건조기에 든 세탁물 찾으러 갔는데 마르지 않아 할 수 없이 다시 동전을 넣었다. 처음에 세탁기에서 덜덜덜 소리 나니 낌새가 이상한 것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괜히 시간과 동전만 날렸다. 월요일 대소동이야. 손세탁 두 번이나 하고 건조기 두 번 돌리고. 아, 힘든 세탁. 다시 아파트로 올라와 브런치 준비했지. 미트볼 스파게티 준비해 먹고 설거지하고 글쓰기로 돌아오고. 아파트 지하에 다서 다시 세탁물 가져오고 오늘 아침 빨래는 3시간이 걸렸어. 저녁 식사 준비도 해야 하고 맨해튼에 살고 매일 외식하면 시간이 넉넉할 텐데 플러싱에 살면서 맨해튼까지 왕복 최소 3-4시간 지하철과 버스 타고 가고 매일 식사 준비하니 너무너무 바빠. 월요일 아침 운동하고, 소동 피우며 빨래하고, 브런치 준비하고, 글쓰기 하고. 아, 쉴 시간이 없구나. 지금 오전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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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평화로우면 얼마나 좋아. 지난 토요일 첼시 갤러리에 가니 마음 넉넉하게 하는 그림도 봤지. 보라와 노랑빛이 춤추는 그림. 화가는 날마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도 했어.






1. 28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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