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세상에 슬픈 이야기가 참 많아.

by 김지수

월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흐린 하늘 보고 노란 유자차 끓여 마시고 책 읽고 브런치 먹고 어디에 갈지 생각하며 시간이 흘러가네. 어제도 맨해튼에 가려다 이민에 대한 글 쓰기 하다 그만 집에 주저앉고 말았다. 글쓰기 쉽지 않아. 특히 이민에 대한 글쓰기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이민을 오고자 하는 사람들 마음을 알기에 그런지 몰라. 이민에 대한 환상이 크면 클수록 실망이 큰 게 이민이다.


나 역시 이민이 뭔지 한국에서 들어본 적도 없으니 몰랐지. 당시 이민에 대한 책도 없었고 주위 이민을 간 사람도 없어서 잘 몰랐다. 반 세기 이상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으면 '이민'이라고 말하고 싶다. 편하게 럭셔리한 삶 추구한 사람과 이민 생활은 너무나 거리가 멀어. 소수 돈 많은 귀족층과 능력 많은 분은 예외가 될지도 몰라. 이민이란 다른 나라에서 새로이 탄생한 것이다. 시민권자와 결혼한 경우는 훨씬 더 가볍지만 홀로 다른 나라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무한 도전이야. 물론 문화가 다른 나라 남자/여자와 결혼해 사는 게 어디 쉽겠니. 하지만 그런 경우는 일단 신분 문제가 해결되니 더 가볍다는 의미다. 이민생활에서 영주권만 얻으면 도전해 볼만 하지.



IMG_9465.jpg?type=w966 깨진 유리조각들 보고 슬픈 삶을 생각했지.




이민 생활은 개인마다 너무나 다르고 사연도 많지. 눈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놀랍게 오바마 대통령 때 추방당한 사람들이 역사상 가장 많았다고 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 이야기 잠깐 하자면 이렇다.


서부에 사는 50대 서류 미비자가 한국에서 고교 동창들이 미국에 여행 오니 나이아가라 폭포 구경하러 갔는데 관광버스가 국경을 넘어가니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올 적 검문을 받는데 신분이 탄로 나 체포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놀랐을까. 당연 추방이다. 그럼 남은 가족들은 어떠했을까.


오래오래 전 한국에서 꽤 잘 살던 명문대 졸업한 남자는 세계 여행도 많이 하고 골프도 치고 돈 많았는데 뉴욕에 와서 살고 싶은 마음에 한국 생활 정리하고 뉴욕에 왔는데 막상 할 게 없으니 고민하다 뉴욕에서 세탁소 하기 시작했다고. 직장 구하기 너무 힘드니 그랬겠지.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도로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호주머니에 꼬깃꼬깃한 5달러 지폐 한 장 들어있었다고. 그는 숨졌고 남은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슬픈 이야기.


아이비리그 프린스턴 대학에 합격한 한인 청년 이야기도 너무 슬퍼. 세탁소 경영하는 집안에서 성장했는데 프린스턴 대학 합격 통지서 받고 얼마나 기뻤을까. 그런데 슬프게 프린스턴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없었어. 나중 알고 보니 부모님이 서류 미비 자라서. 일부 대학은 서류 미비 자라도 입학 가능하지만 명문 프린스턴 대학은 공부할 수 없어서 뉴욕 주 다른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 아버지는 다른 사람 명의 빌려서 세탁소 운영했다고. 아들은 아버지가 서류 미비자란 것을 몰랐다고.



주말 뉴욕 타임스를 조금 읽었다. 성직자 성추행, 유럽 빈부차, 시카고 살인 사건 등 제목만 봐도 세상이 얼마나 쓸쓸하고 무서운지 느껴져. 성직자 성추행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고 가끔씩 언급되는 문제. 성직자가 성추행하는 성당이라면 종교인들 믿음이 흔들릴 텐데 왜 그런가 몰라. 시카고는 어떤가. 카네기 홀에서 만난 음악가가 시카고는 자고 일어나면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도시라고 해서 놀랐는데 정말 그런다고 해. 바람의 도시 시카고는 건축물로 명성 높고 시카고 대학과 시카고 미술관이 있고 언젠가 방문해야지 하다 그만 시간만 흐르고 있는데 안전한 도시는 아니라고 하니 두렵다. 어릴 적 유럽에 대한 환상을 가졌지. 한국에서 뉴욕에 대해 들어보지도 않아서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에 대해 열망했었지. 한국만 빈부차가 난 게 아니라 지구촌 모두 빈부 차이로 몸살을 앓아. 점점 미들 클래스가 사라지고 극과 극으로 나뉘는 세상이 되어가니 큰 일이야. 자본주의가 가져온 현상 아닐까. 그럼 사회주의는 어떤가. 사회주의 정책을 시행한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그럼 자본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니면 어디서 정답을 찾아야 할까.


어제도 미술관에도 가고 공연 보러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해. 플러싱 타운 홀에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인 음악가 공연이 열렸는데 늦게 예약하려니 이미 매진이라 표도 구할 수 없었어. 집에서 가까우니 피아노 연주 감상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IMG_9486.jpg?type=w966 우박 맞으며 아들과 함께 호수에서 산책했어.


어젯밤 호수에 아들과 함께 산책하러 갔어. 하늘에서 우박도 내리고 우박 맞으며 아들과 호수 몇 바퀴 돌며 가로등 비춘 아름다운 호수를 보고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애완견과 백조와 기러기떼 싸우는 것 봤어. 애완견이 호수를 보고 멍멍 짖자 하얀 백조가 날개를 켜고 괴성을 지르고 난리를 폈어. 기러기떼도 합세하고. 하얀 백조가 우아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말 사나워.


하늘이 너무 어두워 전기를 켰다. 캄캄한 사람들 마음처럼 하늘도 너무 캄캄해.

세상이 아무리 슬퍼도 행복을 찾으러 떠나야지.

슬프다고 울면 어떡해.

어딘가에 있을 보물을 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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