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화요일 아침 아파트 지하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돌아오니 마음이 뿌듯하다. 공동 세탁기 몇 대가 놓인 곳이라 혹시 누가 사용 중이나 미리 걱정하고 다행스럽게 내가 사용할 빈 세탁기만 발견해도 기분이 좋아. 물세탁이 되는 동안 노트북을 켜고 메모를 하는 중. 아침에 일어나 상치도 씻어 냉장고에 넣고, 브런치 먹을 미트볼도 만들고, 신문지와 종이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파란 우체통에 레터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제비꽃을 보고 새들의 비브라토가 들려오는 기분 좋은 아침. 핫 커피 끓여 마시며 잠깐 휴식도 했다.
어제는 시간을 도둑 맞았다. 범인은 다름 아닌 악몽. 일찍 눈을 떴는데 다시 잠들어 버렸는데 그만 악몽을 꾸었다. 아들에게 말하니 최악의 악몽이라나. 늦잠까지 자고 말았으니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지. 브런치 준비해 먹고 설거지하고 휴대폰 보니 일본 디자이너가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해서 그녀에게 전화를 하니 그녀도 받지 않아 서로 연락이 안 되었다. 저녁 뉴욕대 이벤트 가려고 예약한 종이 프린터 하려는데 프린터기는 작동하지 않아 아들에게 물으니 인터넷을 변경해서 그런다고.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데 프린터기는 아날로그 세상에 사네.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북 카페에 갔는데 찾고자 하는 책은 안 보이고 몇 권의 소설책을 테이블 위에 두고 이 책 저책 몇 페이지를 넘겨도 글이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고.
서점을 나와 그랜드 센트럴 역에 가서 지하철 타려는데 승객들이 너무너무 많아 복잡하고 지하철은 오지 않고. 오래오래 기다리다 익스 프레스 지하철에 탑승.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 내려 로컬에 환승하고자 하는데 오지를 않아서 답답한 마음으로 기다렸지. 늦게 도착한 지하철을 탔는데 내가 멈추고자 하는 역은 그냥 지나치고 소호에 가까운 지하쳘역에 도착.
뉴욕대 이벤트 가려고 미리 예약했지만 가고 싶은 마음도 절반 안 가고 싶은 마음도 절반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갔는데 지하철 소동으로 지각하고 말았는데 입구에서 예약 확인하고 들어가니 홀은 만원이라 내가 앉을 공간은커녕 서 있을 공간도 찾기 힘들 정도. 저녁 식사 시간 무렵인데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까. 잠깐 뉴욕 시립 발레단 수석 무용수 발레 감상하고 토크쇼 하는데 난 일찍 집에 돌아왔다. 악몽을 꾸어서 그런지 우울하고 에너지도 없고 힘도 없고 흐린 하늘처럼 흐린 하루가 지나갔다. 그래도 어제 이웃집 정원에 핀 노란 수선화 꽃 보니 반가웠다. 맨해튼 꽃집처럼 아주 화려하고 예쁘지 않아도 꽃은 언제나 예쁘지.
어제는 흐린 날
오늘은 햇살이 비춰 마음이 따뜻해진다. 햇살은 소중한 친구야.
3월도 서서히 떠나가고 있구나.
곧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물을 건조기에 옮길 시간.
3. 26 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