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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폭염 비상사태

by 김지수

뉴욕은 폭염과 전쟁 중.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뉴욕 야외 공연과 스포츠 경기 등 잇달아 취소. 7년래 가장 더운 주말이라고!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19일 오전 9시부터 21일 자정까지 ‘폭염 비상사태’를 선포. 또한 높이 100피트 이상의 고층 빌딩들에 대해 실내 온도를 화씨 78도(섭씨 25.5도) 이하로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라고 <뉴욕 한국 일보(2019.7. 20)>에 올려졌다.


지난주 토요일 맨해튼에 정전 사고가 발생해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뮤지컬 공연이 취소되고 피해 입은 곳이 아주 많았다고. 그날 난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비싼 택시 탔으면 눈물이 났을 거야. 너무너무 비싼 뉴욕 택시비.


미국 서부 팔로 알토 토요일 아침 기온은 16도, 뉴욕은 29도. 체감 온도는 34도에 이르니 팔로 알토에 놀러 갈까. 미국은 지역별로 날씨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편차가 큰 도시다. 미국에 와서 하나만 보고 전체를 말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 만져보고 코끼리 생김새에 대해 말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제 아침도 태양이 지글지글 타오른데 아들과 함께 공원에 가서 초록 나무 아래서 운동을 하다 집 근처 마트에 가서 복숭아와 토마토와 바게트와 전기 구이 통닭 한 마리를 사 왔다. 활활 타오는 태양이라 오븐 켜고 요리하는 것은 불가능. 비빔면과 닭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냉장고에 든 수박 한 조각 먹고 외출할지 고민하다 그냥 집에서 지내고 말았는데 어제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뉴욕대와 휘트니 미술관에 다녀올 걸 그랬지 후회가 밀려왔다. 매일 외출하다 집에서 지내니 혼자서 집에서 지낸 아들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했다.



폭염에 죽을 거 같은데 반대로 폭염에 함박웃음 짓는 사람들도 있다고. 냉면과 콩국수와 삼계탕과 팥빙수 수요가 늘고 선풍기와 에어컨 인기가 많아 한인 업체들은 오히려 폭염이 사랑스럽겠어. 지난주 아들이 친구들과 낚시하고 저녁에 냉면 먹으러 갔는데 1인 15불 +팁+ 세금. 냉면 한 그릇에 15불 이상하니 정말 비싸 평소 먹을 수도 없다.


아들 친구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를 보러 갔는데 1인 150불 정도 썼다고. 4명 가족이 뮤지컬 한 번 보는데 약 600불. 식사비 합하면 금방 1000불을 쓰게 된다. 아들은 엄마가 그 가족처럼 돈 쓰면 공연비가 한 달 100만 불이 되겠다고 하니 웃었어. 누가 내 글 보고 오해할지도 모르겠어. 자주 공연과 전시회 보니 한 달 문화생활 비용이 많은 줄 알고. 천만에. 난 귀족이 아니고 내 형편에 맞지 않으면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경제학 법칙을 언제나 고수하지.


뉴욕 문화 정보가 부족할 때는 비싼 뮤지컬 티켓을 구해서 몇 번 본 적도 있지만 세월이 흘러가니 뉴욕에 대해 점점 알아가게 되고 러시 티켓과 무료 공연도 알게 되었다. 누가 알려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모든 정보는 내가 스스로 찾았다. 뮤지컬 러시 티켓은 대개 40불 정도. 극장 앞에 가서 오래 기다린다. 박스 오피스는 오전 10시경 문을 열고 아침 6시부터 기다린 경우도 있고 운이 없으면 오래오래 기다려도 뮤지컬 티켓 사지도 못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다시 말해 뮤지컬 러시 티켓은 기다린 시간을 생각하면 그리 저렴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시간은 얼마나 소중해. 무더운 날 몇 시간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 소수 운 좋은 경우는 로또 뮤지컬 당첨되기도 한다고. 난 뉴욕에 살면서 로또 뮤지컬에 당첨된 적이 없어. 행운은 늘 나를 비켜나니 그것 또한 행운인가. 그저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는 게 없더라. 평생.


복 많은 사람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굉장히 많다고. 가까이서 자주 지켜보았다. 시부모 재산이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니 함박웃음 짓더라. 부자들 세금이 낮아지니 시부모 재산이 많아질 거라고. 그게 전부 며느리 몫이 될 거라 생각하더라. 시부모 재산 기다리는 사람들 아주 많은 듯. 삶이 다 달라.


뉴욕은 문화 예술의 도시라서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주 많다. 뉴욕 여행은 정보가 행복이다. 좋은 문화 예술 정보를 알면 아주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뉴욕 여행 오려면 뉴욕 문화 예술 정보에 대해 미리 알고 오면 좋기만 하지. 정보는 돈이다. 뉴욕은 특히 정보가 돈이다.


수년 동안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답사한 덕분에 맨해튼에 대해 차츰차츰 알아가고 있다. 난 낭비하는 것을 싫어한다. 돈이든 시간이든. 과거 남들이 부러워하는 집에 살 때도 2000원 하는 커피 사 먹지 않았다. 우리 대학 시절 자판기에서 100원 주고 커피 뽑아 마셨는데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하니 어느 날부터 비싼 커피가 유행이 되었다. 영어 학원에 매일 커피 한 잔 들고 오는 한의사 부인도 기억난다. 매일 영어 신문과 소설을 읽던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들었는데 소식이 끊긴 지 오래전이다. 그때 함께 수업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 부자라서 놀랐다.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나랑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지인은 내게 왜 차를 타지 않고 시내버스를 타냐고 물었는데. 그녀가 내게 집이 어디냐고 물어서 아파트 주소를 말하니 어머 그럼 같은 아파트네요,라고 하며 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녀와도 소식이 뚝 끊겨 버렸어. 교수 남편 따라 미국에 와서 2년인가 지내다 한국 돌아갔는데 나중 판사직에 근무한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그녀 아들이 콜럼비아 대학에 입학했을 때 맨해튼 한인 타운에서 함께 식사도 했지. "너 먹고 싶은 거 골라 먹어요."라고 했는데 가장 저렴한 메뉴 골라서 놀랐던 그녀 아들. 생각하니 그녀가 내게 그녀 시어머니가 담가준 김치도 가끔 선물로 주었다. 귀한 김치를 내게도 나눠줘 감사함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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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662.jpg?type=w966 뉴욕에 폭염 비상사태 선언되었는데 플러싱 공원에서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 놀라워.




어제 아침도 공원에서 테니스 치는 사람들을 보았다. 태양이 활활 불타오른데. 테니스를 얼마나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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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만든 샌드위치 맛이 좋아 감사했어.




어제 난 거의 죽는 줄 알았다. 저녁 식사는 아들이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감사한 마음을 먹었다. 전날도 새우 볶음밥을 만들어 감사함으로 먹었다. 아들은 요리사가 되려나. 요리를 정말 잘해. 볶음밥은 5성급 호텔 레스토랑 수준이야.


뉴욕 주말 폭염 비상사태 선포. 오늘 최고 기온은 36도. 체감 온도는 40도가 넘을 거 같아. 사우디 아라비아에 사는 사람들은 어찌 견딜까.


오늘과 내일은 집에서 있다가는 죽겠다. 냉장고에 수박도 없는데 큰 일이야.



7. 20. 토요일 아침 10시경

현재 기온 32도, 체감 온도 38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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