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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른 후

콜럼비아 대학에서 추억에 잠기다

by 김지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초록색으로 빛나는 화요일 밤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하루를 뒤돌아 본다. 서부에서 온 딸과 지낼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가끔은 시간아 멈추어라,라고 마법을 걸고 싶다. 행복한 시간은 왜 그리 빨리 흘러가는지 몰라. 지난 토요일 뉴욕에 온 딸은 모레 아침 서부로 떠난다. 시간을 붙잡고 싶다. 이제 서부로 가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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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두 자녀와 함께 맨해튼 레스토랑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재즈 음악이 흐르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두 자녀랑 식사를 하다니 꿈같은 시간 아닌가.


뉴욕 정착 초기 수도승처럼 공부를 하며 고독과 몸부림치며 시간이 흘러갔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도시 뉴욕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고독한 시간을 보냈는가. 뉴욕이 세계의 중심지란 것도 모르고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란 것도 모르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에 도착한 첫해 여름날 아들이 학교에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갔다. 그때 차를 구입하기 전이라 집주인이 출근하는 길 아들과 날 학교에 데려다주었는데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쉽게 집에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낯선 거리에서 4시간 이상을 헤매고 말았다. 골목골목이 비슷비슷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주택가에 공중전화도 드물었다. 택시를 탔더라면 편했을 텐데 우린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다. 어린 아들은 엄마가 트레이닝하려고 일부러 그랬다고 오해를 했다. 우리의 뉴욕의 삶은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가득했다. 어제 아들과 허드슨 강을 보러 미드타운을 걸으며 롱아일랜드에 살 때 길을 잃어버린 추억을 이야기했다.


아침 이른 시간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맨해튼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하니 마치 우린 여행객이 된 느낌이었다. 가끔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트렁크 하나 들고 낯선 공항에 내린 상상만으로 행복이 밀려오는 여행. 삶은 끝없이 복잡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 믿는다. 대학 시절 꿈꾸던 세계 여행을 할 거라 미처 생각도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가고 세상이 변해가니 우리 가족도 세계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도 그러했던 거처럼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날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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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식사를 하고 일을 하러 떠나고 아들과 난 맨해튼 낯선 거리를 서성거렸다. 꽤 오랫동안 걷다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들어갔다. 그곳에 가면 늘 만나는 중년 남자도 보았다. 그리고 날 기억하는 초록빛으로 염색한 바리스타는 내게 커피를 내밀었다.


우리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데 창밖에 비가 쏟아졌다. 가방에 우산도 담지 않았는데 꼼짝없이 갇혔다. 가끔은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책을 읽었다. 멈출 거 같지 않은 비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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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212.jpg?type=w966 해피 아워 시간은 피자가 절반 가격이라 좋았다. 피자 한 판에 약 30불



저녁 무렵 두 자녀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 딸은 일을 마치고 레스토랑으로 왔다. 해피 아워 시간이라 피자가 절반 가격이라서 매력적인 레스토랑. 석류 레몬주스도 주문하고 맛있는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시간들. 처음으로 방문한 멋진 레스토랑에서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갔다. 해피 아워 시간을 잘 이용하면 좋을 거 같다. 분위기도 좋고 피자 맛이 좋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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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학 버틀러 도서관




두 자녀랑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콜럼비아 대학에 갔다. 딸은 고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동안 콜럼비아 대학에서 수업을 받았고 그 후 처음 방문했으니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갔는지 몰라. 딸은 고등학교 졸업 후 런던에서 1년 동안 공부를 하고, 뉴욕에 돌아와 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 후 보스턴 캠브리지에서 일하고, 지난 6월에 서부로 옮겼다. 난 가끔 영화와 공연과 전시회를 보기 위해 콜럼비아 대학에 방문하곤 했다. 사랑하는 버틀러 도서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여름날 방학이라 평소와 달리 조용한 캠퍼스에서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센트럴파크에도 가려다 계획을 변경해 콜럼비아 대학 버틀러 도서관 맞은편 계단에 앉아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했다. 며칠 전 초승달을 봤는데 반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화요일 15,580보를 걸었다. 어제는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무슨 의미일까. 좋은 소식이 올까.



8. 6 화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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