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금요일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카네기 홀 공연을 깜박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어제 미드타운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중년 남자를 만났는데 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 말러 교향곡 5번 연주가 정말 좋다고 칭찬하니 그제야 카네기 홀 공연이 생각났다. 10월 3일 열리는 카네기 홀 갈라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날 뉴욕 시티 센터에서 우연히 일본 모자 디자이너를 만나서 함께 공연을 보면서 프란츠 벨저 뫼스트 말러 교향곡 5번 연주가 좋다고 말했다. 아들은 댄스 공연 보고 새벽에 집에 돌아와 피곤하니 이틀 연속 공연 안 보고 싶다고 하니 모자 디자이너랑 함께 공연을 보러 갔는데 우연히 음악을 사랑하는 중국 시니어 벤자민과 그분 친구도 만났다. 뉴저지에 사는 벤자민 친구도 음악을 광적으로 사랑하고 가끔씩 카네기 홀에서 만난다.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역시 미국에서 명성 높다. 뉴요커들은 말러 교향곡 5번을 무척 사랑하고 한국에서 난 말러 곡을 듣지도 않았는데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 상당수가 말러 곡을 사랑하니 놀랐다. 아주 오래전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도 만난 친구도 말러 곡을 가장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때는 카네기홀에서 공연 볼 상황도 아니었다. 오로지 공부하고 두 자녀 학교에 픽업하고 1주일에 한 번씩 양로원에 발런티어 하러 갔다.
1부 연주는 피아노 연주였다. 명성 높은 러시아 태생의 미국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 Yefim Bronfman의 연주는 이해가 무척 어려웠다. 평소 자주 음악을 듣는 내게도 어려워 괜히 일본 디자이너에게 함께 공연 보러 가자고 했나 미안할 정도였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휴식 시간 후 말러 교향곡 5번 연주가 시작. 연주 시간이 70분이니 상당히 길다. 우연히 만난 음악팬의 말처럼 프란츠 벨저 뫼스트 말러 교향곡 5번 연주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현악 부분 연주가 좋고 금관악기 부분은 약간 만족도가 떨어졌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다. 아들이 자주 금관악기 연주가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러 곡을 감상했다. 우리도 맨해튼에 산다면 아들도 함께 공연을 감상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카네기 홀에서 꽤 많은 공연을 보지만 모든 연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카네기 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사는 디자이너는 플러싱에 사는 내 입장과 다르고 난 연주가 끝나자마자 홀을 떠나 지하철역에 도착해 기다려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와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한 밤중에 집에 돌아왔다. 한 밤중에도 지하철은 만원이라 놀랐다.
금요일 오후 맨해튼 음대, 뉴욕대, 누 갤러리 등 다양한 행사를 볼 수 있는데 포기하고 디자이너 아파트에 방문했는데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맨해튼 미드타운에 사는 모자 디자이너 아파트에 방문해 재즈 음악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35년 전 미국에 온 콜럼비아 출신의 중년 여자도 만났다.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치즈 케이크와 파스타와 차를 마시며 오랫동안 머물렀다.
일본 경제도 상당히 안 좋다고 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하니 얼마나 충격적인가. 일본이 노인 인구가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심각한 줄은 몰랐다. 현재 노인들을 위한 의료 정책이 잘 되어 좋지만 그만큼 젊은 층 부담은 클 수밖에 없는데 일할 젊은이들이 없으니 얼마나 고충이겠는가. 일본도 불안하고 정부가 돈이 없어서 세금을 인상하고...
일본 사회도 희망이 없다고 한다. 물리치료받는데 1시간당 30불이 들고 노인들은 무료고 의료보험이 있으면 30%만 지불하니 10불 정도를 낸다고 한다. 노인들은 무료라서 매일 물리치료받으러 가고 말하자면 노인들이 만나서 노는 장소라고. 일본 사회도 희망이 없으니 원정 출산을 한다고. 디자이너 친구도 원정 출산하기 위해 뉴욕에 와서 5번가 3 베드룸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는데 1달 렌트비가 1만 5천 불이라고. 몇 달 뉴욕에서 지내면 렌트비도 상당히 들겠다. 거기에 비싼 의료비 포함하면 꽤 많은 비용이 들겠다. 이 경우는 돈 많은 일본 사람에 해당된다.
오래전 한국에서 원정 출산이 상류층에게 유행처럼 퍼졌고 상류층의 모럴 해저드라고 비난했는데 이젠 일반인들에게 유행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출산을 한다고. 평균 경비는 2-3만 불 든다고. 미국에서 출산하면 시민권을 주는데 트럼프가 원정 출산도 막겠다고 하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디자이너도 상당히 부지런해서 놀랐다. 새벽 6시에 기상해 테니스 하고 센트럴파크에도 가고 1년 5-6회 모자와 그림 전시회를 하니 상당히 바쁠 거라 생각이 들었다. 또 평균 2달에 한 번씩 일본에 방문한다. 일본 교토가 그녀 고향인데 경제 상황이 안 좋고 아파트에 살 사람이 없어서 부동산 렌트비도 갈수록 인하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본 수도 동경은 아파트 렌트비가 비싸지만 다른 지역은 저렴하고 교토 2 베드룸 1달 렌트비가 400불 정도.
35년 전 콜럼비아에서 온 중년 여자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었다. 콜럼비아 경제는 어떻냐고 물으니 베네수엘라와 근접하고 베네수엘라에서 콜럼비아로 이민을 하니 노동력이 갈수록 싸져 심각하고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네. 지역에 따라 약간의 변동성이 있겠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콜럼비아까지 차로 1시간이라고 하니 얼마나 가까워. 베네수엘라가 공포의 도시로 변하니 이웃 나라로 이민을 간다고. 콜럼비아 하면 커피밖에 모르는데 그녀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그리스와 러시아에 살다 베네수엘라로 이사 간 분이 있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여기저기 삶이 삶이 아니네.
우리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소식은 독일 베를린 소식이다. 콜럼비아 출신 중년 여자가 들려준 말에 의하면 헝가리 출신의 42세 남자가 헝가리에서 살고 싶지 않아 독일 베를린으로 떠나 7년 동안 살았는데 베를린 경기도 정말 안 좋아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헝가리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남자는 결국 헝가리로 돌아갔다는 슬픈 소식. 열심히 일하는데 먹고 살기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생활비를 아껴 은행에 저축했는데 마이너스 금리라고 하니 얼마나 충격인가. 난 독일 경제는 좋은 줄 알았다. 독일에서 사는 사람들이 경제 안 좋다고 하는 말 들어보지 않아서. 불안한 경제니 내일 어찌 될지 모르니 그날그날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고 말하고 우린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갔다.
뉴욕에 온 여행객들 이야기에 의하면 브라질 역시 정치가 썩어서 경제가 안 좋고, 이탈리아 역시 상당히 안 좋고, 오래전 프랑스 경기 역시 안 좋다는 말을 들었고, 스페인 경제도 역시 안 좋다고. 지구촌 세상이 되어 해외여행을 하지만 갈수록 빈부 차이가 양극으로 나뉘니 심각하다. 어디서 탈출구를 찾아야 할까.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다 마음만 무겁고 복잡해졌다.
금요일 아침 하늘이 얼마나 파랗고 예쁘던지 잠시 가슴을 달랬는데 맨해튼에 가려고 지하철을 타니 홈리스가 맹인견 데리고 구걸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슬픈 강아지 눈빛을 보았다. 슬픈 아코디언과 기타 소리 들으며 맨해튼을 향해 달려갔다. 며칠 전 태양이 폭발하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처럼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