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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너스 아일랜드와 배터리 파크_쓸쓸한 세상

by 김지수

10월 6일 일요일


일요일 종일 하늘은 흐리고 한 줌의 햇볕이 그리운 가을날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며칠 자정 무렵 집에 돌아와 피로가 누적되어 휴식하고 싶은 마음 가득했는데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갔다. 오후 2시가 막 지나 페리 탑승하는 대기실에서 2시 반 페리를 기다렸고 뱃고동 소리 들으며 페리는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향해 떠났다. 잠깐이지만 페리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스테이튼 아일랜드 가는 주황빛 페리도 보고 브루클린 다리도 보고 하얀 갈매기도 보았다. 뱃고동 소리는 교회 종소리처럼 언제 들어도 좋다. 멀리 항해를 하는 것도 아니고 페리를 타면 10분 정도면 맨해튼과 전혀 다른 분위기에 젖는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좋기만 하다. 맨해튼에서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많이도 열리지만 가끔은 휴식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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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너스 아일랜드 특별 전시회/ 중앙 오노 요커의 <소망의 나무>


섬에 도착해 가장 먼저 전시회를 보았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거버너스 아일랜드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멋진 카페가 있어서 놀라고 맨해튼 정경도 바라보여 혼자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고 친구랑 함께 시간을 보내도 좋을 멋진 공간이었다. 코너에 오노 요코의 '소망의 나무 '가 보였다. 누구든 작은 하얀색 종이에 소망을 적어 나무에 걸어두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도 읽어보았다. 인간의 소망은 비슷비슷하다. 멋진 배우자랑 결혼하고 싶다는 소망도, 돈 많이 벌어 부자 되고 싶다는 소망도, 가족끼리 화목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도, 취직하게 해 달라는 소망도, 평화와 사랑 등의 소망도 적혀 있었다. 나도 소망을 적어 나무에 걸어두었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망도 적을까 하다 하지 않았다. 무얼 먹고 사는지 겉은 번지르한데 쓰레기 같은 사람들도 너무 많은 세상이다. 쓰레기 같은 사람들을 지지한 사람도 많으니 더 놀란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겠지. 화려함 뒤에 숨은 악마 같은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며칠 운동도 할 수 없어서 아들과 운동을 하려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은 없었다. 계단을 올라가 새로 오픈한 갤러리 공간에서 낯선 작가들의 작품을 보았다. 창가로 비친 맨해튼 풍경도 무척 아름다운 공간이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숲 속에 떨어진 도토리들

갤러리에서 공원에서 한가로이 산책을 하며 지난여름을 돌아보았다. 보고 싶은 행사도 있었는데 다른 행사와 겹쳐 놓쳤던 거버너스 아일랜드 행사도 있었다. 여름도 아닌 시월이라 방문객들은 많지 않아 조용한 섬이었다. 숲 속에 떨어진 도토리들이 얼마나 많던지. 그런데 우리 집 근처와 달리 청설모도 보이지 않았다. 다람쥐들은 무척 좋아할 텐데. 우리 집 근처 도토리는 아주 작은데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달랐다. 나무 열매도 다 같지 않다.



맨해튼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페리를 타고 맨해튼 스카이 라인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맨해튼 빌딩을 바라볼 텐데 지금은 다르다. 한국 일보 기사(2019. 4.20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맨해튼 펜트하우스 매물로)에 의하면 맨해튼 82가 센트럴파크 웨스트 4 베드룸 펜트 하우스 가격이 1125만 달러. 월 관리비만 1만 2,486달러다. 현재 주인은 변호사 프린스 씨 부부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1963년 이사 와서 살다 2002년 프린스 씨 부부에게 425만 달러에 매각했다. 불과 17년 사이 펜트 하우스 가격은 700만 달러가 인상되었다. 보통 뉴욕시 샐러리맨 급여가 17년 사이 얼마나 인상될까. 17년 사이 700만 달러를 번다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뉴욕에 와서 보고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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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은 화려하고 멋지지만 참 고독하고 쓸쓸한 도시다. 뉴욕에서 탄생한 에드워드 호퍼도 고독한 뉴욕 풍경을 담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화가로 역사에 남았다.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에 그가 살던 아파트가 있고 특별한 경우에만 오픈한다. 미리 약속을 해도 되는데 호퍼가 살던 집을 방문하니 좁고 좁은 공간에 아주 큰 이젤이 놓여 있어서 불편했지만 가을이면 창가로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붉고 노란빛 단풍이 보일 거 같았다.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라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도시임은 부인하기는 어렵고 뉴욕시에 공원도 많고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려서 좋지만 서민들이 살기에는 상당히 벅찬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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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kapella: The Finest College A Cappella Groups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가기 전 내가 사랑하는 배터리 파크에서 열린 특별 행사도 보았다. 허드슨 강 전망이 비치는 아름다운 공원에서 학생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뉴욕대, 콜럼비아대, 버클리대 등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참가했다. 특별 행사를 보기 위해 시민들은 공원에 편히 앉아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야생화 꽃 향기를 맡으며 공원에서 산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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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7호선 지하철 안 풍경



맨해튼 첼시에서 코믹콘 행사가 10월 3-6일 사이 열린다. 7호선 지하철에서도 특별 의상을 입은 젊은이들도 보았다. 무료하면 방문하고 싶은데 티켓이 저렴하지 않아 눈을 감지. 맨해튼 유료 행사를 어찌 다 볼 수 있어. 매일매일 끝도 없는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뉴욕 뉴욕.



플러싱 공원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아들과 오랜만에 호수에 가서 운동을 했다. 한동안 트랙 경기장을 이용했는데 일요일이라 문이 닫혀서 호수에 갔다. 지난여름 멀리 떠난 기러기떼와 하얀 백조 한 마리가 돌아와 있었다. 숲은 어느새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들도 보고 가로등 불빛 비춘 호수를 바라보며 휴식을 하다 집에 돌아와 밀린 안부도 보내고 휴식을 했다.



시월인데 아직도 장미꽃이 피어 있어 감미로운 장미향도 맡았다. 고통스러울 때는 장미꽃 안으로 숨고 싶다. 그런 순간들이 있다. 피하고 싶은 순간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순간들. 그럴 때는 장미꽃 안으로 들어가 숨고 싶다. 감미로운 장미향 꽃 향기만 맡으며 머물고 싶다.


아름다운 시월 감기 기운이 감돌아 유자차를 자주 끓여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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