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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재즈 음악이 흐르는 로어 맨해튼 갤러리와 소호

by 김지수

10월 8일 화요일


흐린 가을날 아침 글쓰기를 마치고 아들과 함께 조깅을 하러 갔는데 상당히 추워 오들오들 떨며 400미터 트랙을 몇 바퀴 돌며 약 2마일을 뛰고 집에 돌아왔는데 온몸에 땀이 흐르다 금세 다시 추워졌다. 가을도 점점 깊어가고 서서히 추운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나 봐. 맨해튼 5번가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한 변신을 하겠구나.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도 곧 볼 수 있겠다. 또 얼마나 많은 관중들이 몰려올까. 명성 높은 크리스마스트리 사진 한 장 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사진을 찍으면 알게 된다. 겨울 여행 와서 만약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사진 찍으려면 미리 단단히 마음먹으면 괜찮다. 뉴욕 명소는 늘 복잡하다. 특히 연말은 더욱 복잡하다.


브런치 준비를 하고 식사를 하고 7호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동안 아코디언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음악가 두 명을 만났다.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는 전설적인 대가들이 아니어도 좋다. 동네를 산책하다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도 참 좋다. 그냥 음악이 좋아.


구슬픈 아코디언과 기타의 선율과 노래가 가슴을 울렸다. 아코디언 하면 베니스 곤돌라가 떠오르고 아주 오래전 베니스에 여행 가서 곤돌라를 타면서 아코디언 연주를 들었지. 30분 정도 곤돌라 탑승 가격이 1인 30불이라 좀 비싸서 고민하다 탔는데 세월이 흐르고 나니 곤돌라 탔던 기억이 떠올라 웃는다.


그때는 말 그대로 초보 여행자라서 베니스 영화제도 모르고 베니스 사육제도 모르고 베니스에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도 잘 몰랐다. 베니스는 지금 뉴욕처럼 오래전 잠들지 않은 도시였다고.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도 떠오르고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의 죽음>도 떠오르고 헤밍웨이 등 수많은 작가들도 사랑했던 낭만 가득한 도시 베니스. 이제 다시 베니스에 여행 가면 로컬처럼 더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다.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성악을 전공하는 단발머리 가이드가 이탈리아에 음악을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도 많지만 특히 베니스는 건축물로 명성 높아 유학 온 학생들도 아주 많다고 했다. 파스타를 먹는 식당에서 일본 여행객은 여권을 분실해 소동을 피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다른 거 몰라도 여행 중 여권을 분실하는 것만큼 가슴 놀랄 일이 어디 있나. 베니스 사육제가 명성 높아서 가게에 예쁜 가면들이 너무나 많아 사고 싶었는데 살 걸 그랬나. 가면 쓰고 무도회에 참석하는 귀족들 생각도 하면서 여행을 했다.


만약 다시 젊어진다면 여행을 더 자주 떠나고 싶다. 형편이 된다면 평소 절약하고 모은 돈으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뉴욕에 와서 살면서도 초기 미국 서부와 플로리다주와 워싱턴 DC 등에 여행을 했지만 점차 세월이 흐르고 2008년 후 경제 위기가 찾아온 후 갈수록 경제 여건이 안 좋아지니 여행이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딸이 보스턴 캠브리지에 사는 동안은 1년에 몇 차례 보스턴 여행을 했지만. 낙엽이 수북이 떨어진 하버드 대학 교정도 그립구나. 땡스 기빙 데이 휴일 보스턴에 여행 가서 하버드 대학 교정을 거닐다 칠면조 보고 웃었던 기억도 나고 보스턴 찰스 강도 그립고 Boston Common 공원도 노랗게 물들면 예쁘겠지.


두 명의 음악가가 연주를 하고 떠나자 커다란 묘지가 눈에 들어왔다. 맨해튼으로 가는 동안 늘 지나치는 묘지는 뉴욕 남 교회 뒤편에 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묘지처럼 날 위로한 게 어디에 있을까. 음악도 책도 그림도 자연도 좋다. 하지만 정말 어렵고 힘들 때는 묘지가 떠오른다. 인간은 태어나 누구나 죽는다. 죽음을 생각하면 복잡하던 마음이 가벼워진다. 죽을 때 가져갈 게 뭐 있니. 명성도 아니고 부도 아니고 사회적 지위도 아니고 가져갈 거라곤 추억밖에 없다. 죽는 날까지 즐겁게 살자고 다짐한다. 비록 삶이 뜻대로 되지 않지만.


흐린 가을날 나의 목적지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 James Cohan Gallery. 다름 아닌 백남준 전시회를 보러 지리도 낯선 로어 이스트 사이에 가서 이리저리 헤매다 갤러리에 도착했는데 슬프게 갤러리가 문을 닫았다. 1960년대 뉴욕에서 활동했던 백남준 작품을 가끔 뉴욕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회는 누가 소장한 작품을 전시하는지 궁금했는데 어렵게 찾은 갤러리가 문을 닫아 실망이 컸다.


가난한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했던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평소 자주 가지 않아서 지리도 잘 모르고 이리저리 헤매다 낯선 갤러리에 방문했는데 얼마나 좋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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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처음으로 방문했다. 재즈 음악이 흐른 갤러리에 직원 말고 나밖에 없어서 조용하고 좋았다. 낯선 작가 작품도 마음에 들어서 더 좋고. 작가 라스트 네임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같아서 웃었다. Spencer Shakespeare/BDDW Annex Gallery(29 Howard St, New York, NY 10013) 백남준 전시회는 볼 수 없었지만 이리저리 헤매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봤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소호 곽수 개인전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가기 전 소호에도 갔다. 서양화가 곽수 전시회가 뉴욕 소호 June Kelly Gallery에서 열려서. 전시회 마지막 날 방문했는데 갤러리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서 조용히 벽에 걸린 작품을 감상했다. 갤러리에 놓인 시들어가는 수국 꽃도 무척 예뻤다. 소호 프린스 스트리트 지하철 역에 내리면 된다. 곽수 화가는 1973년 미국에 유학 왔고 지금은 한국에 돌아가 작품 활동을 한다고. 70년대는 유학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이다. 빨리 유학을 왔구나. 한국적인 색채가 느껴진 작품도 보았다. 한인 작가라서 꼭 보고 싶었는데 다른 스케줄과 겹쳐 자꾸 미루다 전시회 마지막 날 방문했다. 이제 그녀는 70대에 이르나. 예술가들은 나이를 잊고 사니 좋겠다. 70대 작품 활동하면 얼마나 좋아. 매일 사랑하는 것을 하면 저절로 젊어지겠지.


소호 지하철역 부근 가게는 또 문을 닫아서 놀랐다. 오래전 아르마니 숍이 있던 곳인데 가끔 세일을 하면 이용도 했는데 오래전 문을 닫아버렸다. 모처럼 소호에 방문하니 하우징 웍스 북 스토어 카페도 갔는데 근처에서 트럼프 추방하란 글이 보여 웃었다.


IMG_1107.jpg?type=w966 맨해튼 소호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지방 법원으로부터 세금 보고 명을 받았는데 누가 대통령을 조사한단 말인가,라고 말하니 판사가 법 위에 대통령이 없다고 말했다고.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대선 선거 대담할 때도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세금 한 푼도 안 냈잖아, 하고 말했는데 뉴욕시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줄 몰랐는데 미국 대통령이 되어버렸어. 미국 부자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면 누가 세금을 낸단 말인가. 트럼프 반이민 정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갈수록 많아지고 소호에서 트럼프 추방하란 것 보고 웃었다. 웃음은 보약이야. 자주 웃자.


흐린 날이었는데 저녁 무렵 석양이 무척 예뻤다. 오랜만에 밤하늘에 비친 달도 보아 기뻤다. 아마도 추석 즈음 달을 보고 처음인 듯. 괜히 달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달님 보며 기도도 했다. 가을이라 맨해튼 거리에 호박과 국화꽃 장식이 보인다.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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