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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바람이 심하게 불던 시월의 어느 날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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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목요일


가을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고 내 마음에도 가을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아파트 뜰에 서 있는 고목나무 잎새들도 서서히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아름다운 시월은 점점 깊어만 가고 이상한 광고 전화는 자주 걸려오고 건강 보험과 자동차 관련 내용이 많다. 마음이 무거울 때는 단순 노동이 보약이다.


세탁 가방에 세탁물을 담아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을 했다. 물세탁을 마친 후 건조기에 옮기고 집에 돌아왔다. 1시간 후 다시 지하에 가서 건조기 뚜껑을 여니 마르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공동 건조기 6대가 동시 돌아가면 전원 스위치가 꺼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처음으로 아파트 공동 세탁기 이용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나 놀랐는데 이젠 적응을 한다. 전원 스위치를 끄고 다시 켜고 건조기 버튼을 눌렀다. 눈물겨운 세탁이 끝나면 감사하다. 뽀송뽀송한 이불과 옷을 입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 잠시 마음은 하늘로 둥둥 떠다닌다.


맨해튼 음대에서 오페라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는데 가지도 못하고 저녁에는 루이 암스트롱 특별 재즈 공연이 열렸는데 역시 가지 못했다. 대학 시절 그가 부른 노래를 들었는데 뉴욕과 인연이 깊어서 놀라지. 뉴올리언스 빈민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가 전설적인 재즈 음악가가 되었으니 얼마나 특별한 세상일까. 아픔과 고통 많은 삶을 이겨낸 위대한 음악가의 재즈 음악을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맨해튼 음대 재즈 공연이 아주 명성 높고 가을학기 시작 후 일찍 공연표를 배분했는데 난 그만 깜박 잊고 말았는데 줄리아드 학교에서 쉐릴 할머니를 만나니 루이 암스트롱 재즈 공연표를 받았냐고 물었다. 그날 밤 학교 웹사이트에 접속해 무료 티켓을 받으려 했지만 이미 매진이었다. 뉴욕에 재즈 음악팬들도 아주 많고 인기 많은 공연이라 서둘러야 했는데 놓치고 말았다.


목요일 밤 링컨 센터에서도 특별 이벤트가 열렸다. 이번 가을 시즌 처음으로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 남았는지 확인했는데 공연도 열리지 않은 날이었다.


뉴욕은 매일매일 새롭다. 아무리 새로운 세상이라 하더라도 내가 문을 열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 지낸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면 딴 세상을 보게 되지만 가을바람 심하게 부는 가을날 종일 집에서 '브런치북'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며칠 전 <한국 수필 10월호>도 받았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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