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일 목요일
서부에서 온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지만 아쉽게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금요일 이른 아침 뉴저지 뉴왁 공항에서 떠날 예정이라 목요일이 마지막 날이라 진한 아쉬움 가득한 날. 경제적으로 자유롭다면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실리콘 밸리에 방문해도 될 텐데 삶은 끝없이 복잡하니 현실에 굴복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교정은 딸이 보내준 사진으로만 보았다. 동부와 기후가 다른 서부라 건축물도 동부와 다르고 스탠퍼드 대학에 선인장과 라벤더 꽃이 많이 피었더라.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거리도 거닐면서 명성 높은 서점에도 가고 멋진 카페에도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실리콘 밸리 구경도 하고 싶지. 마음과 현실은 왜 늘 가깝지 않은가 몰라.
뉴욕에서 보낼 마지막 일정이라 딸은 일찍 친구를 만나러 맨해튼에 가고 아들과 난 브런치를 먹고 점심시간 무렵 맨해튼 미드타운 7호선 5번가 지하철역에 내려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딸을 만나 함께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 누구에게나 어려운 점이 많지만 다른 나라에서 혼자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복잡한 일도 많고 그래서 항상 귀를 열어 딸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지난번 딸과 함께 방문했던 카페에 손님이 많았지만 운 좋게 뒤편에 빈자리를 구해 앉아서 카푸치노와 라테와 초코칩 쿠키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젊은 세대에게 카페 문화가 일상화되었지만 결코 값싸지 않은 커피값. 생활비가 커피값만 지출된다면 큰 부담이 없을 수 있지만 렌트비와 기초 생활비만으로 벅찬 뉴욕 생활에서 카푸치노 커피와 라테 커피는 딸이 뉴욕에 방문할 때 마시게 되고 언제나 딸이 커피값을 낸다. 오래전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무료로 주는 카푸치노 마시며 행복했지만 이제 더 이상 제공하지 않으니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이탈리아 여행자가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이 1유로가 채 안된다고 하니 웃었어. 팁으로 10센트인가 주면 커피가 더 빨리 나온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워. 나라별로 너무나 달라. 뉴욕에서 팁이 10센트이면 얼마나 좋을까. 뉴욕 커피값이 이탈리아처럼 싸다면 매일 에스프레소 커피 마시겠어. 뉴욕에서는 꿈같은 일이야.
삶이 복잡하니 매일 눈뜨면 기도를 하고 잠들기 전에도 기도를 한다. 딸이 뉴욕에서 지낸 동안에도 자주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신이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세상 살이 뜻대로 되지도 않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그 복잡하고 슬픈 이야기는 언제나 침묵으로 남는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침묵의 보따리를 풀게 된 날이 오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금요일 새벽 일찍 깨어나야 하니 일찍 집에 들어가려다 조금 아쉬운 마음에 성당에서 가까운 플라자 호텔 푸드 홀에 가서 케이크와 스콘을 주문해 먹으로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인기 많은 곳이라 손님이 많아 복잡하고 빈자리 구하기 상당히 어려운데 운 좋게 빈자리를 구했다.
플라자 호텔 푸드 홀에 가기 전 뉴욕 럭셔리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 (Bergdorf Goodman 5th Avenue)의 사랑스러운 쇼윈도도 구경하고 처음으로 백화점 안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보았다. 평소 럭셔리 백화점 매장에 방문하지 않는다. 뉴욕에 여행 오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은 백화점 쇼윈도. 특히 할러데이 시즌 쇼윈도는 명성 높고 볼만하다.
또, 백화점 근처에 있는 갤러리에 방문해 전시회를 관람했다. 5번가에 록펠러 센터, 성 패트릭 성당, 트럼프 타워를 비롯 우리의 눈을 현혹하는 럭셔리 매장이 아주 많지만 갤러리도 있으니 가끔 들려본다. 5번가 갤러리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조용하니 더 좋다. 미국 추상주의 화가 래리 푼스(Larry Poons) 특별전이었는데 전에 본 그의 작품 느낌과 상당히 달랐다.
목요일 저녁 무렵 소호 뉴 뮤지엄 특별전을 보려다 방문을 미루고 두 자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했다. 딸과 함께 지낸 2주의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흘러갔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