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 펄만, 줄리아드 학교 3개의 공연과 전시회

우연히 이작 펄만을 만나다

by 김지수

2020년 1월 31일 금요일


겨울 하늘은 흐린 날 며칠 강추위에 맨해튼에서 지낸 시간이 많아서 온몸이 쑤시고 아파 집에서 쉴까 하다 힘을 내어 맨해튼에 갔다.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도 특별 이벤트가 열려서 방문할지 망설이다 몸이 너무 피곤한 상태라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공연을 보기로 결정했다.


링컨 스퀘어 단테 파크를 지나는데 뉴욕 롱아일랜드 햄튼에 가는 Hampton Jitney 대형 버스를 보면서 언제 Shelter Island (셸터 아일랜드)에 가보나 생각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도 사는 곳. 미국 부자들이 모여사는 곳이고 아름다운 곳이라 자주 들었는데 뉴욕에 오래오래 살면서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단테 파크 벤치에 앉아 시가를 피운 남자를 보면서 영화배우 제임스 딘도 생각하며 줄리아드 학교에 가는 길을 재촉했다.


학교 박스 오피스에서 저녁 7시 반 포커스 음악 축제 티켓 한 장 받고 나무 계단을 올라가 수위에게 가방 검문을 맡은 뒤 폴 홀에 들어가 공연 프로그램을 보니 하필 Itzhak Perlman(이작 펄만)의 제자 연주였다. 혹시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코너에 휠체어를 타고 온 이작 펄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보였다.


꽤 오래전 링컨 센터에서 열린 줄리아드 오케스트라 공연을 이작 펄만이 지휘했고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본 거 같은데 이작 펄만의 건강이 안 좋아 보였다. 그 후 몇 차례 줄리아드 학교에서 그분 제자 공연을 볼 때마다 뵙게 되었다. 내 옆에 앉으셔 공연을 감상하시고 제자들 연주가 끝나면 크게 박수를 치셨다. 처음에 그분인 줄도 몰랐는데 유튜브 <쉰들러 리스트> 공연하기 전 인터뷰가 나오는데 목소리가 같아서 이작 펄만인 줄 눈치챘다.



현존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린 이작 펄만의 공연을 카네기 홀에서도 몇 차례 보곤 했지만 공연보다는 그의 삶이 특별하고 배울 점이 많아 감동적이다. 4세 소아마비에 걸려 얼마나 암담했을지 그런 상황에도 세계적인 대가가 되었으니 얼마나 위대한가. 그가 1958년( 13세) 뉴욕에 와서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반 갈라미언(Ivan Galamian)과 도로시 들레이(Dorothy Delay)와 함께 줄리어드 예비 음악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맨해튼 음대에서 예비학교 과정을 졸업한 아들도 참가했던 업스테이트 뉴욕 메도우 마운트 스쿨 오브 뮤직(Meadowmount School of Music) 섬머 캠프에 이작 펄만이 여러 차례 참가했고 그곳에서 부인 바이올리니스트 Toby Froedlander을 만나 1967년 결혼을 했고, 5 명의 자녀가 있고, 1963년 카네기 홀에 데뷔했다.


가끔씩 뉴욕에서 뵈는 70대 중반의 이작 펄만은 갈수록 건강 상태가 좋아 보여 놀랍다. 더구나 5명의 자녀가 있으니 얼마나 특별한가. 부부 모두 바이올리니스트라 무척 바쁠 텐데. 음악가들이 1초를 아끼고 산다. 그런 상황에 5명의 자녀를 출산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개인 레슨을 하고 서머 캠프 등을 하고 마스터 클래스도 하니 말할 것도 없이 바쁘게 살 것이다.


우연히 이작 펄만의 제자 리사이틀을 보면서 이작 펄만의 삶이 얼마나 특별하고 대단한지 돌아보게 되었다. 10대 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 후 지금껏 행복하게 사는 부부. 하루하루 보석 같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사실 결혼 후 무늬만 부부로 지낸 경우도 많고 겉으로 멋지지만 속은 반대의 경우도 많고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낸 부부도 많다고 들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아픔이 많았을 텐데 이작 펄만 부부는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면서 음악가의 길을 가는데 건강하게 사니 축복처럼 보인다. 누구나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많지만 극복하고 성실하게 살면 훗날 행복한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 존경과 사랑은 비단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살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줄리아드 학교에서 10년 동안 공부했던 한인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연주도 꽤 감동적이었다. 예비학교 과정부터 시작해 대학을 졸업한다고. 졸업 리사이틀 무대에서 잠깐 소개를 하는데 눈물을 적시는 것은 처음 보았다. 아픔이 무척 많았을 것이라 속으로 짐작했다. 귀족들 자녀들이 공부하기도 하지만 평범한 가정 출신 학생도 가끔 있다. 악보를 보면서 무대에서 연주했지만 한 음 한 음 마음이 담긴 연주라 더 감동적이었다. 처음 듣는 카덴자 곡도 아름답고 모차르트와 브람스 곡 역시 아름답고 마지막은 파가니니 대신 엘가의 <사랑의 인사> 곡을 연주했다. 오래전 나도 첼로로 연주했던 아름다운 곡을 오랜만에 들었다.


바이올린 공연 후 피아노 리사이틀을 감상했고 그 후 포커스 음악 축제까지 보았으니 하루 3개의 공연을 감상했다. 줄리아드 학교에 가면 나처럼 몇 개의 공연을 감상하는 분들이 있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쉬는 시간에 빵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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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 근처에 있는 Nippon Club 갤러리 전시회도 좋아.


줄리아드 학교에 가기 전 카네기 홀 근처에 있는 Nippon Club에서 일본 작가의 전시회를 보았다. 가난한 결혼 초기 시절 부인으로부터 그림 그리지 말고 돈 버라고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글을 읽고 웃었다. '가난'이란 단어는 추상적이라서 가난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뭔지 잘 모른다. 이민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한국에서 지낼 적 이민이란 단어조차 들은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와서 살게 되니 아픔이 많다.


지구촌 어디든 서민의 삶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이민자의 삶은 고국보다 훨씬 더 힘들다. 언어와 신분 문제 장벽이 너무나 높기 때문에. 뉴욕에서 태어나 시민권 있고 음악 박사 학위 받아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고 얼마나 놀라운지. 난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다. 지금 뉴욕이 과거보다 훨씬 더 살기 힘들다고 모두들 말한다. 언어와 신분 장벽이 높은데 뉴욕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경쟁하니 정말 힘들다. 한국에서 살면 언어와 신분 장애가 뭔지 잘 모른다. 왜냐면 그냥 주어지는 것이기에.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면 두 가지가 무얼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컨디션이 안 좋아 맨해튼 외출을 망설였지만 역시 맨해튼에 가면 공연과 전시회도 보니 좋기도 한다. 언제까지 뉴욕의 문화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날그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뉴욕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살고 싶다. 3개의 공연과 전시회는 전부 무료! 그러니까 맨해튼 외출 비용은 왕복 지하철 요금이 들었다. 금요일 저녁이라 밤늦게까지 뮤지엄이 개방하니 복잡했겠지. 뉴욕은 잠들지 않은 도시라 불린다.




Valerie Kim, Violin

Friday, Jan 31, 2020, 4:00 PM


WOLFGANG AMADEUS MOZART Sonata for Piano and Violin in B-Flat Major, K454

KRZYSZTOF PENDERECKI (arr. Christiane Edinger) Cadenza (version for solo violin)

JOHANNES BRAHMS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 1 in G Major

NICCOLÒ PAGANINI Caprice Op. 1, No. 24 in A Minor



Natalie Vargas Nedvetsky, Piano

Friday, Jan 31, 2020, 6:00 PM


JOHANN SEBASTIAN BACH Chromatic Fantasia and Fugue in D Minor, BWV 903

JOHANNES BRAHMS 4 Klavierstucke. Op. 119

JOSEPH HAYDN Variations in F Minor, Hob. XVII- 6

BÉLA BARTÓK Piano Sonata, Sz. 80

HORACIO FERNÁNDEZ VÁZQUEZ Jacaradas en el Sueno (flowers on the ground), for cello and piano



Focus 2020 | Trailblazers: Pioneering Women Composers of the 20th Century

Friday, Jan 31, 2020, 7:30 PM

Alice Tully Hall

Juilliard Orchestra


Betsy JOLAS A Little Summer Suite (2015, New York premiere)

Molly Turner, Conductor


Grażyna BACEWICZ Cello Concerto No. 2 (1963)

David Robertson, Conductor

Samuel DeCaprio, Cello


Ethel SMYTH On the Cliffs of Cornwall (Prelude to Act II of The Wreckers) (1904)

Kyle Ritenauer, Conductor


Thea MUSGRAVE Rainbow (1990)

Sasha Scolnik-Brower, Conductor


Sofia GUBAIDULINA The Rider on the White Horse (2002, New York premiere)

David Robertson, Conductor

Raphael Vogl, 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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