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 화요일
흐린 겨울 하늘 보며 가방에 우산 하나 담고 맨해튼에 갔다. 언제 비가 쏟아지나 걱정했는데 괜히 우산을 가져갔어. 겨울비가 내리지 않았어. 흐린 날 안개 끼면 맨해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테러를 맞는다. 안개에 가려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사라져 버려.
지난번부터 보려다 자꾸 미룬 미국 극사실주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 특별전을 보러 갔는데 갤러리에 두 명의 중년 여자와 중년 남자 한 분과 여직원 한 명이 있었다. 모마에서 처음으로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작품을 오래전 보았고 그의 전시회를 본 것은 처음이다. 중년 남자는 작품을 구매하려는지 세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미술 수업을 받지 않고 화가 아버지로부터 미술을 배웠다고 하니 더 놀랍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누드 그림에 눈이 갔다. 갤러리 밖으로 나오려면 초록색 버튼과 동시 문을 열어야 하는데 자세히 보지 않고 초록색 버튼을 누르니 문이 열리지 않아 놀라 다시 자세히 읽었다. 하마터면 갇힐 뻔했어. 와이어스 특별전이 열리는 갤러리는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파크 애비뉴 뉴욕 총영사관 맞은편에 있다. 곧 전시회가 막이 내린다고 하니 서둘러 갔다. 뉴욕에는 할 게 너무나 많으니까 망설이다 놓치는 경우도 있다.
Tuesday, Feb 18, 2020, 6:00 PM
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특별 강의가 열렸다. 소프라노 가수 르네 플레밍의 뇌와 음악에 대한 강의였다. 요즘 재즈와 댄스 공연을 볼 기회가 없는데(거의 유료로 변해서) 강의 도중 줄리아드 학생들의 재즈와 댄스 공연도 보고 줄리아드 학교 총장님도 보고 신났다. 새들도 음악을 들려주면 춤을 추고 어린아이들도 춤을 추니 모두 웃었다. 새들이 음악 듣고 춤추는 것은 처음 봐서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우아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르네 플레밍을 본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날. 평소 맨해튼에 화장기 없이 수수한 차림으로 그녀가 돌아다니며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난 수잔 할머니에게 들었다.
앞으로 음악 치료 분야가 발전할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 정말 좋아. 나도 어쩌면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우울의 노래를 부르며 살아갈지도 몰라. 세상에 슬픈 일이 얼마나 많아. 차마 말할 수도 없지. 너무너무 슬픈 일은 어떻게 말하겠어. 그러니까 매일 공연을 보며 위로를 받지. 누가 내 마음을 알겠어. 내 마음은 내가 잘 알지. 아마도 하늘과 하늘에 계신 친정아버지는 내 마음을 알고 있을 거야.
줄리아드 학교에 가기 전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했다. 예쁜 장미꽃도 보니 더 기분이 좋았다. 촛불이 주는 특별한 마법이 있는 거 같아. 마음도 차분하고 고요해진다. 홈리스 한 명이 벤치에서 잠들고 있더라. 우리 모두는 신의 뜻을 기다린다. 인간이 하는 일과 신이 하는 일은 따로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인간의 몫, 그리고 신의 명을 기다린다. 삶은 내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해도 비켜갈 수 없는 것들도 많아. 하늘의 뜻에 따라 순종하고 살아야지.
Mayuki Fukuhara , violin; Mitsuru Tsubota, violin; Alissa Smith, viola; Theresa Salomon, viola; Lindy Clarke, cello.
Program
Mozart String Quintet in D major, K. 593
Beethoven String Quintet in C major, Op. 29
Beethoven Prelude in D minor for string quintet
저녁 7시 반 링컨 스퀘어 69가 교회에서 특별 공연이 열려서 르네 플레밍 강의 끝나자마자 얼른 달려갔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부근에 있는 교회에서 아주 가끔 특별한 공연이 열리고 공연 수준도 좋다. 전에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연주도 감상했으니까. 더구나 무료 공연이니 더 좋아.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커티스 음악원 출신도 있어 놀라고 아주 섹시한 바이올린 음색이 날 황홀하게 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차르트 현악 5 중주곡만 듣고 나왔지만 프로그램에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서 베토벤 곡도 연주한다고. 난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까 휴식 시간에 나와 72가에서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에 도착 다시 7호선에 환승 플러싱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플러싱에 사니 맨해튼 나들이가 아주 편하지는 않지만 맨해튼에 가면 특별 전시회도 보고 특별한 사람도 보고 특별한 일들이 많고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내가 매일 스케줄을 만들어야 하니 에너지가 든다. 줄리아드 학교 특별 이벤트는 미리 티켓을 받았다. 내가 맨해튼에 산다면 매일 밤늦게까지 줄리아드 학생들 공연 전부 다 볼 텐데 내 집은 왜 맨해튼에 없는 거야. 줄리아드 학교는 내가 참석해 줘서 감사하다고 연락이 오고 맨해튼 음대에서도 공연 보러 오라고 소식이 온다. 카네기 홀 공연도 메트 오페라도 보고 싶다. 매일매일 하늘의 별처럼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맨해튼은 마법의 도시. 화요일은 맨해튼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특별전 보고 특별 강의 듣고 특별 공연 보고 성당에 가서 촛불 켜고 기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