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6일 월요일
코로나 19와 전쟁은 언제 막이 내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에 미국은 흔들흔들. 국민들은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 3억이 넘는 미국이 흔들거리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지난주 뉴욕은 500명 내로 제한했는데 오늘 아침은 50명 내로 축소되었다. 그 후 10명 이내로 축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원 제한 뉴욕 방침으로 지난주 뮤지엄과 미술관과 메트 오페라와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과 카네기 홀 공연 등이 취소되고 도서관에서 열리는 행사 역시 취소되었다. 며칠 전 장 조지 레스토랑이 영업 정지한다고 연락이 오고 소호 포토 갤러리 등 작은 갤러리 역시 문을 닫는다고 소식이 왔다. 규모가 큰 뮤지엄과 미술관이 문을 닫으리라 예상했지만 첼시 갤러리 등 작은 규모의 전시 공간도 문을 닫을 줄 몰랐다. 한마디로 유령의 도시로 변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일은 성 패트릭 데이 축제가 열리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취소될 거 같고 부활절 행사 등 모든 축제와 행사가 줄줄이 취소가 되겠지.
어제까지 맨해튼 그래머시 파크 근처에 있는 내셔널 아트 클럽 갤러리가 문을 연다고 해서 두 자녀와 함께 방문하려고 계획했는데 월요일 웹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하니 오늘부터 문을 닫는다고. 이제 당분간 뉴욕에서 전시회 관람은 불가능하겠다. 어젯밤 늦게까지 월요일 스케줄을 만들었는데 허사로 돌아간 월요일.
집에서 식사를 하고 두 자녀와 함께 맨해튼에 갔다. 몇몇 작은 규모의 갤러리를 보려고 했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허드슨 강변로를 산책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무척 추워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플라자 호텔 푸드 홀에 갔는데 텅텅 비어 손님이 없으니 우리가 앉을자리를 쉽게 찾았다.
푸드 홀에서 가서 바로 빈자리를 찾는 것은 처음이었다. 커피와 케이크와 타르트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 가서 기도를 드렸는데 직원은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성당 미사도 취소된 상태!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니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고 북 카페는 영업 정지.
평소와 달리 5번가는 한산하고 텅텅 비어 조용하고 좋더라. 한편으로 비싼 임대료 내고 영업이 가능할지 염려가 되지만. 홈리스 가득한 맨해튼 5번가. 행인은 홈리스에게 하얀 장미꽃을 주더라. 홈리스에게 장미꽃 선물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5번가 베스트 바이 매장을 지나가는데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짐작에 10명 이하로 제한하니 매장 밖에서 기다린가 생각을 했다. 뉴욕에서 처음으로 보는 역사적인 장면. 링컨 센터에 공연을 보러 가면 홀 인원이 제한되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는데 매장 인원수를 제한 것은 처음이야.
내일(3월 17일)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공연 티켓을 미리 구입했는데 공연이 취소되었다. 지휘자 Michael Tilson Thomas의 고별 연주가 된다는 소식도 들었고 스트라빈스키 음악을 연주하니 티켓을 구입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3월 13일부터 공연이 취소되어버려 카네기 홀에 전화를 하니 직원 대신 로봇이 전화를 받아서 신용 카드로 구입한 경우는 자동적으로 환불을 받게 된다고 했다. 특별한 재앙이라서 환불이 안 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2012년 샌디가 뉴욕을 지옥의 불바다로 만들었을 때 아파트 지붕이 날아가는 천재지변이 일어나 하늘에서 물이 떨어져 거실 바닥이 물로 넘치는 상황으로 변해 고통의 바다에서 한 달 동안 숨쉬었는데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천재지변이니 보상이 없다고 하더라. 또 낡고 오래된 아파트 화장실이 비스킷처럼 바삭바삭 부서져 수선을 해야 하는데 관리실에 말하니 집을 비워 달라고. 비싼 렌트비를 내니까 아파트 측에서 분명 호텔 체류 비용을 줘야 할 거 같은데 역시나 아무 말이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갈 데가 없는데 당시 런던에서 공부하던 딸이 우리 집 상황을 듣고 보스턴 호텔에 예약을 해서 보스턴 여행을 떠난 추억도 생각난다. 삶이 삶이 아닐 때가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후폭풍이 너무나 무섭다.
뉴욕도 서부 샌프란시스코처럼 외출 금지령이 곧 떨어질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이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난 무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접하는 상황이다. 독일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국경을 통제한다고. 독일도 마트 식품 코너가 텅텅 비어간다고 하니 충격이다.
오늘 들려오는 뉴스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맨해튼에 가려고 시내버스에 탑승해 메트로 카드를 넣었는데 교통 카드가 작동을 안 하니 딸이 엄마 교통 요금을 냈다. 내 카드는 30일 무제한이고 3월 말경이 기한인데 봉변을 당했다. 플러싱 지하철역 직원에게 말하니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새로운 카드로 교환해 달라고 말했다. 1회 요금이 2.75불. 얼마나 비싸.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회 교통 요금이 3300원이 넘는다. 아찔한 뉴욕 물가. 렌트비와 교통비만으로 머리가 아플 정도로 비싼 뉴욕 물가. 물가는 하늘로 올라가고 식품을 구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맨해튼에 가려고 플러싱 지하철역 근처에서 거리 상인을 만나 요즘 어떠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식품만 사고 그 외는 구입하지 않는 추세라고. 하지만 아직 세상의 종말은 아니라고 하니 웃었다. 갈수록 이상한 상황으로 변하는 지구촌. 구세주는 누굴까. 코로라 바이러스 사라지라고 마법의 주문을 외워야겠다. 해리 포터를 불러와야겠다.
월요일 아침에는 두 자녀와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아침 기온은 영상 2도. 하지만 체감 온도는 영하 2도라 꽤 추웠다. 추운 날이라서 그런지 호수에서 일광욕하는 거북이는 보지 못했다. 봄이 찾아와 플러싱에도 노란 개나리꽃, 수선화 꽃, 매화꽃이 피어 있는데 세상은 소란하다. 언제 평화가 찾아올까.
유령의 도시 뉴욕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여행객도 없으니까 호텔, 레스토랑 등도 타격이 클 테고 뉴욕 맨해튼 렌트비는 하늘 같고 직원 급여 줄 돈도 없을 테니 줄줄이 해고될지 염려가 되는데 웃는 곳도 있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려고 아우성이고 아마존은 판매율이 엄청나고 1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한다고 하니 지옥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도 웃는 곳도 있고 우는 사람도 있구나. 세상은 항상 빛과 어둠으로 나뉘더라.
3월 초부터 뉴욕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니 불편하고, 8일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되니 역시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3월부터 난방이 잘 안 되어 아파트 거실 온도는 10도나 떨어져 추운 겨울 같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뮤지엄과 공연 등 줄줄이 취소되니 나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화장지가 없어서 화장지 사러 브롱스에 달려가 가까스로 구입하고, 심지어 이제는 식품 구입도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영화 속에서만 보던 악몽 같은 상황이 전개되니 나도 모르게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19 악몽이 어쩌면 7월까지 간다고 했는데 정말 긴장되고 걱정이 된다. 경제는 또 얼마나 악순환이 될까. 디프레션이 찾아오면 해고가 될 테고 직원도 채용안 할 테니까. 3월은 악몽을 꾼 거 같아. 차라리 현실이 아니고 꿈이라면 얼마나 좋아.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 타임 워너 빌딩 지하 홀 푸드에서 사 온 히아신스 꽃 향기는 정말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