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5일 일요일
무더운 여름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마음은 하얀 갈매기 나는 바닷가에 피서를 가면 좋겠다. 그러니까 갑자기 프랑스 영화 <남과 여>가 보고 싶다.
아주 오래전 자주 들은 <모나코> 노래도 떠올라. 저녁 바닷가를 거닐 때 들려오는 음악은 더 좋다.
조용한 밤 바닷가를 거닐 때 모나코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억은 아스라이 멀어져 가고 그때는 내가 뉴욕에 살 게 될 거라 몰랐는데
무엇이 날 뉴욕으로 데려왔을까.
어느 해 무더운 여름날 아들과 둘이서 필라델피아에 여행 가서 낯선 거리 걸으며 지난 시절 돌아보며 놀랐다. 암흑 같던 대학 시절 꿈만 꾸었는데 세월이 흘러 흘러 어느 날부터 뉴욕에서 살고 있으니까 놀랄 일이지. 온몸에 땀 주룩주룩 흐르며 낯선 거리 걷다 필라델피아 뮤지엄에도 가고 유펜에도 방문했지. 메가 버스 타고 몇 시간 달려갔는데 올해도 다시 방문하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자유롭지 않은 여행.
태양이 폭발할 기세라 나의 모든 에너지가 잠들 거 같은데 신성한 의무를 다했어. 1주일에 한 번도 정도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하곤 한다. 아들과 빨래 가방 들고 지하에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고장한 두 개의 건조기도 있었다. 고장 난 세탁기를 보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아들이 캠핑 다녀오니 세탁물이 더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뗏목을 탔는데 힘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모두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눈치라 다음에는 뗏목 대신 카약을 한다고 하니 웃었다. 자신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카약은 뗏목과 달리 함께 힘 조절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고.
변함없이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러 갔다. 백합꽃과 장미꽃과 수국 꽃이 예쁘게 핀 집은 영화 세트장처럼 예뻤다. 비치파라솔, 하얀 테이블보, 수국 꽃과 파란색 화병이 얼마나 예쁘던지 영원히 잊지 못할 거 같아. 가족끼리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갈 거 같아 더 멋지게 보였다. 올여름 내내 날 행복하게 했던 집주인은 무얼 하는 분일까. 무얼 좋아할까. 여행을 좋아할까. 바다를 좋아할까. 산을 좋아할까. 책을 좋아할까. 그렇다면 어떤 작가를 좋아할까. 어떤 요리를 좋아하까. 취미는 무얼까. 오페라와 뮤지컬을 좋아할까. 미술관에 자주 갈까. 식물원에 자주 갈까. 친구는 몇 명이나 있을까. 가족은 몇 명일까 등 수많은 질문이 내 머릿속에 스쳤지만 주인 얼굴도 본 적이 없다.
플러싱 동네에서 산책하며 서서히 시들어 가는 수국 꽃과 하이비스커스 꽃과 백합꽃과 장미꽃도 보고 살구가 주렁주렁 달린 살구나무도 보고, 노란색 꽃과 이제 한창인 채송화 꽃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채송화 꽃도 보면 볼수록 예쁘다. 정이 들어서 그럴까.
늦은 오후 딸과 함께 아이스라테 커피 먹으러 노천카페에 갔다. 초록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시원한 커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다.
빈 시간 동안 채송화 꽃과 능소화 꽃과 그림처럼 예쁜 이웃집 사진 정리를 했지만 글을 쓸 에너지는 없어서 그냥 잠들고 말았다. 일요일 하루가 금세 가 버렸어. 일요일이 가면 월요일이 오고 텅 빈 새 하루를 선물로 받지. 그때마다 보석처럼 예쁜 마음으로 가득 채워야지. 마음의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다 버려야 해. 쓰레기는 빨리 버릴수록 좋다. 마음에 담으면 상처가 독이 되어 온몸에 퍼진다.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
초록 나무가 눈부시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