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청춘

황금연못, 커피와 세탁

by 김지수

2020년 7월 12일 일요일


황긍 연못에 피는 수련꽃


새벽에 깨어나 태양이 활활 불타오른 여름날 혼자서 황금 연못에 갔다. 하얀 백조 가족도 없고, 물새도 없고,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거북이조차 안 보였다. 무더위라 모두 피서를 갔을까. 아침 일찍 망원렌즈로 수련꽃을 담는 여자와 낚시하는 젊은 연인들과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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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집에서 왕복 7마일 거리라서 마음먹지 않으면 방문이 어려운 곳이지만 수련꽃을 보기 위해 달려갔다. 수년 전 아들과 자주 방문했던 황금 연못에 핀 수련꽃도 예뻐서 프랑스 지베르니(Giverny) 모네 수련꽃이 부럽지 않아. 그날그날 빛에 따라 사진 느낌이 다르고 내 눈에 따라 달라지는 수련꽃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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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있다면 좋겠는데 차도 없으니 열정이 필요하다. 연보랏빛 들꽃과 하얀색 나팔꽃과 꿀벌들과 고추잠자리 비행 소리 들으며 예쁜 수련꽃 담고 돌아오는 길 모처럼 시내버스를 타보려고 했는데 버스 정류장이 임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하니 지리도 낯선 곳에서 땡볕 아래 시내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더위에 숨이 막히는데 참고 참고 골목길을 돌아 돌아 찾았는데 휴대폰 메시지로 언제 시내버스 도착하는지 묻자 시내버스 스케줄이 없다고 하니 웃고 말았다. 시내버스는 수 차례 환승해야 한다. 물론 또 걸어야 한다. 차가 없으면 고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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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도라지꽃, 중앙 데이지 꽃, 오른쪽 능소화 꽃


일요일이라 근처 교회에서 울리는 오르간 연주 들으며 하얀색 데이지 꽃을 보아 반가웠다. 타려고 했던 시내버스는 포기하고 다시 길을 걷다 주택가에 핀 능소화 꽃도 보고 보랏빛 도라지꽃도 보았다. 이리저리 헤맨 덕분에 황금 연못에서 집까지 편도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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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추억을 쌓는 시간, 딸 덕분에 럭셔리한 삶을 살구나.


집 근처에 도착할 즈음 딸에게 연락을 받고 함께 파리 바케트에 가서 아이스라테와 타르트 먹으며 근사한 아침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세탁을 하러 아파트 지하에 갔는데 세탁기가 내 동전을 꿀꺽꿀꺽 삼켜버린 게 아닌가. 아... 한숨이 나왔어.


아파트 지하는 반드시 25센트 동전을 사용하고 은행에 가서 교환해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교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은행에서 준 만큼 받아서 몹시 불편하다. 그래서 세탁이 마음 무겁기만 한데 동전을 그냥 삼키면 어떡하란 말이지. 눈물이 흐를 거 같지만 참고 세탁을 했다.


아직도 고장난 건조기 두 대는 수리하지 않아서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세탁은 30분, 건조기는 대개 1시간. 빈 건조기가 없으니 아우슈비츠 수용소 떠오르게 하는 아파트 지하실에서 다른 사람 세탁물이 마르길 기다렸다.


그 후 점심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휴식을 하려는데 너무 피곤했다. 숨쉬기도 힘든 상황으로 변해 의식을 잃을 것만 같은데 저녁 식사 준비도 했다. 그 정도로 힘들 줄 알았다면 황금 연못에 가지 않았을 텐데 후회가 밀려왔다. 예쁜 꽃 사진 한 장 담기가 참 어렵다. 보는 사람은 불과 몇 초면 볼 텐데 거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엄청난 열정이 필요해. 글도 사진도 마찬가지다. 보는 것은 쉬운데 글쓰기도 쉽지 않고 사진 찍기도 쉽지 않다.


향이 너무너무 좋은 치자꽃

뉴욕에 살면서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치자꽃을 두 번째로 본 일요일.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플러싱 주택가에 장미, 백합, 수국 등 예쁜 꽃들이 많이 피는데 치자꽃은 귀하다. 이유는 나도 몰라.


일요일 냉방 잘 된 곳에서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과일 먹으로 쉬면 좋을 텐데 개고생을 했다. 마음은 아직도 젊은가. 태양이 활활 불타올라도 여기저기 움직이고 싶은 것 보면 내 마음은 청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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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만 아니라면 올해는 뉴욕시 구석구석을 돌아보려고 했는데 물거품이 되었어. 평생 돈과 권력과 명예를 위해 산 것도 아니고 평생 성스러운 의무를 다하며 지냈다. 의무를 다하며 내 평생을 보냈지만 꼭 내가 해야 할 일이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이제 남은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정치인 인생이 얼마나 허무해. 서울 시장 박원순은 저 세상으로 먼 길을 떠났다. 누가 알았으리.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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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무엘 울만의 <청춘> 시가 떠올라. 오래전 롱아일랜드 오이스터 베이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 직원에게 그 시를 소개하니 좋아하더라. 그리운 양로원 사람들. 언제 기차를 타고 가고 싶은데 대중 교통비가 비싸니 내 마음은 그네를 탄다.




청춘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그것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춘보다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하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리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이 주름진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되어 버린다.

6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속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아이와 같은 미래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있는 “무선 우체국”을 통해

사람들과 하나님으로부터

아름다음, 희망, 격려,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20대라도 인간은 늙지만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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