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작열하는 무더운 여름 가슴속을 그리움으로 가득 채우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뉴욕의 아름다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북카페다. 그곳에 가면 책과 커피 향기가 가득하고 다양한 뉴요커들을 본다.
맨해튼 북 카페를 알게 된 뒤로 냉방이 잘 된 북 카페로 피서를 갔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어 갈 수 있고 위대한 작가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 북카페는 보물창고다. 커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은 나의 아지트로 변했다. 언제든 북까페에서 책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무엇보다 '뉴요커', '타임지', '이코노미스트' 등 신간 잡지, 소설책, 여행서를 읽을 수 있는 서점이라 참 좋다. 북까페는 빵, 커피, 음료 등을 팔고 북까페를 이용하려면 최소 커피 한 잔 정도 구입해 마셔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운명의 회오리바람을 타고 어린 두 자녀랑 함께 뉴욕에 와서 살게 되니 두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사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내게는 사치였다. 하지만 두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게 되자 최소 나를 위해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셔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북 카페를 알게 되었다. 맨해튼 북카페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커피값은 일반 스타벅스 매장보다 몇십 센트 더 비쌌지만 결코 비싸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면 커피만 마신 게 아니라 읽고 싶은 책과 잡지를 마음껏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이 안 될 때는 여행서를 펴고 여행을 떠나고, 멋진 사진집도 보고, 가끔은 미술 전문 잡지와 문학잡지도 읽고, 비평서 읽으며 식견을 쌓아가는 곳.
북 카페에서 파는 커피 종류도 다양하다.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페모카,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캐러멜 마키아또 등. 향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지만 커피값은 다르니까 난 항상 가장 저렴한 레귤러커피를 마시곤 했다. 자주 이용하니 바리스타 얼굴도 기억하게 되었다. 늘 저렴한 커피를 이용하니 눈치를 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대해준 바리스타도 있었다. 너무나 친절해서 '모나리자'라고 별명을 지었다. 모나리자를 만나면 내 얼굴에도 장밋빛 미소가 지어졌다.
커피를 마시며 책과 잡지를 읽다 집중이 안되면 북 카페 벽에 그려진 작가 초상화도 본다.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3층 북까페 벽에는 제임스 조이스, 조지 오웰, 마크 트웨인, 오스카 와일드, 챨스 디킨스, 카프카 등 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뉴욕에 와서 조지 오웰이 파리에서 지독히 가난한 생활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크 트웨인 역시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련과 고통이 없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 위대한 작가도 보통 사람에게도 주어지는 끝없는 시련과 도전들.
북 카페에서 우연히 낯선 분을 만나 이야기도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온 여행객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맨해튼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으니 사우디 아라비아라고. 그 가족도 내게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어서 한국이라고 하니 웃었다. 내게는 참 머나먼 곳인데 그 가족에게는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있었다. 그분들이 사는 주택을 한국인들이 지었다고 하면서 튼튼하고 좋다고 말씀하셨다. 따님은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어느 언어를 배울까 고민하다 한국어를 배울 정도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내 휴대폰에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며 뉴욕 여행에 대해 소개를 하니 무척 좋아하셨다.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에서 그림을 그리는 노장 화가 Janet Ruttenberg가 그림 그리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니 꼭 보고 싶다고 해서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에 가면 아마 만날 수 있을 거라 말했다.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날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특별 전시회를 보러 갈 생각에 난 북 카페를 떠났다. 돌아보면 참 아쉬운 시간이다. 차라리 특별전을 안 보고 그 가족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또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사는 부부를 만났다. 여자분은 변호사, 그분 남편은 프랑스 파리에서 대사로 지내다 은퇴하셨고 불어, 부부 모두 영어, 히브리어 등을 구사한다고. 부부 테이블 위에 밀란 쿤데라 소설책이 놓여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더 놀란 것은 여류 변호사가 오래전 파리 에꼴 데 보자르 미술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다고. 프랑스를 무척 사랑하니 매년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고 지중해 연안의 보석 모나코 등을 돌아본다고 하면서 물가가 저렴해 참 좋다고 내게도 여행을 권하셨다.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책과 잡지를 읽다 가끔은 첼시 갤러리에 전시회를 보러 가고, 가끔은 뉴 스쿨에 재즈 음악과 오페라와 피아노 공연을 보러 가고, 가끔은 뉴요커가 사랑하는 스트랜드에 가서 중고책을 구경하고 마음에 들면 한 두 권씩 구입하는 즐거움도 맛보았다. 중고책 값은 커피 한 잔 값 보다 더 저렴하니 내게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또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리는 그린 마켓에서 바게트 빵 하나 구입해 가방에 담고 배가 고프면 먹고 거리에서 노란 바나나 1불어치 사 먹으며 맨해튼 문화 행사를 찾아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맨해튼 북 카페에서 놀던 때가 그립기만 하다. 코로나로 그런 시절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니 마음이 울컥하다. 혹시나 비싼 렌트비로 경영이 어려워 북 카페가 문을 닫으면 어쩌나 혼자 속으로 걱정했지만 코로나가 찾아와 지구를 흔들어 버릴 줄 상상도 못 했다. 다시는 코로나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 어쩌면 북 카페도 영영 사라질 거 같다는 예감이 든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달콤한 꿈을 꾸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때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때는 잘 몰랐다.
40대 중반에 낯선 도시 뉴욕에 와서 공부하고 사니 이방인처럼 살다 북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뉴욕 문화에 대해 배우고 내 영혼을 살찌우며 조금씩 뉴욕 문화를 익혔다. 뉴욕에 올 때 아무것도 몰랐는데 <뉴요커의 보물지도> 브런치 북을 발간할 정도로 뉴욕 문화를 알게 되었다.
플러싱 집에서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수 차례 환승하고 찾아가지만 꿀처럼 달콤한 북 카페에 도착하면 행복이 밀려왔다.
코로나로 유난히 힘든 때 북카페가 정말 그립다. 책도 커피 향도 북 카페에서 만나던 사람들도 그립다.
거의 매일 북 카페에 출근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뉴욕 타임스를 펴고 읽고 랩탑으로 작업을 하고 틈틈이 책과 잡지를 읽는 분들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북 카페가 문을 닫았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