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9일 월요일
인생은 고해다. 쉬지도 않고 폭풍이 분다. 토끼 용궁에 다녀왔다. 잠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삶이 복잡하고 또 복잡한데 날 놀라게 한 사건이 새로 생겨 가슴이 철러덩 했다. 걱정을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노란 낙엽들이 거리에 뒹구는 가슴 시리는 가을날 아침에 변함없이 딸과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다. 황금빛 가로수를 보며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고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동네 주민이 먹이를 주자 멀리 있던 기러기떼들도 몰려들어 순식간에 먹이가 사라졌다. 코로나로 실직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좋은 직장이 오픈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릴까 상상해 보았다. 과거보다 훨씬 더 치열한 세상으로 변했다. 이래 저래 참 힘든 세상이다.
그림 같은 호수를 보며 벤치에 앉아 휴식을 했다. 거북이 떼들은 호수 한가운데 아주 작은 섬에서 일광욕을 한다. 그래서 거북이들이 오래 살까. 늘 보는 풍경이다. 기러기떼들은 숲 속 여기저기 흩어져 풀을 먹고 있었다. 중국인 여자들은 아침 운동을 한다. 수양 버드나무 앞 벤치에 앉아 휴식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채화 같은 가을 하늘도 보고 새들의 합창도 들으며 시월의 장미꽃 향기도 맡으며 핼러윈 장식도 보았다. 어느새 코스모스 꽃은 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브런치 식사 준비를 하는데 아파트 앞에서 골프 클럽을 차 트렁크에 싣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한인 중년 여인들이 골프를 치러 가나보다 짐작을 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부차가 큰 나라에 속하고 뉴욕에 사는 한인들도 마찬가지인 듯 짐작한다. 자주 골프 치고 여가를 즐기는 부류도 있고 반대로 힘든 비즈니스 하며 어렵게 지낸 분들도 많다. 뉴욕에서 만난 유대인 의사는 한인들은 골프를 치러 가면 영화배우처럼 멋진 복장을 입더라고 해서 웃었다. 의상에 유독 신경을 쓰는 한국 문화다.
마음 복잡한 일이 생겨서 종일 집에서 지냈다. 나의 에너지는 구름 속으로 숨어 버렸다. 바다 아래 숨어 있는 에너지가 하늘로 올라갔는데 다시 구름 속으로 숨었다. 마음은 어제 찾아간 센트럴파크 컨서바토리 가든에 머물렀다. 정말 아름다운 국화꽃이 핀 가든. 뉴욕에 친정 부모님을 초대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 초대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수년 전 갑자기 작고 하셨고 친정 엄마는 여든이 지나 건강이 안 좋으셔 늘 마음이 무겁다. 뉴욕 문화가 아름다워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 너무나 많지만 뉴욕의 현실은 영락없이 소설 같다. 어렵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희망과 꿈을 갖고 산다. 가끔씩 생각난다. 해리 포터를 집필한 조앤 롤링은 어떻게 어려운 위기를 참고 견디어 냈는지 궁금하다. 무지무지 가난한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맨해튼에 외출을 하지 않았지만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해서 기분이 좋다. 마음의 복잡함을 사라지게 하는 마음 세탁기를 누가 발견하면 좋겠다. 그럼 세상 근심은 다 사라질 테니까. 어렵고 힘든 가운데 마음의 등불을 켜고 열심히 노력한 분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야지. 비록 삶이 눈물이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어느새 밤은 깊어만 간다. 또 하루가 지나갔다. 어제는 2만 3 천보, 오늘은 약 1만 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