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식을 들은 날
2020년 10월 29일 목요일
비바람이 치던 가을날 늦은 오후 딸과 함께 플라자 호텔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센트럴 파크에 갔는데 쏟아지는 비에 몸도 마음도 신발도 흠뻑 젖어 걷기도 힘들었다. 얼마나 심하게 비바람이 불던지 바로 공원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며칠 전 만나지 못한 사색을 좋아하는 베토벤을 만나 안부를 물었다. 그도 고민이 많은지 침묵을 지키고 있더라. 너도 고민이 많구나. 나도 정말 많아. 삶이 삶이 아니지...
폭우 속에 더 이상 산책하기 힘든 순간 수년 전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예쁜 설경 사진 담으러 센트럴파크에 갔던 추억도 떠올랐다. 그날 저녁 카네기 홀에서 안네 소피 무터 공연이 열렸다. 설경은 아름다운데 너무 춥고 아이폰은 작동하지 않아서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하얀 눈밭 속을 거닐며 카네기 홀 옆 스타벅스 매장에 도착해 하얀 눈에 젖은 몸과 휴대폰을 말렸다. 그 스타벅스 매장은 코로나전 문을 닫았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그 후 코로나가 찾아와 문을 닫는 매장이 더 많아져갔다.
그날 저녁 안네 소피 무터 공연은 훌륭해 역시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와 평범한 나와의 차이를 느꼈다. 그렇게 추운 겨울날 얇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청중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다. 하필 그날 공연 티켓을 분실해 카네기 홀 직원과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어렵게 다시 받아 하늘 높은 좌석에 올라가 무대를 바라보았다. 참 오래전 일인데 잊지 못할 추억이다.
지난봄 그녀도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하던데 건강은 회복되었나 모르겠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 샌프란스시코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연도 취소되어 팬들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서부에 살고 계신 바이올리니스트님이 고맙게도 내 딸과 함께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공연이 취소되어 슬프다.
Thursday, January 30, 2020 7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Anne-Sophie Mutter, Violin
Daniel Müller-Schott, Cello
Lambert Orkis, Piano
BEETHOVEN Violin Sonata No. 5 in F Major, Op. 24, "Spring"
BEETHOVEN Piano Trio in D Major, Op. 70, No. 1, "Ghost"
BEETHOVEN Violin Sonata No. 9 in A Major, Op. 47, "Kreutzer"
지난 1월 카네기 홀에서 그녀의 공연이 열렸고 베토벤 곡을 연주했다. 내년 1월에도 그녀 공연 스케줄이 있는데 코로나로 어찌 될지 모르겠다. 내년 여름까지 브로드웨이와 메트 오페라 공연은 현재 취소 상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코로나!
가을비 내리는 날 딸과 저녁 식사하러 콜럼버스 서클 블루 리본 레스토랑(Blue Ribbon Sushi Bar & Grill)으로 향하는데 하마터면 바람에 날려갈 뻔했다. 아.. 얼마나 심하던지! 짓궂은 날씨가 최악의 악몽이었다. 뉴욕을 지옥의 불바다로 만든 허리케인 샌디 보다 더 무서운 날씨였다. 뉴욕의 맛집이라고 알려진 스시 전문집 블루 리본 레스토랑은 뉴욕에 온 후 내게는 첫 방문이었다. 폭우 속에 찾아간 블루 리본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