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에 첫눈이 내렸다

by 김지수

2020년 12월 9일 수요일


딸과 함께 동네 베이글 샵에 가서 핫 커피와 함께 크림치즈 듬뿍 바른 베이글을 먹은 후 동네 호수에 가서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 식사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향해 달리는데 창밖에 하얀 눈이 내렸다. 첫눈이었다. 첫눈이 내리면 괜스레 가슴이 설렌다. 딱히 만날 친구도 없는데도 말이다.


지하철을 달리고 난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내려 밖을 바라보니 눈비로 변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기 예보를 봤는데 눈비 온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아 우산을 가방에 담지 않아서 마음이 무거운 채로 맨해튼에 가는 지하철에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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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는 날 북카페는 인기가 많아.
IMG_6263.jpg?type=w966 창 밖에 하얀 눈이 내리고/ 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 서점 3층



유니온 스퀘어 역에 내렸지만 우산이 없어서 가방에 든 파리바케트 비닐봉지를 머리 위에 쓰고 반스 앤 노블 서점을 향해 달렸다. 3층 북카페로 올라가 빈자리에 앉으려고 했지만 손님이 많아 내게는 행운이 오지 않았다. 코로나 전에도 북카페는 인기가 많아서 자리 찾기 전쟁을 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어렵다.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빙빙 3층을 돌며 혹시나 빈자리가 나오나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없었다. 북카페에서 자주 보는 중년 남자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계셨다. 아마도 북카페에 출근 도장을 찍을 거 같아. 3층 서점 뒤편에 가서 창밖을 보며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첫눈인데 기대처럼 많이 오지는 않고 내리면서 사르르 녹았다. 다시 북카페로 돌아가 빈자리가 있나 봤지만 역시나 없어서 그냥 서점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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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센트럴 파크에 갔어.



수요일 유니온 스퀘어에서 그린 마켓이 열리고 거리 음악가 노래도 들려왔지만 우산이 없어서 오래 머물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플라자 호텔 앞에 내렸다. 첫눈이 내렸으니 센트럴 파크 풍경이 궁금해졌다. 플라자 호텔 앞에서 하누카 촛대를 설치하고 있었다.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매년 12월 플라자 호텔 앞에 하누카 촛대가 설치되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촛대가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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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하누카 촛대, 플라자 호텔 앞



문득 오래전 만난 유대인 의사도 떠올랐다. 내게 함께 U2 공연을 보러 가자고 티켓을 내밀었는데 거절을 했다. 매년 겨울이면 스키를 타러 콜로라도에 가고 매년 여름이면 가족과 친구들끼리 여행을 간다고 말하던 의사. 그를 통해서 뉴욕에 유대인들이 많이 산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과 음악과 그림을 무척이나 사랑한 분이라서 교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가 어려울 때 자주 읽은 <갈매기의 꿈> 책을 내게 선물했다. 혹시나 어려우면 읽으라고. 누구나 어려울 때가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마울 때가 있다. 그가 말하기 전 그에게도 시련이 많은 줄 미처 몰랐다. 만난 지 꽤 오래되어가는데 그도 세월 따라 늙어가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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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플라자 호텔 홀리데이 장식



플라자 호텔 퓰리처 분수 홀리데이 장식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았다. 발길을 돌려 센트럴 파크에 들어가 잠시 산책하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저녁 식사 후 아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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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시즌 플러싱 주택가 장식도 예쁘다.




지구는 코로나 전쟁 중. 지하철 승객들 표정을 몹시도 어둡다. 오래전 보스턴 여행을 갔을 때 아들이 보스턴 분위기가 뉴욕보다 더 슬프고 어둡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딸이 보스턴 캐임브리지와 인연이 되기 전이라 캠브리지 분위기는 잘 모를 때였다. 어떻게 코로나 위기를 넘어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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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침 베이글 먹고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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