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괴물 눈폭풍 이틀째

by 김지수

2021. 2. 2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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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눈폭풍이 오면 그림처럼 예쁜 풍경이나 눈을 치워야 하니 불편하다.


뉴욕에 이틀 괴물 눈폭풍이 휘몰아쳤고 하얀 눈이 엄청 쌓이니 아들은 알래스카 같다고 했다. 아침 유자차를 끓여 마시고 토스트 먹으며 드뷔시의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예쁜 시를 읽으며 아침을 열었다. 아파트 난방이 잘 안 되니 종일 전기난로를 켜 놓으니 폭풍 전기세가 걱정이 되는데 생존에 필요한 최소 온도는 유지해야 숨 쉴 거 같다.


카레라이스를 준비해 점심 식사를 하며 대학 시절 친구를 떠올렸다. 한국이 무척 가난하던 시절이라 카레라이스와 오므라이스와 돈가스도 고급 음식에 속했다. 지금은 분식식에서도 먹는 흔하디 흔한 음식인가 모르겠다. 난 그때도 감사함으로 먹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감사함이 없다면 행복을 느끼지 못할 거다. 뭐든 잃고 나면 그때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사랑도 건강도 부도 마찬가지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가끔 친구가 식사비를 먼저 내버려 불편했다. 난 평소 남에게 신세 지는 것을 안 좋아하기에. 부잣집 친구 아버지는 은행장이었다.


그땐 은행장이란 직업도 내겐 생소했는데 자본주의 왕국 뉴욕에 오니 은행이 달리 보인다. 코로나로 자주 방문하지 못한 Morgan Library and Museum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특별전이 열린다고 하는데 코로나 전에는 금요일 7시경부터 무료입장이라 부담 없이 전시회를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요즘은 미리 티켓을 예약해야 한다고 하는데 예약하기도 무척 어려워 그냥 포기하게 된다. 다름 아닌 뉴욕 은행가 J. P Morgan Morgan이 생전 구입하고 모은 책과 예술품을 보면 놀랍다는 말로 부족하다. 그 많은 책을 어디서 모았을까. 미국 정부가 그에게 돈을 빌렸다고 하니 얼마나 돈이 많았는지.


부잣집 출신 친구는 가난한 집안 운동권 학생과 결혼했는데 생계를 친구가 책임진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아팠다. 친구가 아파도 눈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고 하니 화가 날 뻔했다. 그 무렵 아이 아빠가 파견 근무라서 지방 소도시에서 잠시 살았는데 우연히 시내버스 안에서 친구를 만나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집안일도 하고 종일 일하니 너무 힘들다고 불평했던 친구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가 뉴욕에 와서 살거라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텐데... 삶이란 한 치 앞도 모른다. 친구 언니 형부는 정형외과 의사라서 잘 산다고 말했다. 집도 부자 언니도 부자니 가난이 뭔지 모르고 그냥 결혼했는데 결혼이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늦게 깨우친 듯 보였다. 엄청난 돈을 벌지 않더라도 최소 부부 함께 생계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한쪽으로 무게가 가면 숨쉬기도 힘들다.
오래전 읽은 미국에 사는 한국 이민사에서 나온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면 아내는 종일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남편이 한국에 가서 친구들 부인이 친구들 남편에게 출근 시간 넥타이도 매 주고 친절하게 하는 것을 보고 미국에 돌아와 아내에게 불평하니 엉덩이 불일 시간도 없이 종일 일하는데 그런 친구 아내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화를 내니 다음에는 불평하지 않았다고. 남편 출근하고 나면 종일 뒹굴뒹굴하며 노는 여자들도 많은데 어찌 그런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냐고 말하니 남편이 입을 다물었다고. 이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왔지만 영어도 안 되어 듣리 지도 않으니 사람들 말하면 웃었다고. 나중 다시 공부하고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그러다 식당 사업을 하니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쁘게 사니 침대에서 잘 시간이 비로소 휴식시간이었다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그림을 그리고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AKDQxhcIH9F5Cv4c4cMUZwj_Urw 노란 꽃 이름이 뭘까? 매화?


점심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창밖을 바라보니 어제처럼 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아서 밖에 나가고 싶었다. 왜냐면 항상 눈이 많이 오지는 않으니 귀한 풍경이라서. 아파트 열쇠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였다. 전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보라 휘몰아치는데 나도 모르게 호수에 갔는데 정말 그대로 꽁꽁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처음 들었던 날.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가 사라져 눈이 허벅지까지 쌓인 곳도 있어서 위험했는데 무사히 집에 도착했지만 옷과 목도리와 모자에 눈이 엄청 쌓여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눈을 털어낸 기억만 떠올랐다. 그 후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분명 외출은 하지 않았다. 분명 가까스로 아파트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는데 열쇠가 사라졌다. 이상하다 싶어 혹시나 하고 아파트 현관문에 있나 살펴보니 열쇠가 보였다. 어처구니없어 웃었다.

아들이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오면 놀라서 선물 많이 줄거라 평소 말해서 웃지만 열쇠를 현관문에 그대로 두고 안에 들어와 쉬었으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만큼 전날 위험했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괴물 눈폭풍이 찾아왔는데 외출한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아무리 호수가 좋아도 생명만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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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fhfraJcOtC7viC4SL_KHk_ovSE 햔겨울에도 피는 겨울 장미, 파랑새는 고목나무에서 노래를 부르고



밖으로 나가니 삽질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집 앞 눈은 주인이 치어야 하고 차에 덮인 눈도 치워야 하니 눈폭풍이 오면 무척 바쁘다. 집도 없고 차도 없으니 우리 집은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아들은 신난다고 하는데 집과 차가 있어서 눈을 치우면 좋겠다. 숨 쉬고 사는 것에도 만족하고 살긴 하지만. 어린 딸과 아빠가 웃으며 눈을 치우는 가족도 있고 혼자 얼굴에 인상 쓰고 눈을 치우는 주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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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과 달리 통행할 수 있도록 눈이 치워져 아주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눈이 오면 그림처럼 예쁘긴 하나 불편하다. 그래도 하얀 눈이 그리는 풍경은 항상 볼 수 없으니까 눈을 크게 뜨고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예쁜 풍경을 놓치면 안 되니까. 이웃집 동백꽃이 거의 작별할 시간인데 하얀 눈에 덮이면 더 예쁠 거 같아서 갔더니 정말 그랬다. 언제 그런 풍경 보겠어. 그리 예쁜데 아무도 보지 않아 혼자 실컷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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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핀 동백꽃 느낌이 특별하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 차에 시동을 거는데 자동차 헛바퀴 도는 것을 보다 하마터면 내가 눈 속에 넘어질 뻔했다. 귀한 딱따구리 새가 고목나무 위에서 날 유혹하니 사진을 찍으려고 도로를 건너다 자동차 달리니 더러운 물벼락을 맞았는데 그사이 새는 멀리 날아가버렸다. 다시 예쁜 풍경 보러 걷다 사진 찍으며 지나치는데 새들이 노래를 불러 쳐다보니 어린 파랑새 두 마리였다. 고목나무에서 날 바라보는 파랑새가 너무 귀여워 웃었다. 그리 작은 파랑새는 처음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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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싱그러운 초록 식물을 보니 얼마나 좋을까


지난 1월 딸과 함께 센트럴 파크 쉽 메도우에 가니 하얀 눈이 7인치 이상 오면 문을 연다고 했는데 분명 센트럴 파크에서 눈사람도 만들고 재밌는 추억 만드는 뉴요커들이 많을 텐데 플러싱에 사니 눈폭풍이 오면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가지 않았는데 그리웠다. 센트럴파크는 정말 예쁘다.



눈이 오면 평소보다 산책은 백배 이상 즐겁다. 눈이 오면 풍경이 마법을 부리니까. 하얀 눈 속에서 마음의 보물 가득 캐고 예쁜 풍경 보았으니 내 마음도 예뻐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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