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6 수요일 맑음
천년 먹은 산삼을 열 뿌리를 먹었나. 여름날 하루 5만보를 넘게 걸었다. 내 평생 최고 기록이다. 5만보 걸으려고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다. 나의 스케줄은 뉴욕 식물원과 동물원에 방문하는 것. 두곳 면적이 굉장히 넓다 보니 땡볕 아래서 그렇게 많이 걸었다.
아침 일찍 깨어나 산책하고 운동하고 시내버스를 수차례 환승하고 뉴욕 식물원과 동물원에 다녀왔다. 너무 많이 걸으면 훗날 관절에 안 좋다고 조심하라고 경고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나도 모르게 매일 꽤 많은 거리를 걷는다. 아무래도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야 할까.
뉴욕 식물원에서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수련꽃인데 그날은 티켓을 미리 예약하지 못해서 록펠러 로즈 가든과 온실 옆 정원에서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방문객들이 무척 많아서 놀랐던 날. 수요일은 뉴욕 시민은 무료입장이나 미리 입장권을 예약해야 한다. 나도 5월 중순경 미리 예약했다.
식물원 소나무 카페에서 드립 커피 한 잔 주문하고 소나무 정원 보면서 잠시 휴식하려고 했는데 커피값만 계산하고 밖으로 나와 테이블에 앉으니 커피가 없어 웃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니 문이 닫혀 직원에게 커피를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한바탕 소동을 벌였던 수요일.
뉴욕 식물원 가까이 동물원이 있는데 꽤 오래전 몇 번 방문했는데 한동안 가지 않다 백만 년 만에 찾아갔다. 뉴욕은 수요일 무료입장이다. 물론 동물원에서 준비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참가할 수 없지만.
동물원 무료 티켓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월요일 오후 5시부터 예약할 수 있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 접속자가 많아서인지 오래 걸려 공짜가 아니었다. 왜냐면 시간도 돈이다. 시간처럼 소중한 게 어디에 있니? 무료 티켓 구하려 30분 이상 걸렸다. 오래전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에 비하면 괜찮은가. 오페라 러시 티켓도 온라인으로 구입할 때 접속자가 많아서 뱅글뱅글 돌아가다 나중 매진이라고 나오면 구입이 불가능했다.
동물원에 간다고 모든 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자는 한여름 낮잠을 자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사자를 소리쳐 불렀지만 안 척도 하지 않았다. 사슴과 백조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녀를 6명이나 데리고 온 유대인 부부. 요즘 세상 자녀 한 명 키우기도 힘들다고 출산하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우아한 공작은 오랜만에 찾아온 날 환영했다. 우아한 공작처럼 우아하게 살면 좋을 텐데... 삶은 끝없이 복잡하고 그런 가운데 난 매일 새로움과 즐거움을 찾는다.
지난번 프로비던스 여행 가서 동물원에 가려고 하니 입장권이 너무너무 비싸 깜짝 놀랐다. 두 자녀와 함께 방문하면 티켓 값도 어마어마하고 거기에 왕복 택시비를 합하면 수 백 불이 금방 사라질 거 같았다.
암튼 프로비던스 여행을 다녀와 조용히 지낸 나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을 했다. 뉴욕은 볼 게 무진장 많다. 그런데 난 코로나 핑계로 동네에서 산책이나 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매일 산책하다 보니 플러싱 이웃집 뜰도 식물원만큼 좋다는 것도 늦게 알았다.
뉴욕에 올 때 아무것도 몰랐고 주위에서 뉴욕 문화에 대해 말해준 사람도 없어서 맨해튼 문화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아들이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에서 공부할 적 오케스트라 공연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오픈한다는 것을 알고 그 후로 줄리아드 학교와 메네스 음대도 마찬가지란 것을 알았다. 맨해튼 음대에서 코로나 전 1년 약 700여 개 공연이 열렸으니 얼마나 특별한 도시인가. 줄리아드 학교도 비슷하다. 그러니까 난 매일 천재들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다.
또,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놀러 가서 시내버스에서 낯선 분과 이야기하다 뉴욕 동물원과 식물원이 수요일 무료입장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동물원에 몇 번 찾아갔다.
문화 예술에 관심 많은 분은 뉴욕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뉴욕에 살고 싶어 한다. 뉴욕을 떠나 낯선 곳에 가니 뉴욕이 새롭게 보였다. 마찬가지로 한국을 떠나오니 한국 의료 보험제도가 천국이었단 것을 깨달았다. 그때는 당연한 것으로 알았지. 한국에서만 살면 몰랐을 텐데 뉴욕에 오니 그때가 좋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한국이든 미국이든 장단점이 있고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라서 문화면은 천국처럼 좋다.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는 특별한 도시니까. 물론 스스로 문을 열어야 한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어. 정열만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